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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진이 형’이 야구로 꾸는 꿈…두 개의 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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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20. 11. 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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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진이 형’이 야구로 꾸는 꿈…두 개의 유니버스

스포츠경향 기사입력 2020.11.25. 오후 04:55 최종수정 2020.11.25. 오후 04:56 기사원문

 

[스포츠경향]


NC 다이노스 김택진 구단주(53)가 고척 그라운드에 섰다. 검은 천을 걷어내자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최고급 아이템 집행검의 대형 모형이 등장했다. NC 포수 김태군은 “그냥 트로피려니 생각했다. 선수들 모두 그 순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 구단주는 자신이 그 검을 드는 대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주장 양의지가 나와서 그 검을 뽑아 들었다. NC 다이노스 창단 첫 우승을 화려하게 장식한 세리머니였다. ‘택진이 형’이 야구로 꾼 꿈 중 하나가 현실화 되는 순간이었다.

 

NC 다이노스 김택진 구단주(가운데)가 24일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뒤 모형 집행검을 선보이고 있다. | NC 다이노스 제공


NC 창단 대표이사였던 이태일 스포츠투아이 대표는 “구단주님과 야구를 두고 ‘영화 같은 다큐멘터리’라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택진 구단주는 ‘리니지’로 대표되는 온라인 게임 회사인 NC 소프트 대표이사다. 이 대표는 “게임 속 세계는 게임 안에서 판타지를 만든다면, 현실에서 또 하나의 세계 또는 판타지를 만드는 과정이 야구에 있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구단주는 야구광으로 알려져있다. 2011년 NC 창단 기자회견 때 “어릴 적 야구만화를 보면서 키워왔던 꿈이 현실이 됐다”며 “빠른 공을 던지고 싶어서 모래 주머니를 차고 다녔고, 커브를 잘 던지고 싶어서 벽에다 공을 던지며 연습했다”고 말했다. 최동원의 열혈 팬으로 2011년 빈소에 조문을 갔을 때는 오열을 했다.


게임이 그 안에서 하나의 ‘유니버스’를 만든다면, 야구 역시 시·공간을 엮는 ‘유니버스’를 만든다.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야구가 하나의 유니버스(界)임을 확인하고 야구 통계를 통해 ‘왜 4할타자가 나오지 않는지’를 검토한 뒤 생물학적으로 안정된 계에서 돌연변이가 덜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 구단주의 야구는 또 하나의 ‘유니버스’다. 구단의 역사가 쌓이고, 선수라는 영웅들의 스토리가 엮인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산되고 준비된 플레이에 우연이 겹치며 야구라는 경기를 만들어낸다. 이 대표는 “(김 구단주는)야구를 이야기할 때 마운드 디자인, 수비 디자인, 타선 디자인 등의 표현을 많이 썼다. 야구를 크고 넓은 시야에서 봤고 이해도가 아주 높다”고 말했다.

 

NC 다이노스 김택진 구단주가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우승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다. 고척 | 이석우 기자


NC 황순현 대표는 김 구단주에 대해 “야구 뿐만 아니라 스포츠가 가진 긍정적 의미와 가치에 대한 평가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스포츠를 해야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사이클과 수영 실력이 아마추어 수준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NC 소프트의 연례 행사인 ‘뚜르 드 NC’에도 자주 참여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로 달린 뒤 창원에서 NC 홈경기를 관람한 적도 있다.


‘유니버스’로서의 야구에 대한 이해는 선수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진다. NC 다이노스 선수들은 창단 초기부터 원정 숙소 1인 1실을 썼다. 모창민의 요청에 따라 FA 양의지 영입을 추진했다. 황 대표는 “경기 내용, 운영 방식에 대한 간여는 전혀 없다. 대신 선수 부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치료하는지, 얼마나 걸리는지 꼬박꼬박 물어본다”고 말했다.


김 구단주는 창단 때 “야구로 감동을 줄 수 있고, 훌륭한 야구인을 배출할 수 있는 역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해 보고 싶다. 구단주로서 사회적 약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야구단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정규시즌 우승 확정 때는 “야구단을 창단하며 가장 필요했던 것은 기회였다”며 “소프트와 다이노스 모두 끊임없이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는 힘과 열정이 있다”고 말했다.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우승 시상식에서 김택진 구단주를 헹가래치고 있다. 고척 | 이석우 기자


그 꿈과 목표의 첫 단추가 채워졌다. 9번째 구단의 첫 우승이 완성된 순간, 집행검 세리머니는 게임의 유니버스와 야구의 유니버스가 한 곳에서 만나는 상징적 의미를 더했다. 구단주가 아닌 양의지가 검을 뽑아들었고, 새로운 가치 창출의 가능성도 함께 열렸다. 게임과 야구는 현실을 잊고 도망가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꿈을 꾸는 곳, 기회가 열리는 곳이 된다. ‘택진이 형’이 꿈 꾸는 유니버스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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