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 한국의 부동산 지금 제가 사는 집, 지원이가 첫돌 맞기 전, 그러니까 2002년 5월부터 살기 시작했으니 16년이 넘어 한 집에서 살고 있는 셈입니다. 중간에 한참 주택 광풍이 불었던 적이 있어서, 아내가 그때 이사를 고려한 적이 있으나 제가 고집을 꺾지 않아 그냥 그 집에 살게 됐습니다. 그리고 나서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 재산을 좀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잃기도 했겠지만, 지금 매달 내고 있는 모기지를 생각해보면 잘 했다 싶기도 합니다. 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귀찮은 일입니다. 여기저기 손봐야 할 곳들도 생기고, 매주 해야 할 일들도 있고. 그런 것 때문에 집을 살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아파트 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여기서 공동주택, 즉 우리나라 식의 아파트는 거의 월세 아파트를 말합니다. 다른 지역은 모르겠지만 제가 사는 워싱턴 주 같은 경우 도심 외곽의 아파트들은 최근 들어 렌트비가 상승되고 있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거비는 어느정도 ‘말이 되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애틀 시내 같은 경우는 아마존 닷컴 같은 대기업들이 들어오면서 주거비가 좀 터무니없이 오르긴 했습니다. 그런데 집을 갖고 있다면 반드시 보유세를 내야 하지요. 시애틀은 주거비는 어떻게 견딜 수 있으나, 보유세가 악명높아서 애초에 여기서 주거하던 사람들이 외곽으로 밀리며 원래 커뮤니티가 해체되는 경우를 보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해악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거 지역과 상업지구의 차이가 분명하고 보유세가 분명하게 걷힌다는 것은 주거에 관해서 어느 정도 사회정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세금은 그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지나친 부의 편중을 막고 이를 통해 경제적 정의를 실천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아무튼,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부동산 관련해서 나오는 뉴스들과 이로 인한 정치적 파장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듭니다. 우리나라가 워낙 국토가 좁은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이 문제의 핵심엔 부동산을 부의 증식 수단으로 삼도록 만들고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만든 과거 정권의 정책, 그리고 여기에 개인들의 욕망이 맞물리면서 이 문제는 매 정권에게 부담을 주는 문제가 된 것은 사실입니다. 이 문제가 이렇게 이상하게 꼬인 것은 특정 지역, 특히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해서 만들어진 투기의 문화, 그리고 편중된 인프라, 거기에 한국의 잘못된 교육 시스템까지 맞물리면서 지금의 상황까지 왔을 겁니다. 아마 우리나라가 집이 모자라진 않을 겁니다. 그러나 그 집이 투기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지금과 같은 부조리들이 매우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았다는 느낌입니다. 주택은 주거 수단이어야 합니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한 달에 4백달러 씩 내고 살았던 아파트는 당시 우리 가족에게 전혀 불편함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그 아파트에서 살다가 어머니 아버지가 아직도 살고 계시는 집으로 이사를 했고, 저는 총각 시절 내내 그 집에서 살다가 결혼 후 독립해 나왔습니다. 그때 한 달에 6백달러 정도 내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서 몇 년 간 살았고, 이후에 오리건주에 내려갔을 때도 쉽게 아파트를 구했고, 이곳에서 살면서 아이들을 낳게 됐고, 그러면서 다시 시애틀로 올라오게 됐습니다. 그때는 집을 구해서 올라왔지요. 집값의 10% 정도만 다운페이 하면 나머지는 모기지를 은행에서 얻어 부어나가는 제도는 우리 가족을 도와준 셈입니다. 집이 투기의 수단이 아니라 사는 곳으로서의 목적만 분명하다면 이런 제도가 정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주택이 투기의 수단이 된 것은 박정희 정권의 잘못이 큽니다. 강남을 집중개발하고 여기서 남는 이익을 정치자금으로 돌렸던 역사들은 정보를 독점할 수 있던 자들에게 엄청난 이익을 남겨 주었고 사람들에게 부동산 불패신화를 불러일으켰으며 복부인으로 상징되는 시대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나서도 실주거가 아닌 투자(실은 투기) 목적의 건설과 후분양제도, 전세제도 등은 미국에 살고 있는 제겐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됐습니다. 아무튼,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이렇게 난마같은 것들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 힘든 일이긴 합니다. 그러나 집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건설하고, 이것을 이곳처럼 영구임대아파트 형식으로 만든다면 아마 집이 없어 고생하는 많은 이들의 어려운 삶을 조금 더 윤택하게 바꿀 수 있을 겁니다. 정부가 지금 강조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의 가장 큰 핵심은 가용소득을 늘리는 것이지요. 집값, 임대료 같은 것들이 서민들의 허리가 휘는 상황을 바꾸려면 가처분소득을 늘려줘야 하며, 그것은 주거비와 임대료를 내리는 것으로서 가능하다는 겁니다. 물론 영구임대 아파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임대아파트들을 미국처럼 살기 좋은, 삶의 다양한 면을 채워줄 수 있는 커뮤니티로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누구나 여기 들어와서 사는 것이 부끄럽지 않고 단지 그것은 내 삶의 편의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변화도 필요할 거구요. 지금의 체제를 바꾸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이미 그 부동산으로 엄청난 불로소득을 보장받는 이들의 반발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나도 이 바람에 올라탈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는 이들의 환상의 모래성 위에 그것은 서 있습니다. 미국에서 30년 가까이 살면서 한국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 불합리한 것들을 느끼지만, 이 주거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인식을 보면서 저는 제가 너무 순진하고 모자란 건지 가끔 제 자신을 보며 멍청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고, 그것은 주거의 자유와 권리라는 말로서 많은 이들이 함께 누려야 할 권리 아닐까요. 시애틀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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