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승려대회가 끝났다. 그 많은 스님들은 방역수칙까지 어겨가며 조계사에 모였는데 조계종은 무엇을 얻었을까? 구구한 말들이 있었지만 결의문을 보면 승려대회 대중은 다음과 같이 천명한다.
- 문재인 대통령은 종교편향 불교왜곡 사태에 대해 사과하라! - 정부와 여당은 종교편향과 불교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포함한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라 ! - 정부와 여당은 전통문화유산의 온전한 보존과 계승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수립하라 !
먼저 불교왜곡이란 어불성설이다. 누가 부처님 가르침을 왜곡했다는 말인가? 등산객에게 문화재관람료 받지 말라는 게 불교왜곡인가?
총무원장이 말한 '2000만 불자'도 허풍이다. 정부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700만 불자도 후한 계산이다. 정확하지 않은 말들, 사실이 아닌 말을 나열하며 분노를 유발하게 하는 것을 '선동'이라고 한다.
위 세 가지 결의문을 요약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와 차별금지법 제정, 문화재관련법 개정이다. 종단에서 그토록 주장해온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탈당과 제명은 없다. 이와 같은 요구가 언제까지 관철되지 않으면 범불교도 대회를 개최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도 없었다.
추운 겨울에 그 많은 사람이 모여 이렇게 '천명한다' 정도에서 끝나는 승려대회를 굳이 했어야 했을까? 이런 정도면 승려대회를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요구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승려대회를 마치고 사찰로 돌아가는 스님들의 가슴은 허탈했을 것 같다.
각 사찰에 수 천 개의 현수막을 보내서 요구하던 '정청래는 탈당하라', '정청래를 제명하라'는 말을 왜 누구도 못했을까? 조계사에서 정청래 의원이 36명의 의원들과 함께 108배를 하고 사과를 했기에 용서해 준 걸까? 승려대회장에 찾아온 정청래 의원을 다시 돌려 보낸 것을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승가가 병들면 사회가 병든단 사실 보여준 승려대회
1월 6일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비서실장이 총무원을 찾아왔을 때 총무원장은 우리의 요구를 만족시킬 대답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돌려보냈다. 그러면서 정청래 의원 탈당과 제명을 요구했다. 그런데 총무원장이 요구한 정 의원의 탈당과 제명 요구를 정작 승려대회에서는 누구도 꺼내지 않았다.
그들도 알기 때문이다. 정청래 의원의 탈당과 제명은 승려대회를 하기 위한 핑계였지 그것이 말도 안 되는 요구였다는 것을... 이번 승려대회는 대회를 한다고 발표했기에 개최한 것 뿐, 반드시 성취해야 할 목표가 결의문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만약 몇 개월 남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를 안 하면, 이번 대선후보들도 제정할 뜻이 없어 보이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선거철이라 바빠서 문화재법 개정안이 발의 되지 않으면, 조계종은 다음단계로 어떤 행동을 취할까? 다시 2월에 범불교대회가 가능하기는 할까? 돌이켜 보건데 국회의원 36명이 조계사에서 108배하고 참회문을 읽었을 때 승려대회를 취소하면서 위와 같은 세 가지 요구를 했으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칼은 칼집에서 빼들기 전이 더 무서운 법이다. 왜 국민들의 걱정을 비난과 염려를 온 몸으로 받으며 승려대회를 해야 했을까? 대선을 앞두고 특정정당과 특정후보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아니면 이해되기 어렵다. 불교계 내부적으로는 종권을 장악한 자의 위력을 보여주어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드러내고자 하였을 것이다. 승가가 병들면 사회가 병든다는 사실을 이번 승려대회가 잘 보여주고 있다. 승가를 건강하게 하는 것이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것임을 다시 확인한다.
확실한 것은 정청래 의원은 탈당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 민주당은 정청래 의원을 제명하지 않아도 되겠다. 벌써 불교방송은 승려대회를 "화합과 공존의 가치를 일깨운 여법한 승려대회", "성숙한 집회의 격을 보여준 승려대회"라고 극찬하고 있다. 다른 교계 언론들도 칭찬 릴레이를 이어갈 것이다. 어떤 짓을 벌이더라도 이렇게 포장을 잘 해 주니 하는 일마다 대 성공이다.
이제 코로나 시국의 승려대회를 관전한 국민의 냉정한 평가만 남았다. 299명 이하로 제한된 방역수칙을 어겼으니 벌금 낼 일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