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무역 전쟁을 넘어 기술전쟁으로 전개된 지 오래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자동차 및 IT 기업에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란 명분을 앞세워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에 반도체 재고와 고객사 등의 민감한 정보를 요구한 것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흔들어 중국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도 많다.
미국은 첨단기술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 세계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반도체 등 핵심 기술에서 절대 중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 방첩안보센터(NCSC)는 미국이 핵심 첨단 기술을 주도해야 향후에도 초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NCSC는 중국과 러시아를 가장 큰 위협으로 지목했다. NCSC는 “이들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 기술을 훔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재 빼가기와 인수 합병, 해킹 및 스파이 활동 등 각종 방법을 동원해 미국의 기술을 훔치고 복제했다는 것이다.
NCSC는 “적대국의 행동은 미국의 주요 분야 경제 리더십을 빼앗고 산업 전반에서 미국의 역량을 위협할 수 있다”며 “자칫하면 미국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잃는 것을 넘어 미국의 기술력이 완전히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CNBC방송에 따르면 NCSC가 꼽은 핵심 첨단 기술은 5가지다.
지난 2019년 중국 상하이의 한 컨벤션센터에서 화웨이가 개최한 인공지능 관련 행사장에 보안 직원이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도 위협 대상으로 꼽힌다. 지난 2019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은 러시아 스콜로보 과학기술연구원 및 스콜코보 재단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콜코보 재단의 운영자는 러시아 재벌 빅토르 벡셀베르크다. 문제는 벡셀베르크가 러시아 정부를 위해 불법적으로 일한다는 의혹으로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라는 데 있다.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서 미국 IBM의 양자컴퓨터가 전시돼 있다.[AP=연합뉴스]
NCSC는 “대규모 양자 컴퓨터는 사이버 안보에서 공통으로 사용되는 프로토콜의 암호 해독까지 가능한 만큼, 국가 안보 및 경제 커뮤니케이션을 보호하는 인프라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자 컴퓨터를 통해 미국이 가진 모든 암호화 시스템을 깰 수 있고, 양자 레이더로 미국의 스텔스 항공기와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다는 게 NCSC의 분석이다.
중국과 러시아 등은 양자 컴퓨팅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있다는 게 NCSC의 분석이다.
이미 독일 바이엘 공장과 화이자의 중국 공장, 위탁제조사 씨맵(CMAB) 바이오파마 중국 공장이 모두 중국 우시 바이올로직스의 소유다. 나아가 우시는 미국 델라웨어와 매사추세츠, 아일랜드에도 제조 공장을 지으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NCSC가 경고한 대표적 사례는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이 한국 매그나칩반도체를 14억 달러(약 1조6000억원)에 인수한 일이다. NCSC는 이것이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야망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매그나칩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과 사물인터넷(IoT), 차량용 반도체 등 주요 분야에서 특허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2018년엔 미 연방수사국(FBI)이 자율주행차 기술 등 애플의 영업기밀을 몰래 빼내 중국 자동차업체로 이직하려 한 전직 애플 직원 엔지니어 장샤오랑을 체포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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