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전국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정부의 대출규제와 3차 사전청약 등으로 추격 매수세가 끊어지면서 집값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집값상승률을 기록한 세종의 집값이 매주 떨어지면서 집값 하락이 현실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15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이전주(0.22%)에서 0.20%로 0.02%포인트 하락했다. 서울은 전주 상승률(0.14%)에서 0.01%포인트 하락한 0.13%를, 수도권은 0.23%에서 0.21%로 0.02%포인트 하락했다.
서울시내 아파트 [뉴시스]지방은 0.21%에서 0.18%로 0.03%포인트 하락했다. 이로써 서울의 경우 지난 8월23일(0.22%) 이래 12주 연속 상승세가 둔화됐다. 수도권은 지난 9월13일(0.40%) 이래 9주째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전국 부동산 시장의 상승폭이 점차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이 하락한 곳도 대거 나왔다.
특히 세종의 아파트 매맷가격은 무려 0.12%나 하락했다. 지난 8월9일(-0.15%) 이래 역대 최대치로 하락한 것이다. 이로써 세종시는 5월17일(-0.10%) 이래로 매주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특히 세종시는 지난해 집값 상승률 1위를 기록한 곳이어서 부동산 시장 전망에 상징성이 크다.
세종은 지난해 정치권 안팎에서 계속된 '세종천도론'으로 투기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김태년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7월 20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세종에 행정수도를 완성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세종시에 대규모의 투기자금이 몰려들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여당에서 지난해 7월 '세종시 국회·청와대 이전 계획'을 발표한 전후로 시세가 3억6천만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가 완료된 82개 단지의 집 한 채당 평균 가격은 2019년 12월 4억5천만원이였으나 지난 5월 8억1천만원까지 껑충 뛰었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로 인해 세종시의 투기 세력이 빠져나갔다. 여기에 지난해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 늘어난 입주물량 등이 세종 지역의 집값을 끌어내리고 있다. 부동산R114 에 따르면 올해 세종시 아파트 입주 물량은 7천668가구로, 지난해(5천655가구)보다 2천가구 많다.
정부의 계속되는 주택물량 공급도 한몫했다. 정부는 지난 7월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 방안' 후속조치로 제3차 신규 공공택지의 입지를 최종 확정했다. 정부는 대전시 죽동2지구와 세종시 조치원읍·연서면, 연기면 등 소규모 택지 3곳에 총 2만호를 공급할 예정이다.
세종시와 유사한 지역들도 집값이 일제히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구 역시 지난해 말부터 지난 3월까지 주간 매매값이 무려 0.30% 이상을 기록하며 세종 다음으로 높은 집값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구의 이달 셋째주 매매가격은 0.03% 하락했다.
대구지역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대구 부동산 가격을 이끌던 수성구까지도 매도자들이 호가를 조금씩 낮추고 있다"며 "집값이 너무 올랐는데, 대출조차 하지 못하는 만큼 결국 집값이 빠르게 오른 지역부터 하락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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