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연구소 김동렬 2021. 10. 27
서구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은 자유다. 우리가 서구에 가르쳐 주어야 할 것은 의리다. 자유 없는 의리는 좁은 곳에 몰려서 죽고, 의리 없는 자유는 넓은 곳에 흩어져 죽는다. 이 시대에 자유는 개인이 각자 챙겨야 할 몫이고, 의리는 집단이 훈련하여 손발을 맞춰놔야 하는 문제다.
독재국가나 종교국가는 여전히 자유의 쟁취가 중요하다. 개인의 자유가 확립된 민주국가라면 개인기가 갖추어져 있다고 보고 팀전술을 훈련해야 한다. 그것이 의리다. 의리는 옳고 그름의 판단이 아니라 훈련 문제다. 의리를 책으로 배운 사람은 위급한 상황에 몰리면 배신한다.
우리는 사물을 관찰하여 성질을 알아내고 그것을 지식으로 삼는다. 그런데 실패한다. 우리는 사물이 고유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믿지만 그게 막연한 생각이다. 고유한 성질은 없고 관측자와의 상대적인 관계가 성질로 행세한다. 관측자가 움직이면 성질이 변해 믿을 수 없다.
어떤 하나는 성질이 없고 둘이 짝짓는 공유결합 형태가 성질을 결정한다. 닫힌계를 지정하면 내부의 수학적 구조가 성질이 된다. 하나는 강체가 되고 여럿이면 유체가 된다. 하나는 외력에 맞서 자체를 보존하므로 강체가 되고 여럿이면 계 안에서 상대적인 위치를 얻으면 유체다.
유체의 성질을 수학적으로 해석한 것이 에너지다. 유체는 축과 대칭을 이용하여 자원을 한곳에 몰아주므로 방향성이 있다. 물은 소용돌이를 만들고 바람은 회오리를 만든다. 유체의 방향성은 고유하다. 원래 그렇다는 말이다. 별들의 자전과 공전은 태초의 각운동량이 유지된다.
에너지는 고유한 각운동량을 가지고 있으며 유체는 한 방향으로 몰아준다. 유체는 내부에서 간섭되고 상쇄되므로 특별할 수 없고 자원의 총량이 하나의 방향성으로 수렴되는게 방향성이다. 방향성을 만드는 것은 효율성이다. 유체는 간섭과 상쇄로 내부의 모순을 해소한다.
게임에 이겨서 방향을 정하는 것이 효율이다. 여럿이 계를 이루고 하나처럼 움직이면 효율성을 따른다. 효율은 확률로 파악된다. 유체는 큰수의 법칙이 작용하므로 내부의 자잘한 변수를 상쇄시켜 우연을 필연으로 바꾼다. 자원은 계를 이루고 일제히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생물은 환경과의 상호작용 정도를 높이는 한 방향으로 진화한다. 역사는 문명의 완성도를 높이는 한 방향으로 진보한다. 의리는 내부 상호작용 정도를 높이는 한 방향으로의 기동이다.
은하가 납작한 형태로 회전하고 별들이 자전하고 공전하는 이유는 태초의 각운동량을 잃어버리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유는 각운동량이다. 간섭되고 상쇄되면서도 각운동량을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집단이 한 방향으로 기동해야 한다. 그것이 의리다.
자유가 개인의 각운동량이라면 의리는 각운동량이 반영되는 유체의 방향성이다. 혼자일 때는 자유를 찾아 가고 싶은데로 가지만 여럿이면 의리를 좇아 이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지면 자유를 뺏긴다. 의리가 에너지다. 의리가 집단 내부에 권력을 만들고 계를 통제한다.
공자의 의리는 인간과 비인간을 구분했고, 맹자의 성선설은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동물적 본능을 강조했다. 의리는 이기는 전략이기도 하고, 동물적 본능이기도 하고, 게임에 참여하게 하는 평등이기도 하다.
의리는 자연법칙이다. – 강체가 모여서 유체의 성질을 획득하면 계는 상호작용의 증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외력의 작용에 맞서 합리성과 효율성을 획득한다. 자원들 사이에서 톱니의 맞물림이 기세를 끌어낸다.
의리는 이기는 전략이다. - 각운동량을 보존하는 방법은 이기는 것이다. 이기는 방법은 팀플레이다. 자원을 몰아주는 유체의 성질을 강화하는 집단이 이긴다. 존중받으려면 존중하고 대접받으려면 대접하는 것이 전략이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먼저 할 것과 나중 할 것을 구분한다. 의리는 액션이다. 액션의 원리를 따른다.
의리는 본능이다. – 부부, 부자, 동료, 사제, 군신, 국가와 국민의 의리, 인류와의 의리는 인간의 사회적 본능으로 타고나는 것이다. 그것을 어디까지 확대하여 해석하는 것은 본인이 주체성으로, 자유의지로 결정할 부분이다.
의리는 훈련이다. - 개는 생후 1년 안에 어미로부터 독립하고 부족민은 12살이 넘으면 자식을 쫓아낸다. 야만인의 낮은 의리를 문명인의 높은 의리로 바꾸려면 학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탁상공론으로 안 되고 의리는 실전에서 배워야 한다.
의리는 평등이다. – 의리는 균일한 계를 만들어 평등하게 게임에 참여하게 한다. 평등하지 않으면 게임에 참여하지 않으므로 이길 수 없다. 의리의 주적은 각운동량을 빼앗는 차별이다. 각운동량을 뺏기지 않으려면 동질성을 회복하여 공존하며 일제히 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
개인은 자유를 원하고 집단은 의리를 원한다. 자유의 크기는 개인의 매력에 비례한다. 매력은 능력과 체력과 지력을 포함한다. 개인의 매력이 게임 참가자의 각운동량이다. 지면 매력을 뺏긴다. 매력을 잃지 않으려면 이겨야 한다. 이기는 방법은 평등하게 한 방향으로 가는 의리다.
집단의 의리는 평소에 훈련하여 손발을 맞춰놔야 한다. 한솥밥을 먹고 한 침대에서 자며 차별과 맞서 싸워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 때는 의리를 전제해야 한다. 가족이거나 동료거나 뭔가 공유하는 것을 끌어내어 닫힌계를 만들어야 한다. 모르는 사람에게 참견하면 무례하다.
우리는 훈련하여 낯선 사람과도 공유하는 지점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여 프로토콜을 맞춰놔야 한다. 의리는 일체의 차별과 맞서고 불평등과 맞선다. 막연히 평등을 요구하고 차별을 비판할게 아니라 의리를 조직하여 차별을 제압하고 불평등과 싸워서 물리적으로 이겨야 한다.
탈근대니 똘레랑스니 정치적 올바름이니 하며 끝없이 새로운 유행어가 나오지만 일회용이다. 자유, 평등, 정의, 평화, 사랑, 행복, 민주 기타등등 관념어가 많지만 산만하다. 타인에게 말을 걸려면 한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자유와 승리를 동시에 가지게 하는 것은 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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