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입력 2020.11.22. 06:00 수정 2020.11.22. 06:57
[MT리포트]K팝엔 군무만? 저항도 있다(上)
[편집자주] 칼군무로 상징되는 K팝은 혹독한 연습생 생활과 다년계약으로 비난받기 일쑤였다. 자연스레 자유와 저항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하지만 BTS와 블랙핑크 등으로 인해 전세계 각국으로 확산된 팬들은 K팝을 진화시켰다.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BLM) 시위와 홍콩, 태국과 칠레 등에서는 정권에 대한 항의 수단으로까지 승화시킨 것이다. 아미(A.R.M.Y)는 저항의 동맹군(Allied Forces)이 됐다.
BTS '노란우산' 쓰자...'홍콩 지지' 팬덤 더 커졌다
BTS 2021년 시즌스 그리팅 영상에 노란우산을 쓴 정국. /사진=BTS 유튜브 캡처.
"K팝을 이용해 자신의 견해를 전하지 말아주세요. 한국에서 활동을 멈춰주세요."
지난해 8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 반대 시위를 두고 중국 옹호 입장을 밝힌 중화권 출신 K팝 아이돌들에게 이러한 원성이 쏟아졌다고 보도했다.
당시 홍콩 경찰 지지, 즉 중국 본토의 대응 방식에 찬성 입장을 나타낸건 에프엑스의 빅토리아, 갓세븐 잭슨, 엑소 레이, 워너원 출신 라이관린, 우주소녀 성소 등이었다.
노란우산을 쓴 홍콩 시위대 모습. /AFPBBNews=뉴스1
SCMP는 "K팝 팬들 중 일부는 중국 시장의 가치가 홍콩 보다 크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발언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라는 반응"이라면서도 "중국에 대한 충성 맹세에 K팝 팬들이 크게 반발했고, 갓세븐은 결국 홍콩 공연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권 K팝 팬들에게 큰 실망과 혼란이 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이러한 원성은 팬들의 거대한 함성으로 확대됐다. 방탄소년단(BTS)이 지난달 밴플리트상을 수상하면서 6.25전쟁 관련해 "한국과 미국이 함께 시련을 겪었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었다.
중국에선 중국군의 희생을 무시했다며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정부 차원에서의 검열도 가해졌다. 중국의 BTS 때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K팝 팬심은 오히려 더 무섭게 불타는 양상이다. 홍콩 시위 문제와 같이 중국이 민감해 하는 사안에 대한 관심과 지지만 커지고 있다.
BTS 2021년 시즌스 그리팅 영상에 노란우산을 쓴 멤버들 모습. /사진=BTS 유튜브 캡처.
지난 17일 홍콩 빈과일보는 BTS가 지난 10일 공개한 2021년 시즌그리피팅 프리뷰에서 멤버 정국이 검은색 정장에 노란 우산을 들고 있는 모습, 또 홍보 포스터에서 파란 배경의 군중 속 홀로 노란 우비를 입고 서있는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마치 홍콩 시위를 연상시킨다고 했다.
빈과일보는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팬들은 이같은 장면을 본 후 '너무 많은 우연은 우연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면서 "팬들은 BTS가 중국 본토 네티즌들과 공격과 불매운동을 무시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 반색하고 있다. 너무 명백해 보이지만, 오해라 할지라도 이건 아름다운 오해"라고 전했다.
홀로 노란 우비를 쓴 인물이 홍보 포스터에 등장하면서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팬들은 이것이 홍콩 시위 지지의 표시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사진=BTS 유튜브 캡처.
SCMP 또한 소셜미디어에서 수많은 K팝 팬들이 BTS의 노란우산을 홍콩 시위 지지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으며,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선 이를 두고 또다시 BTS를 비난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한 K팝팬은 SCMP에 "이번 홍콩 시위와 관련해서 난 한국인들을 정말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 빈과일보의 기사에도 "BTS를 응원한다"거나 "진정한 K팝은 하나의 시장에 압도 당하지 않는 것" 등의 지지 댓글이 올라왔다.
2014년 홍콩 민주화 운동인 '우산혁명'을 이끌었던 운동가 조슈아 웡도 지난달 스스로를 '아미(BTS 팬덤)'이라고 밝히면서 BTS의 한국전쟁 발언을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전세계 아미들은 BTS 곁에 서서 굴하지 않는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도 했다.
홍콩 민주화 운동 주역인 조슈아 웡. /AFPBBNews=뉴스1
최근에는 왜곡된 역사를 전파하는 중국의 '항미원조(한국전을 부르는 중국식 명칭)' 70주년 기념을 옹호한 중국 출신 아이돌들의 국내 활동 금지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워싱턴포트스트(WP)는 중국의 BTS 때리기를 두고 "중국이 BTS에 도전했다 완패했다. BTS 영향력을 과소평가한 중국의 실수"라고 했고, 포린폴리시(FP)는 '아미'가 반중 누리꾼 집단인 '밀크티 동맹'에 합류하면 아시아에서의 반중정서가 극대화할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강기준 기자
BTS라고? 집어치워!…K팝에 신경 곤두선 中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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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검열까지...정치적 뜨거운 감자된 K팝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방탄소년단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BE (Deluxe Edition)' 글로벌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가지고 있다. 왼쪽부터 뷔, 진, 정국, RM, 지민, 제이홉. 2020.11.20. dadazon@newsis.com
홍콩의 유력매체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6일 '한국의 K팝이 중국 공산당과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지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면서 중국 대학 강의에서 BTS(방탄소년단) 관련 내용이 검열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쓰촨대-피츠버그학원(SCUPI)에 근무하는 한국 국적 정아름 조교수가 최근 K팝의 소프트파워에 대한 강의를 할 예정이었으나 학교가 BTS 관련 부분을 삭제하라고 종용해 강의를 거부했다.
정 교수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학술기관이 강의 내용을, 그것도 국수주의자들이 뿜어낸 터무니없는 말을 근거로 검열하려는 것에 대해 기분이 상했다"고 말했다. BTS 부분을 삭제하는 대신 강의를 거부한 정씨는 "나는 자기검열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달 BTS의 밴 플리트상 수상 소감이 중국에서 파장을 일으키면서 교육현장에서 BTS 관련 검열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이와 관련 BTS의 발언에 대해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왔다.
SCMP는 "중국의 수많은 젊은층이 BTS 등 K팝에 매료되면서 K팝이 중국 당국에 의해 '정치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BTS의 경우도 일부 극우매체와 네티즌 들이 BTS를 공격했지만 과민반응을 보였다며 오히려 역풍을 맞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공식입장이 아니라며 선을 그으며 논란이 일단락된 듯 했으나 BTS 강의 내용 검열이 알려지면서 뒤로는 검열을 진행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용인=뉴스1) 조태형 기자 = 생후 107일이 된 아기 판다 '푸바오'가 4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공개되고 있다.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의미를 가진 푸바오는 에버랜드 홈페이지와 공식 SNS 등 온·오프라인 투표를 통해 선정된 이름이다. 2020.11.4/뉴스1
◇中 애국세대, 이익에 반하면 무차별 공격
K팝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국 정치체계와 소소한 충돌이 도드라지고 있다. 걸그룹 블랙핑크는 최근 판다와 접촉하는 1일 사육사 체험에 나섰다가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다. 멤버들이 장갑이나 마스크를 끼지 않고 판다를 만졌다는 것인데 중국 네티즌들은 이런 행동이 중국의 '국보'로 불리는 판다의 건강에 위험을 끼칠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가수 이효리는 한 예능프로에서 "예명으로 마오 어때요?"라고 말했다가 중국 네티즌들은 이효리가 우리에게 세종대왕과 같은 존재인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전 국가주석을 모욕했다며 십자포화를 쏟아 부었다.
중국 네티즌들의 이런 반응은 2016년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가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것이 논란이 된 것과 유사하다. 쯔위는 무심결에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가 공개 사과까지 해야 했다.
슈퍼주니어 최시원이 홍콩 시위와 관련한 한 인터뷰를 리트윗 했다가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최시원의 리트윗을 홍콩 시위 지지 표현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최시원은 해당 내용을 삭제하고 자신의 웨이보에 글을 올려 "나는 단지 (홍콩의) 혼란과 폭력 사태가 조속히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관심을 표현했을 뿐"이라고 해명해야 했다.
[베이징=AP/뉴시스]17일 중국 베이징 싼리툰 거리에 개점한 애플의 플래그십 매장 앞에서 이곳 직원이 몰려든 애플 팬들을 통제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6.8%까지 추락했던 중국 경제가 2분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반등했다고 발표했다. 2020.07.17.
이같은 충돌은 K팝에 관심이 많은 중국 밀레니얼세대에 대한 애국주의 교육이 맞물리면서 벌어지는 일로 평가된다. K팝은 유튜브와 SNS를 전세계로 뻗어나가고 있고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에서 유독 중국을 공격하는 듯한 일들에 대해 과민반응이 나오는 것은 중국의 젊은 네티즌들이 애국주의 강화교육을 받은 첫 세대이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2000년대 출생한 '링링허우(00后)'는 2013년 시진핑(習近平) 시대 강화된 애국주의 교육을 온전히 받은 첫 세대다.
이들은 중국이 강국의 반열에 올라선 이후 자랐는데, 애국주의 교육이 강화되면서 맹목적 애국주의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상 통제가 절실한 중국 정부 입장에선 맹목적 애국주의의 발현이 싫지 않을 수 있다.
또 K팝의 확산이 정치적인 목소리로 이어지는 것이 결코 달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 K팝이라고 강력한 통제와 보복이 뒤따를 수 있다는 의미다.
베이징(중국)=김명룡 기자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drag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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