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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떠나자 손 든 건물주..삼청동, 임대료 50%까지 내렸다

부동산

by 21세기 나의조국 2019. 1. 2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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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떠나자 손 든 건물주..삼청동, 임대료 50%까지 내렸다

김영주 입력 2019.01.28. 00:33 수정 2019.01.28. 10:18        




임대료 폭등에 맛집·손님 떠나
음식값 20% 할인, 1+1 서비스
식당 메뉴까지 바꾸며 안간힘
"강남선 공실 생겨도 임대료 유지"

서울 삼청동 인근 회사원 대상 ‘전 메뉴 20% 할인’에 나선 삼청동 ‘빈스빈스’ 카페. [김영주 기자]
서울 종로구 삼청동이 ‘디스카운트(할인)’ 중이다. 경복궁, 청와대 근처에 있는 삼청동은 북촌, 인사동과 함께 대표적 관광코스로 꼽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하지만 인기 탓에 상가 임대료가 폭등했다. 임대료 부담을 견디지 못한 상인이 하나둘씩 떠나며 2016년부터 삼청동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 후폭풍으로 1년 넘게 비어 있는 상가가 속출하자 결국 건물주가 손을 들었다. 임대료를 내리기 시작했다. 많게는 50%까지 내렸다. 임대료 인하는 외식업의 가격 할인으로 이어졌다. 상인은 2~3년 전보다 메뉴 가격을 10~20% 낮추거나 ‘1+1’ 서비스 정책을 쓰며 예전 삼청동의 영화를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7일 삼청동 부동산중개소와 상인에 따르면 최근 임대차 계약을 맺은 한 카페의 임대료는 2년 전 월 350만원(보증금 7000만원)에서 250만원(보증금 5000만원)으로 내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중개소 대표는 “가장 최근 계약으로 실제로 삼청동 임대료가 내려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삼청동 월별 유동인구
300㎡ 규모로 삼청동의 대표적인 카페인 ‘슬로우파크’의 임대료는 월 1000만원 안팎이다. 4~5년 전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슬로우파크 최택균(45) 대표는 “아버지 소유 건물인데 2년 전보다 400만~500만원 내렸다”며 “삼청동에 있는 또 다른 아버지 명의 건물의 임대료도 2~3년 전보다 40% 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로수길 등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공실이 생겨도 건물주가 임대료를 내리지 않는데 특이한 경우”라고 말했다. 
          

임대료와 함께 외식 업종의 가격도 소폭 내렸다. 슬로우파크는 지난해 9월 재개장하며 브런치 등 가격을 10% 내렸다. 최 대표는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지난 한 달 평균 매출이 예전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격을 낮추고 고용 인원을 8~9명까지 늘려 서비스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스시고는 지난해 11월부터 ‘5년 전 가격’을 내세우며 할인 정책을 폈다. 하지원(42) 스시고 대표는 “가격을 내려서라도 어떻게든 손님을 잡아보려 했지만 쉽지 않다”며 “다음 달에 메뉴를 전부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빈스빈스’ 삼청점은 매장 앞에 ‘회사원 대상 전 메뉴 20% 할인’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삼청동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카페진선’도 지난해 9월 브런치 메뉴를 내놓으며 ‘1+1’ 정책과 함께 일부 메뉴의 가격을 소폭 내렸다.


삼청동은 2000년대 이후 청와대 앞 개방으로 관광객이 늘고 아기자기한 공방과 솜씨 좋은 오너 셰프가 모여들면서 상권이 형성됐다. 2010년부터 5년간은 삼청동의 전성기로 ‘강남 청담동’에 맞먹는 강북의 대표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에 원주민 건물주에서 ‘강남 건물주’로 손바뀜이 일어나면서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솟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삼청동의 유동인구(삼청동주민센터 반경 100m)는 1400명으로 1년 새 22%가 줄었다. 삼청동의 한 부동산중개소 대표는 “맛집이 들어와야 유동인구가 늘어난다”며 “잘나가던 시절보다 영업권이 현저히 떨어진 만큼 그에 맞는 임대료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임대료 인하 움직임에도 삼청동의 부활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경기 침체에다 경쟁 상대인 익선동 상권은 날로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청동 상권이 시작되는 삼청로 61에서 146까지 150여 개(1층 기준) 점포 중 20여 개는 빈 상가로 남아 있다. 2년 가까이 비어 있는 건물도 있다. 상인들은 “보통 3월이 되면 공실이 메워지지만 올봄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조 교수는 “상인연합회나 조합이 힘을 모아 새마을운동 하듯 상권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며 “삼청동이 되살아난다면 젠트리피케이션을 극복한 사례가 될 것이고 그러면 다른 데도 임대료 인하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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