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결정된 24일 박 전 대통령이 입원 중인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날 민주당과 이재명 대선후보는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아침에 출연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상황 파악이 안 된 듯 말을 아꼈고, 선거대책위원회 본부장단 회의도 메시지 정리를 위해 예정보다 30분 미뤄져 시작했다.
이 후보는 "문 대통령의 국민 통합에 대한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국정농단 피해자인 국민에게 박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며 "현실의 법정은 닫혀도 역사의 법정은 계속됨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광온·윤영찬 민주당 의원 등은 "건강 악화에 따른 인도적 배려"라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민 통합은 국민이 정의롭다고 판단해야 가능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국정농단 때 활약했던 안민석 의원은 "박근혜를 사면해주면 종범인 최순실도 풀어줘야 하냐"며 반발했다.
민주당은 사면 결정 과정에 이 후보나 당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해 '역풍' 가능성을 차단하는 모양새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정치적 부담을 당이나 이 후보에게 넘기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며 '대통령의 결단'임을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면이 이 후보보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미칠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봤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윤석열이 돼야 박근혜가 풀려난다'는 프레임에 마지못해 윤 후보를 밀었던 보수층엔 윤 후보의 필요성이 더 줄어들게 됐다"고 분석했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박 전 대통령 감옥행의 주역인 윤 후보는 향후 박 전 대통령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처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이 주목되는 윤 후보는 "사면은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건강이 좀 안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향후 정치적 역할에 대해선 윤 후보나 국민의힘 내 친박 의원들도 선을 그었다.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복당여론에 대한 질문에 "건강을 회복하시는 게 우선 아니겠냐. 너무 앞서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치료에 전념하고 병원에 계시는 동안 '정치인을 비롯해 어떤 분도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 주변에서 윤 후보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박 전 대통령의 등판이 쉽지 않은 이유다.
제3지대 인사들의 입장도 엇갈렸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이날 "적어도 촛불로 당선된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해서는 결코 안 될 사안"이라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날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말 몇 마디로 현역 의원을 감옥에 처넣은 사람이 사면이 되고, 그 피해 당사자는 가석방이라는 형식을 띠는 게 참으로 통탄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국민 통합을 위해 석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사면 소식이 전해지자 보수단체 회원 500명가량이 박 전 대통령이 입원한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주변에서 사면 환영 집회를 열었다.
[채종원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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