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은 사건을 해석하는 도구다. 사물이냐 사건이냐다. 사물은 그냥 관찰하면 되는데, 사건은 여럿이 모여서 계를 이루고 이차적인 변화를 일으키므로 퍼즐 맞추기가 만만치 않다. 사건은 해석이 필요하므로 도구를 써야 한다.
소금이 짜고 설탕이 단 것은 사물의 성질이다. 성질은 변하지 않으므로 믿을 수 있다. 그런데 구름이 비가 되어 내리고 과일이 썩는 것은 사건이다. 구름이 조금이면 괜찮은데 많이 모이면 비가 된다. 상자에 담긴 과일 중에 하나가 썩으면 순식간에 죄다 썩는다. 사건은 일정한 조건에서 갑자기 격발된다. 사건은 고유한 속성이 결정하는게 아니라 이차적인 조건이 결정하므로 헷갈리게 된다.
사건은 원인과 결과, 전체와 부분, 연결과 단절이 머리와 꼬리로 나누어 대칭을 이루고 톱니가 맞물려 돌아간다. 우리는 사물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퍼즐 맞추기를 시도하지만 사건의 복잡성이라는 장벽에 막혀 좌절한다. 사건은 진행하면서 열린계가 닫힌계로 바뀌고, 강체가 유체로 바뀌면서 객체의 고유한 속성은 의미가 없고 수학적 확률이 지배하게 된다.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사물이 재료라면 사건은 요리다. 요리사는 지지고 볶고 데치고 삶아서 원재료에 없는 새로운 맛을 도출해 낸다. 그것은 속성이 아니라 관계, 성격이 아니라 궁합이다. 사물을 보는 단순한 시선으로 복잡한 사건을 감당할 수 없다. 그런데 복잡한 것은 추려서 역으로 단순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구조의 힘이다.
구조론은 수학화 시켜서 보는 방법이다. 사건에 닫힌계를 걸어 외부 변수의 개입을 차단하고 판을 키워서 유체의 성질을 부여하면 자원이 가진 고유한 속성은 사라지고 수학적인 관계가 성질을 결정한다. 사건 내부에서 대칭을 이루고 토대를 공유하며 나란히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있다. 사건의 메커니즘을 끌고 가는 핸들이 있다. 그 핸들을 잡아야 한다. 비로소 정상에서 전모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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