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올들어 자녀나 배우자에게 물려준 주택 물량이 지난 한해의 증여건수를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초 규제지역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에 이어 최근 2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중과 계획까지 발표되면서 절세를 위한 다주택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전국 주택거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국의 주택 증여건수는 총 9만2천178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한 해 전체 증여건수인 8만9천312건을 10개월 만에 넘어선 것으로, 역대 최대치다.
올해 주택 증여건수는 지난 4월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연초부터 늘기 시작해 지난 3월에는 1만1천799건이 신고되며 연중 최대를 기록했다.
증여할 때 내야하는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 다주택자의 양도세가 중과되는 4월 이전에 미리 증여하려는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린 것이다.
이후 4월 8천993건, 5월 8천436건, 6월 7천846건으로 감소세를 보이던 증여건수는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불붙기 시작한 7월에 9천583건, 8월 1만130건으로 증가했다.
집값이 올라 양도세 부담이 커지면서 당장 집을 파느니 자녀 등에 물려줘 절세를 하려는 사전 증여가 늘어난 것이다.
그러다 9·13부동산 대책 발표 여파로 9월에는 증여건수가 7천540건으로 크게 감소했으나 지난달 다시 1만270건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36.2% 늘었다.
정부가 9·13대책에서 규제지역내 3주택자는 물론 2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도 종부세를 중과하기로 하면서 내년부터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담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증여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내년 초 발표될 주택 공시가격 인상 움직임도 영향을 미쳤다.
김종필 세무사는 "9·13대책 발표 직후 잠시 관망하던 다주택자들이 10월 이후 다시 증여를 하거나 임대사업 등록을 하는 등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며 "9·13대책에서 밝힌 종부세 중과에 이어 내년 서울과 인근 수도권의 주택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절세 차원에서 증여를 검토하는 사람이 다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서울의 주택 증여건수는 1∼10월에 이미 2만(2만765)건을 넘어섰다. 지난 1년치 증여 건수(1만4천860건)보다 39.7% 증가한 수치다.
특히 강남구의 1∼10월 누적 증여건수는 총 2천459건으로 작년 1년치 증여 건수(1천77건)보다 128.3% 늘었다.
서초구는 1∼10월 1천918건의 증여가 이뤄져 작년 1년치(1천107건)보다 73.3% 증가했고, 송파구는 올해 1천636건으로 지난해(961건)보다 70.2% 늘어나는 등 상대적으로 강남권의 증가폭이 컸다.
올해 여의도 등지에서 집값이 많이 올랐던 영등포구도 10월까지 증여건수가 1천362건으로 지난 한해(830건)보다 64.1% 증가했고 동작구도 올해 10월까지 852건의 증여가 신고돼 작년(523건) 대비 62.9% 증가했다.
이처럼 증여가 급증한 것은 자녀에 대한 사전 증여는 물론, 신규 분양 아파트나 새로 취득한 주택에 대해 부부간 증여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3월 '로또 아파트'로 불리며 청약 열풍을 일으킨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자이의 경우 입주후 높은 시세차익이 예상되자 지난 6월 한 달 동안에만 일반분양 당첨자의 43.7%에 달하는 739명이 무더기로 부부공동명의 변경에 따른 증여를 신고하기도 했다.
경기도의 올해 10월까지 증여건수도 2만1천648건으로 작년 한해 신고건수(2만250건)을 넘어섰다.
지방에서는 부산·대구·광주 등 주요 광역시의 올해 10월까지 증여건수가 아직 작년 1년치에는 못미치지만 올해 12월까지 누적 실적은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양도세, 상속세 등을 줄이기 위한 절세목적의 사전 증여는 이제 부동산 시장에 트렌드가 됐다"며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세부담이 커져 집을 팔기가 어려운 상태에서 앞으로 보유세 부담까지 커짐에 따라 주택을 공동명의로 바꾸거나 출가를 앞둔 자녀에게 사전증여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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