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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행으론 추억 만들기 한계.. '한달 살기족' 늘고 있다>>>

해외여행

by 21세기 나의조국 2018. 7. 1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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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행으론 추억 만들기 한계.. '한달 살기족' 늘고 있다

박상준 입력 2018.07.14. 09:04 수정 2018.07.14. 10:48     

   


[농촌 유학 간 도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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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 줄어

제주 이어 태국서 한 달 산 우광석씨 가족

아이에 직접 음식 주문ㆍ일정 짜기 등 시켜

“외국인과 의사소통하는 것도 익숙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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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장기투숙 가족 증가세

유치원ㆍ초등 저학년 부모들 사이서 유행

휴가내기 힘든 아빠들은 주말에 내려와

“좋은 공기서 실컷 노니 아이들이 좋아해”


초등학생 아들 우인하(왼쪽)군과 함께 4년 째 제주, 치앙마이에서 '한달 살기' 해 온 우광석(가운데), 이은주씨가 치앙마이에서 찍은 사진으로 직접 만든 가족 사진책을 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홍인기 기자


우광석(42), 이은주(39) 부부는 1월 초등학교 4학년 아들 인하(10)군과 함께 태국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지난해 7월 미리 확보한 왕복 74만원짜리 비행기를 타고 한 달에 100만원 빌린 시내 콘도에서 머물며 태국을 천천히 즐겼다.


오전 8시 넘어 일어나 근처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현지식으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고 시내 구경을 했다. 미리 빌린 차를 타고 시내와 주변에 있는 사원과 유적지를 하루 한 곳씩 들러보는 ‘1일 1사원 찾기’를 했다. 운동을 좋아하는 인하와 함께 수영하거나 인근 골프장에서 골프 연습을 했다. 발 마사지도 자주 받고, 밤에는 야시장을 자주 들렀다. 치앙라이, 람빵 등 요즘 뜨는 태국 북부 도시들을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오기도 했다.


인하는 매일 밤 하루 일정을 정리하고 느낀 점을 담아 꼬박꼬박 일기를 썼다. 미리 챙겨 간 국어, 수학 문제집을 풀기도 했다. 그리고 세 식구가 지도를 펴놓고 인터넷을 찾아가면서 다음날 일정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결정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우씨는 한 달 살기를 통해 인하가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다고 했다. “가능하면 인하가 직접 음식 주문을 하거나 야시장에서 물건을 사도록 해봤어요. 간단한 영어나 보디랭귀지로 낯선 외국인과 의사소통하는 것도 익숙해졌어요. 다음날 일정도 인하가 짜보고 엄마, 아빠에게 설명하도록 해 표현력도 좋아졌고요.”


우광석씨의 아들 우인하군은 올해 1월 태국 치앙마이에서 한달살기 하는 동안 그날 겪은 일이나 기억에 남는 내용을 꼼꼼히 기록했다. 우광석씨 제공


인하네 가족의 한 달 살기는 치앙마이가 처음이 아니었다. 제주에서 이미 세 차례 경험했다. 친구들은 방학이면 하루에도 학원 몇 곳을 쳇바퀴 돌 듯하지만 인하네는 과감하게 다른 선택을 이어가고 있다.


우씨는 인하가 어렸을 때부터 제주를 비롯해 여기저기 여행을 곧잘 다녔다고 했다. “짧은 일정으로 다니면 한계가 있더라고요. 뭔가를 보고 쉬다 오지만 정말 그런가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부부 모두 직장 생활을 하니까 인하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었습니다.”


한 달 살기 장소로는 관광객들이 많이 오가는 제주나 서귀포 주변 숙소 대신 한라산 중산간 지역의 농가나 어촌의 민박집을 택했다. 관광지는 가지 않고 매일 올레길, 둘레길, 트레일길을 짧게 끊어 인하와 함께 걸었다. 하루 한 끼는 오일장에 가서 생선, 흑돼지 등을 사와 해 먹고, 한 끼는 현지인들이 가는 맛집을 찾아다녔다.


이씨는 현지 공공시설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했다. “서귀포 시내 스포츠 센터에서 수영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집에서 읽었습니다. TV가 없는 곳에 가 인하랑 보드게임하고 레고 만들기를 했고요. 인하는 매일 일기도 쓰고 문제집도 풀고 했죠.” 인하네는 한 달 살기를 다녀올 때마다 추억으로 간직하기 위해 사진책을 만들었다.


몇 박 며칠의 여행 대신 한 곳에 한 달 가량 머물며 푹 쉬면서 아이들과 오순도순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욕구를 실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제주에는 2,3년 사이 장기 투숙을 하는 이들을 위한 숙소도 곧잘 생기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에 32평(약 105.7㎡)~42평(138.8㎡) 독채형과 아파트형 숙소를 운영 중인 스위트하우스제주 관계자는 “한 달 살기 고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특히 학교나 학원 보내는데 부담이 덜 한 유치원생,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둔 30ㆍ40대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유행”이라고 전했다.


이혜경씨 가족(아빠, 엄마, 아들, 딸)의 유라시아 1년 횡단 비용과 우광석씨 가족(아빠, 엄마, 아들)의 제주, 치앙마이 한달 살기 비용.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용주(40)씨는 지난해 8월 남편, 두 딸(당시 9세, 5세)과 함께 이곳의 42평 독채에서 한 달살기를 했다. “남편 회사에서 작년부터 승진자에게 안식월 휴가를 줬어요. 이때다 싶었죠. 특별히 한 건 없어요. 돈 내고 가는 관광지는 아예 안 갔어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은 공기에서 아빠랑 실컷 노니까 너무 좋아했어요.”


도시에서 흙 만질 기회가 없어 바닷가 모래 만지는 것도 질색하던 아이들이 나중에는 땅에 엉덩이 대고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는 것을 보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이씨도 집안일에서 해방돼 푹 쉴 수 있었다. 진짜 힐링을 했다고나 할까. 숙소비를 포함해 전체 비용은 약 500만원 가량 들었다. 이씨네는 올해도 2주가량 제주에서 머물기로 했다.


이씨뿐만이 아니다. “큰 아이가 다니는 미술학원에서만 7명 정도가 올 여름 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한다고 들었어요. 작년에 제주에 있는 저희를 찾아왔던 친구네도 올해 한 달 살기를 한다고 들었어요. 요즘은 두 집이 집 한 채를 같이 빌려 한 달 살기를 하는 경우도 많고요. 한 달 휴가 내기가 쉽지 않은 직장인 남편들은 평일에 회사 다니다 주말에 제주로 내려와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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