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준 입력 2018.07.21. 12:41 수정 2018.07.21. 12:57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로 발길을 돌린 직장인들이 많았다.
이들은 바가지 씌우려는 상인 지갑을 채워줄 바에야 경비를 조금 늘려 해외로 여행하는 게 더 좋다고 입을 모았다.
■ 매년 반복되는 바가지…“호구 되느니 검소하게 해외여행 떠난다”
피서지 상인들은 ‘여름 장사로 1년을 먹고산다’고 매년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그들의 말을 풀어보면 여름철에 가장 많은 이익이 발생한다는 말로, 여름만 장사하는 게 아니란 건 누구나 알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국내 여행을 알아본 직장인 A씨가 해외여행을 결심하기까지 단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여름 휴가지로 제주도를 선택한 그는 자동차 랜트를 위해 현지 업체에 문의해보니 4일에 40만원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국내 여행을 계획하면서도 해외여행을 고민했던 그는 중국 2박 3일 여행과 국내에서 랜트카 빌리는 비용이 큰 차이가 없다는 걸 깨닫고 중국행을 결심했다.
휴가철 바가지요금은 셀 수 없이 많다.
더위를 식혀줄 생수를 시작으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 등 많게는 3배 이상 비싸다. 휴가철 사람이 많이 모이는 해변에서는 500ml 생수 한 병이 최대 3000원 정도다.
가격을 모른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동네 편의점에서 반값 이하로 살 수 있는 상품을 휴가지, 성수기라는 이유로 비싼 값을 요구하니 곱게 보일 리 없다.
사정이 이렇자 각 지자체서는 단속을 강화한다고 매해 강조하지만 곳곳에 숨어있는 바가지 상인을 모두 적발하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A씨는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년 반복되는 일”이라며 “알면서 속아주는 것도 한두 번이다. 괜히 기분만 상한다. 힘들게 번 돈을 쓰면서 기분 나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가 저렴한 동남아시아의 경우 항공료와 숙박비가 비싸지만 여행경비는 매우 저렴하다”며 “검소하게 해외여행 한다”고 덧붙였다.
■ 비성수기 해외가 더 저렴…주 52시간 근무제 후 휴가 장려하는 분위기 한몫
지난 1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함께 휴가를 장려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눈치 보지 말고 휴가를 사용‘하라는 회사 방침에 직장인 B씨는 성수기를 피해 가을 휴가계획을 세웠다. 혼잡을 피하고 경제적인 점을 고려해서다.
B씨 역시 해외로 눈을 돌렸다. 올해 초부터 베트남 자유여행을 계획한 그는 항공과 숙박료를 포함하여 30만원 후반 가격에 예약을 끝냈다.
B씨가 베트남 여행을 계획한 건 저렴한 물가와 이국적인 분위기, 비교적 안정된 치안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반면 익숙함에 이끌려 일본여행을 계획한 C씨는 동남아시아보다 다소 비싸지만 매년 현지를 여행하며 사귄 친구 덕에 부담은 덜하다고 말했다.
물가가 비싼 일본은 숙박료, 교통비가 여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친구 집에 머물며 그의 자동차로 근거리 여행계획을 세워 경비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기름값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한국보다 저렴하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지인의 도움으로 숙박비, 교통비가 해결된 B씨에겐 일본여행이 국내 여행보다 저렴한 것이다.
본격적인 휴가가 시작되는 7월 21일~8월 20일 하루 평균 이용객은 약 20만 5000명으로 예측됐다. 이는 전년 성수기 18만 3043명보다 약 11.8% 증가한 수치다.
1970~80년대 해외여행은 부의 상징과도 같았다. 하지만 생활·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큰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 확산, 반복되는 바가지요금과 명당자리를 차지하고 벌이는 불법행위, 수많은 인파 등 여러 이유가 더해져 발길이 자연스레 해외로 향하는 모습이다.
자릿세 요구, 바가지요금 등 매번 지적되는 문제에 고민과 적절한 대응이 없다면 정부의 국내 여행 활성화 정책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올 사람은 온다”는 생각은 그만 버려야 할 때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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