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019년 연평균 40만가구 입주… 예년 대비 공급 54% 늘며 임차인 찾기 어려워
#서울 공덕동 아파트를 소유한 A씨는 전세 세입자로부터 에어컨을 놔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A씨는 "세입자 구하기가 힘들어 에어컨을 해줘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성북구 길음동 신축아파트 집주인 B씨는 에어컨은 물론 현관 중문 설치, 곰팡이 제거를 위한 줄눈 시공, 입주 청소까지 해주기로 약속했다. B씨는 "인근에 입주 물량이 많아 이렇게라도 해야 세입자를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일부 지역 아파트 집주인들이 '세입자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전세 물량이 많고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서다. 세입자들도 에어컨 설치, 인터넷 가입 등을 요구하며 눈높이가 높아진 모양새다. 세입자 찾기가 어려워지며 전세가는 하락세다. 28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는 8주 연속,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11주 연속 내리며 해당 기간 각각 0.74%, 0.62% 떨어졌다.
수요에 비해 많은 공급이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입주 예정 아파트는 39만가구로 2017년부터 최근 3년 간 연평균 40만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7~2016년 연평균 26만가구 대비 54% 증가한 수준이다. 여기에 전세가율이 높던 2017년 '갭투자' 했던 사람들의 전세 물량이 시장에 풀리며 세입자가 귀해졌다는 분석이다. 동탄신도시도 지난해 2만2431가구에 이어 올해 1만3519가구가 입주에 들어가며 전세 물량이 급증했다. 이에 세입자가 에어컨을 달아달라고 하는 것이 유행이 됐다는 전언이다. 실제 동탄 내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세입자들이 우위에 있는 시장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한 주택임대사업자는 "인터넷 등 세입자들의 요구사항이 많아지는데 이를 최대한 맞춰주고 있다"며 "주변에서는 집주인이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시켜준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올해 이 같은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전체적으로 전세가 안정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지역별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충청, 경기도 화성·동탄·평택, 서울 동남권 등처럼 입주물량이 쏠린 지역은 역전세난, 전셋값 하락 현상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