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늘어나고 집값 급락…1년 새 2억씩 빠지기도
유행처럼 번지던 제주살이 '시들'
중국발 투자 열풍도 꺾여
한때 뜨거웠던 제주 주택시장이 얼어붙었다. 거래는 뚝 끊겼으며 집값 하락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제주 전경. 한경DB
‘제주살이’ 열풍으로 한때 뜨거웠던 제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거래는 뚝 끊겼고 집값 하락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발(發) 투자열풍이 사그라들었고 공급과잉으로 인한 집값 하락이 지속되고 있던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친 탓이다.
제주를 오가는 항공편이 급감하고 관광산업이 위축되면서 인구유입이 감소됐다. 유행처럼 번졌던 '제주 한달살기'를 위한 집을 비롯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수익형 부동산(게스트 하우스), 시세차익을 고려한 투자 등 제주주택 수요는 전방위적으로 감소했다.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제주 서귀포 강정동 중흥S클래스 전용 84㎡는 지난달 4억15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이 주택형은 2018년 12월만 해도 6억1100만원에 실거래되던 아파트다. 거래가만 놓고보면 약 1년 반만에 2억원 가량 떨어진 셈이다. 집값은 계속해서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계속해서 매수세가 줄더니 거래가 거의 안되고 있다”며 “3~4년 전 가격으로 회귀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제주시 노형동 노형e편한세상 전용 126㎡은 1년새 2억원 가까이 폭락했다. 이 주택형은 지난해 3월 8억30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찍었지만 작년 말부터 계속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 2월에는 6억5000만원에 겨우 새주인을 찾았다. 노형동 부영3차아파트 전용 84㎡도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이 주택형은 2018년 11월 4억8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3억9500만원에 손바뀜하며 1년반새 1억원가량 내렸다.
올 들어 제주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대규모 미달사태가 발생하고, 기존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도 멈췄다. 제주에서 주택가격이 가장 비싼 제주공항 주변 주거지 모습. 한경DB
◆땅값도 '뚝', 경매시장까지 '꽁꽁'
제주 부동산 시장 불황의 여파는 주택시장 뿐만 아니라 땅값에서도 나타난다. 제주도의 올해 1분기 지가변동률은 –0.94%를 기록해 전국 17개시‧도 중 유일하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국이 0.92%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2015~2016년만 해도 연간 지가상승률이 각각 7.57%, 8.33%에 달해 전국에서 가장 높았지만 상황이 역전됐다. 토지거래량에서도 제주도 부동산 시장의 불황이 드러난다. 올 1분기 제주도의 전체 토지 거래량은 작년 1분기 대비 15.3% 줄었다. 순수 토지거래량만을 놓고 보면 26.5% 급감했다. 거래량 하락률 모두 전국 1위다.
경매시장 거래 건수도 감소 추세다. 경매에 나온 물건 4건 중 3건은 주인을 못 찾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 토지 낙찰률(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은 24.6%에 그쳤다. 총 207개 물건이 경매에 나왔는데, 51건만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74.6%에 불과했다. 제주 경매 시장에서 토지는 최근 20개월 동안 월별 낙찰가율이 한 번도 100%를 넘지 못했다. 대부분 감정가보다 낮게 낙찰됐다는 얘기다. 제주 토지 시장이 뜨거웠던 2016년 낙찰률이 70%, 낙찰가율은 123.2%였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반의 반토막 난 셈이다.
중국인의 토지 매입이 일부 취소된 제주 헬스케어타운 모습. 연합뉴스
◆"국외·국내 투자자들 다 떠났다"
전문가들은 인구 유출을 제주 집값 하락의 주원인으로 지목했다. 서울에서 제주로 오는 인구보다 제주에서 서울로 떠나는 인구가 많다는 얘기다. 작년에는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제주에서 서울로의 인구이동건수가 증가했다.
통계청의 인구이동 통계 자료를 보면 2019년에는 제주에서 서울로 총 10명이 순이동(전입-전출)했다.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서울로의 전입인구가 더 많았다. 제주로의 순이동은 2015년 4083명에 달해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2016년 3831명 △2017년 3195명 △2018년 2109명 등으로 매년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10명이지만 서울로 떠난 이들의 인구수가 더 많아지게 됐다.
제주시 Y공인 관계자는 “2010년 이후 은퇴 노년층이나 국제입학을 노린 강남권 거주자들이 유행처럼 제주에 밀려 들어왔지만 최근엔 한풀 꺾이는 분위기”라며 “생각보다 적응이 쉽지 않고 최근 관광산업이 침체되면서 일자리나 경기가 불안정해진 점도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