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통해 16일 일부 공개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와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의 대화가 담긴 통화 내용은 취재원과 기자가 정상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대화의 범주를 뛰어 넘은 수준이었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50여 차례에 걸쳐 총 7시간 45분가량 녹음된 파일 가운데 일부만 공개된 대화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누님", "동생"이라고 칭하며 취재 관계 이상의 친분을 드러냈다.
윤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한 시기를 전후한 7~9월 통화에서 김 씨는 이 기자에게 "캠프로 데려왔으면 좋겠다", "한 번 와서 강의 좀 해주면 안 되냐"고 요청하는 등 윤 후보의 대선 캠프에 관여한 듯한 정황을 드러냈다.
실제 이 기자는 김 씨가 대표인 코바나컨텐츠에서 강의를 수행했으며 강의료로 105만 원을 받았다고 '스트레이트'는 밝혔다. 또한 이 씨가 캠프로 가면 얼마를 받을 수 있냐고 묻자 김 씨는 "명수가 하는 만큼 줘야지. 잘 하면 1억 원도 줄 수 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경선 당시에도 두 사람의 대화는 이어졌다. 김 씨는 윤 후보의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을 겨냥해 "우리 동생(이 기자)이 내일 한번 홍준표한테 날카로운 질문 좀 잘해봐"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어 김종인 전 선거대책위원장의 선대위 합류가 결정된 12월 3일 통화에서 김 씨는 "원래 그 양반이 오고 싶어 했다. 왜 안 오고 싶겠어? 여기가 자기 그건데. 먹을 거 있는 잔치판에 오는 것"이라며 김 전 위원장이 사욕에 따라 합류를 결정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씨는 '미투'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미투'는 문재인 정권에서 먼저 터트리면서 그걸 잡자고 했다"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게 너무 삭막하다. 나는 안희정이 불쌍하더라. 나랑 우리 아저씨(윤 후보)는 되게 안희정 편이야"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수들은 챙겨주는 건 확실하지. 공짜로 부려먹거나 그런 일은 없다. 그래서 미투가 별로 안 터지지 않냐"고 웃으면서 "미투가 터지는 게 다 돈을 안 챙겨주니까 터지는 것 아니냐. 돈은 없지, 바람은 피워야 되겠지, 그러니까 이해는 다 간다"고 했다.
김 씨는 "보수는 돈 주고 해야지 절대 그러면(돈 챙겨주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인생이 언제 잘나갈지 모르잖아. 그때 화를 당한다. 여자들이 무서워서"라고도 했다. '미투'가 돈을 받지 못한 여성들이 앙갚음용으로 제기해 벌어진 사건이라는 주장이다.
김 씨는 한편 "남편을 키운 건 문재인 정권"이라며 윤 후보가 대선후보가 된 배경 대한 자신의 주장도 거칠게 쏟아냈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빨리 끝내야 하는데 계속 키워서 검찰과 싸움이 된 것"이라며 "유튜브나 유시민(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자기 존재감 높이려고 계속 키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국의 적은 민주당"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박근혜를 탄핵시킨 건 진보가 아니라 보수다. 바보같은 것들이 진보와 문재인이 탄핵시켰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보수 내에서 탄핵시킨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김 씨는 15일 서면을 통해 해명을 했다고 '스트레이트'가 밝혔다. 답변서에서 김 씨는 "윤 후보의 정치 행보에 관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선거캠프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미투 발언에 대해선) 성을 착취한 일부 여권, 진보인사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매우 부적절한 말을 하게 됐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 "이명수 기자에게 캠프 자리를 알아봐주겠다는 말은 이 기자가 먼저 지금 일을 그만둔다고 해서 도와주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얘기"라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