[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으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실적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진단키트 기업인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연매출 3조원’ 달성을 눈앞에 둔 것을 비롯, 백신·치료제 관련 기업들 대부분 호실적을 나타냈다. 전통 제약사들도 신약 매출 확대에 힘입어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제약·바이오업계, 코로나19에 폭발적 성장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 추정치는 전년 대비 73.2% 성장한 2조9207억원으로 3조원에 육박한다. 이미 지난해 3분기 누적실적만 2조4862억원으로 2조원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분기별 매출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12월부터 오미크론 변이가 세계적으로 확산된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다시 매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형 제약·바이오기업 중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선 회사는 많았지만 2조원의 문턱은 쉽게 넘지 못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인 에스디바이오센서가 가장 먼저 3조원을 넘보게 된 것이다. 연간 연구개발(R&D) 비용이 100억원대 수준임에도 불구, 국내 확진자가 발생하기도 전부터 진단키트 개발에 착수하는 등 발빠른 코로나19 대응이 주효한 것으로 평가된다. 진단키트 기업 씨젠도 2020년보다 19.5% 성장한 1조3446억원의 매출이 추정되면서 2년 연속 연매출 1조원 달성이 유력하다.
다른 제약·바이오기업들도 모두 호실적을 보이며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들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11곳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평균 22.4%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외에 가장 많은 연매출이 예상되는 곳은 셀트리온(1조8822억원)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3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하면서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7%나 감소하기도 했지만 4분기에는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가 세계 각국에서 연이어 허가를 받으면서 수출이 이뤄진 만큼 5000억원대 분기 매출 회복이 유력하다.
이미 실적을 발표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견조한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연매출은 1조5680억원으로 34.6% 성장하며 4년 연속 매출 1조원 기록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5373억원으로 83.5%나 늘었다. 3공장의 가동률이 높아졌고, 본격적 출하가 시작된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CMO) 매출이 반영된 효과로 보인다.
전통 제약사들도 견조한 실적
전통 제약사 중에서는 대웅제약의 호실적이 기대된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1153억원과 867억원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이 무려 전년 대비 410.4% 급증했다. 보톨리눔 톡신 ‘나보타’의 높은 매출 성장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나보타 수출액은 지난해 3분기 209억원으로 전년 동기 113억원 대비 2배가량 성장했다.
한미약품과 녹십자 역시 견조한 성장을 보이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배가량 뛸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 1조2061억원, 영업이익 1274억원을 지난달 27일 공시했다. ‘아모잘탄패밀리’ 등 한미약품의 주요 개량·복합 신약들이 매출을 이끄는 가운데 중국의 북경한미약품이 매출 2887억원, 영업이익 669억원으로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녹십자도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가 중국 허가를 얻는 등 중국 매출 증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더해 독감백신 매출 인식과 국내 유통을 맡은 모더나 백신의 본격적 출하 등으로 2018년 이후 첫 4분기 흑자가 예상된다.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 백신 센터'(사진제공=SK바이오사이언스)이날 오후 실적을 발표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사상 첫 연매출 1조원 달성이 기대된다. 팬데믹 초기부터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주력해오면서 지난해 매출이 3.3배 늘어난 9686억원, 영업이익은 11.4배나 뛴 4684억원으로 전망된다. 노바백스 백신이 국내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세계 시장을 연이어 두드리고 있고, 첫 국산 백신으로 개발 중인 ‘GBP510’의 연내 허가가 성사될 경우 올해는 더욱 가파른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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