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경담 입력 2021. 08. 30. 15:00 수정 2021. 08. 30. 15:17
교보생명, 100번 째 광화문 글판 공개
'춤만큼은 마음 가는 대로' BTS 작성
"기존 형식 탈피한 독창적 예술작품"
새 계절이 올 때마다 따듯한 글귀로 시민들의 마음에 위안을 선사했던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이 30일 100번 째 메시지를 공개했다. 가을 동안 광화문을 지킬 이번 글귀는 '[춤]만큼은 마음 가는 대로, 허락은 필요 없어'로 방탄소년단(BTS)이 특별히 제작한 문구다.
방탄소년단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희망을 전하기 위해 문안 작업에 흔쾌히 동참했다. 코로나19로 많은 제약이 있는 가운데 허락받지 않고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찾자는 의미를 담았다.
특히 기존 글판의 문법과 형식에서 벗어나 괄호를 사용해 시민 누구나 자신만의 문구를 만들도록 하는 등 독창적으로 표현했다. 아울러 광화문 어디서든 눈에 띄도록 농구 코트의 4.5배에 이르는 초대형 글판으로 제작됐다.
방탄소년단은 "저희는 누군가에게 허락받지 않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춤'이라고 생각했다"며 "각자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을 찾아 문안 속 괄호 안에 여러분만의 자유를 표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 외벽에 100번 째 광화문 글판 '춤만큼은 마음 가는 대로, 허락은 필요 없어'가 래핑돼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1991년 처음 선보인 광화문 글판은 계절마다 새로운 문구로 시민들을 찾아왔다. 1호 글귀가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 활력 다시 찾자'로 199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계몽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위로를 주는 감성 문구로 바뀌었다. 시인 나태주가 쓴 '풀꽃'의 시구인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가 대표적이다.
광화문 글판은 30년간 광화문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지키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로 성장했다. 시, 노래 등 다양한 작품에서 문안을 발췌한 데 더해 아름다운 디자인을 입혀 예술작품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치수 교보생명 전무는 "100번 째 광화문 글판은 글판의 공익적 가치와 방탄소년단이 가진 선한 영향력, 아티스트들의 개성 넘치는 디자인이 더해져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했다"며 "글판의 따듯한 힐링 메시지가 글로벌 시민 모두에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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