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연구소 김동렬 2021. 10. 06
정치판의 비극은 많은 부분이 무의식에 의해, 암묵적인 담합에 의해, 관습에 의해 처리되는데 있다.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부분이 거대하다. 윤석열이 무당정치로 정치를 희화화 시켰다. 조중동은 별거 아닌 까십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다면 최순실의 태블릿은 별거였던가?
그냥 태블릿이다. 어쩌라구? 그런데 정권이 넘어간다. 49년간 18명의 황제가 즉위한 로마의 군인황제시대와 같다. 군인황제들 중에 자연사는 둘이고 나머지 16명은 자살, 독살, 암살되었다. 15일만에 죽은 사람이 둘이다. 문제는 이들이 다 무능한 바보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군인들이 원래 똑똑하다. 최종승자가 황제가 되기 때문이다. 무능했다면 황제 근처에도 못 가봤을 것이다. 중국의 5대10국 시대는 더하다. 황제 자리를 가위바위보로 정하는 수준으로 막장이었다. 고려시대 무신정권도 막장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무인 출신이었다.
검사도 칼을 쓰는 무인이다. 문민정치로 가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중요한 것은 대표성이다. 문제는 대표성이라는 것이 상당부분 유전자에 새겨진 무의식이라는 점이다. 뭐가 대표성이야? 왜 사람들은 시골출신 유방을 따라 한나라 건국에 동참했을까? 대표성이 있었던 거다.
항우는 왜 안 되지? 대표성이 없었다. 유방에게는 있고 항우에게는 없는 것은? 유생들이었다. 유비에게는 있고 조조에게는 없는 것은? 유림의 지지다. 유생들이 무엇을 하지? 공론을 일으킨다. 대의명분을 만든다. 그것이 중요한가? 중요하다. 무의식적인 균형을 만들어준다.
대의명분이 별거랴. 지어내면 되잖아. 윤석열도 정권교체 명분 있잖아. 그런데 자기편끼리 손발이 안 맞는다. 결국 한두 명이 밀실에서 조정하게 되는데 그 사람이 무당이다. 군인들이 힘이 없어서 망한게 아니고 공사구분을 못하니 자기편끼리 손발이 안 맞아 망한 거다.
조선시대의 수탈이나 가렴주구라는게 뜯어가는 액수가 크지 않다. 러시아는 90 퍼센트 뜯어갔고 일본은 70 퍼센트 뜯어갔다. 액수가 중요한게 아니다. 뜯어간 재물은 봉건영주의 곳간에 쌓이고 농노들은 성에 와서 일을 해주고 일당으로 받아가니 다시 농부에게로 돌아간다.
조선이 세금은 적은데 시스템 미비로 중간에 90 퍼센트가 새고 임금의 곳간에 도달하는게 없는게 문제다. 결국 한 넘이 독박을 쓰고 그 한 사람은 궁지에 몰려 반란을 일으킨다. 혼란이 계속된다. 아무도 황제의 말을 안 듣는다. 군인황제 시절도 이와 비슷한 이유의 혼란이다.
장군들은 로마에 없고 라인강 전선에 있다. 원로원과 소통되지 않는다. 카이사르가 삼두정치를 해도 중재와 협상을 하는데 원로원이 무력화 되니 공사구분이 안 되고 최종적으로 한 사람이 밀실에서 결정하는게 망하는 원인이다. 자기편끼리 손 발이 안맞으니까 못해먹는다.
유방은 회의를 했는데 항우는 범증을 잃고나서 회의가 필요없게 되었다. 자신의 무력이 워낙 뛰어나니까. 유방은 한신, 팽월과 나누므로 힘의 균형이 작동해서 신하들이 어디에 끼어야 할지 눈치를 채는데 항우는 그냥 본인의 변덕에 달렸다.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치를 희화화 시키면 국민이 정권에 협조하려고 해도 불가능하다. 일베충들이 하는 짓은 노무현을 웃음거리로 만들어 협조하지 않는 분위기로 몰아가는 것이다. 인간의 무의식을 이용하는, 국민을 상대로 하는 고도의 심리전이었다. 이명박이 사주하고 국정원이 실행했다.
윤석열은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어 국민이 협조하지 않도록 무의식을 조종하고 있다. 당선되어도 바로 이명박 된다. 안철수와 홍준표도 개그를 너무 많이 쳐서 위엄을 잃고 스스로 희화화 된 것이다. 정치인은 반드시 위엄이 있어야 한다. 대표성에서 위엄이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정치의 본질인 대표성이 뭔지 언어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것은 신뢰와 룰과 공론과 미디어가 참여해서 만드는 복잡한 균형이다. 구조론으로 보면 그것은 밸런스의 방향성과 기세다. 조중동이 언론을 왜곡하므로 윤석열은 애초부터 대표성을 상실한 것이다.
공의 정치에 무당이라는 사가 끼어드는 즉, 쥴리와 김미경이 끼어드는 즉, 사조직과 패거리가 끼어드는 즉, 망한다. 균형이 무너지고, 밸런스가 망하고, 시스템이 망하고, 공론이 망하고, 사가 공을 이긴다. 무의식에서 이미 깨져 있다. 무의식은 언제라도 힘의 균형을 추구한다.
중국의 몰락은 조조 이래 행해진 도교정치가 원인이다. 무위를 실천하므로 관리들은 일을 하지 않았다. 그게 청담사상이다. 나라가 망해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아야 했다. 전투가 치열한데도 한가하게 바둑을 둔다. 부하가 와서 승전을 알려주니 손가락 끝이 살짝 떨렸다고.
바둑상대를 해준 사람이 물었다. 아까 무슨 기별이 왔소? 별거 아냐. 내 자식이 전쟁에 이겼다더군. 손가락을 살짝 떨었던 일로 욕을 먹었다. 겨우 적군 백만 명 죽인거 가지고 무려 손가락을 떨다니. 무슨 신선이 손가락을 떨어. 흥. 이러고 놀아나다가 동진도 결국 멸망했다.
동진이 8만 명으로 전진의 100만 명을 죽인 비수대전에서 동진의 재상 사안의 이야기. 인류의 전쟁역사상 가장 큰 스코어 차로 유명하다. 유교의 공과 대비되는 도교의 사다. 일본 재벌오너들은 아직도 이런 짓을 하고 있다. 오너가 회사 경영실적을 꿰고 있다고? 망신이다.
아무것도 몰라야 해. 키신저가 마오와 회담할 때다. 키신저가 수치를 들이대며 조모조목 질문하자 마오가 말했다. 우리같은 대인배가 숫자를 논하다니 이런 망신이 있나. 우리같은 영웅들은 한시를 읊어야 한다네. 마오는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다고.
사실 아는 것도 없었다. 시진핑도 마찬가지. 시진핑이 국내사정을 알까? 알면 큰일나는데도? 모른다는 이유로 왕위에 올랐는데도? 구조론으로 보면 답은 상호작용이다. 문민정치는 어떻게든 균형을 만들어낸다. 대의명분은 프로파간다에 불과하고 힘의 균형이 중요한 것이다.
일방작용이 되어 균형이 무너지면 국민이 정권에 협조하려고 해도 방법이 없다. 민주주의는 균형을 만드는 방법일 뿐. 정치가 희화화 되면 보이지 않는 균형이 무너지고, 대표성이 무너지고, 위엄이 무너지고, 손발이 안 맞고 부하가 명령을 따르지 않으니 각자도생 끝에 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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