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의 매수 우위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을 접한 심정은 참혹했다.(관련 기사 : 서울 부동산시장 '매도자 우위' 2주 연속 집계 이래 최고치) 폭등하는 아파트 가격은 대한민국을 해체 수준으로 찢어 놓고 있다. 집이 없는 사람은 집이 있는 사람에 대한 적개심에 몸을 떨고, 덜 오른 집을 가진 사람은 더 오른 집을 가진 사람에 대한 질투에 밤잠을 설친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표현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건 경악이다. 눈 밝은 시인의 표현을 빌어 물어보자.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문재인 정부는 과연 무얼 잘못한 것인가?
보유세 현실화가 누락된 것이 치명적 잘못
이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사람은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다.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김 수석이 대통령인 셈이다. 이 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정책들은 김수현 수석의 작품이라고 봐야 할 것인데 정책조합은 꽤 근사했다. 김 수석은 과잉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드는 걸 조였고, 청약시장을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했으며, 재건축 관련 시장 정상화 조치들을 강화했고,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통해 실현된 불로소득의 일부를 환수하려 했으며, 임대차시장 안정을 염두에 두고 임대주택 등록제도 도입했다.
문제는 보유세 현실화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게 모든 걸 망쳐버렸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가장 대표적인 장치인 보유세 현실화 없이는 유동성 관리도, 임대주택등록제 도입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재건축관련 각종 규제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역효과 혹은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효과가 반감된다.
예컨대 보유세 현실화 없는 유동성 관리는 현금이 풍부하고 소득이 높은 사람들에겐 소용이 없고, 보유세가 낮은 상태에서 임대차시장 안정을 염두에 두고 마련된 임대주택 등록제는 조세회피처(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세제혜택으로 인해 발생)와 또다른 투기온상(임대사업자에 대한 어처구니 없이 높은 레버리지 혜택을 악용해 임대사업자가 갭투자에 나서는 현실)으로 전락했다.
보유세 현실화 없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다주택자들이 매각을 미루거나(그로 인해 시장에 매물이 줄고 줄어든 매물이 가격 상승을 견인), 똘똘한 한 채(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시점인 4월 이전 다주택자들 중 상당수가 자신들이 소유한 주택들을 대거 매각해 양도세 중과를 피하면서 강남벨트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의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는 사태 발생. 이로 인해 강남벨트와 마용성의 아파트 가격이 폭등)로 갈아타는 사태를 초래했다.
단언컨대 보유세 현실화가 단행되었다면 김 수석의 정책조합들은 시장안정 효과를 발휘했을 것이다.
혁명적 수준의 보유세 패키지 발표가 긴절
답답한 일이지만, 7월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비이성적 과열과 자기실현적 예언이다. 투기가 투기를 부르는 시장, 지방의 자산가들이 돈을 싸들고 서울 요지의 아파트를 매입하려 하고, 대학생과 가정 주부까지 갭투자에 나서는 시장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런 시장에는 비상한 결단과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보유세 개혁을 상반기에 제대로 실행했다면 정책효과가 충분히 발휘됐을 것이나, 실기한 지금은 어지간한 보유세 개혁으로는 시장이 눈도 꿈쩍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시장이 경악할 정도의 보유세 개혁이 필요하다. 우선 이명박 정권이 도입한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보유세 감세를 겨냥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당장 100%로 환원해야 한다. 이름과는 전혀 상반된 기능을 하고 있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사라져야 옳다. 동시에 실거래가와의 이격도가 터무니 없이 벌어져 엄청난 감세 효과를 발휘하는 공시가격을 실거래가에 바짝 붙이는 작업을 최대한 신속히 해야 한다. 또한 종부세의 과세기준과 세율을 참여정부 때 보다 높여야 한다. 정리하자면 '공정시장가액비율 즉시폐지+최대한 빠른 기간 내에 공시가격 현실화+참여정부 시기를 상회하는 종부세 강화' 정도의 보유세 개혁 패키지를 시장에 투사하자는 것이다.
이 정도 수준의 보유세 개혁 패키지를 발표해야 투기라는 전염병에 단체로 감염된 시장참여자들의 투기심리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김수현 수석이 내가 말한 보유세 개혁 패키지 설계를 진두지휘할 자격과 의지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내가 아는 사실은 김수현 수석에겐 더 이상의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