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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소비]②"제주도 가느니 동남아"..만족해야 돈 쓴다

해외여행

by 21세기 나의조국 2019. 1. 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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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소비]②"제주도 가느니 동남아"..만족해야 돈 쓴다

신건웅 기자 입력 2019.01.01. 08:01 수정 2019.01.01. 21:04        


소비 심리 침체 아닌 패턴 변화..'가성비→가심비' 이동
수입 격차 따른 소비 양극화도.."할인점보다 싼 온라인 선호"

[편집자주] 소비가 이상하다. 마트는 장사가 안되는데 백화점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줄줄이 문을 닫는 반면 최고급 호텔 뷔페는 항상 만석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연휴 때면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로 북새통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소비는 단순히 ‘양극화’로 설명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온라인 구매 급증과 가성비가 아닌 ‘가심비’를 추구하는 현상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설명이다. 국내 시장에 몰아치고 있는 소비패턴의 변화를 짚어봤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이 여행을 마친 여행객과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제주도 보다는 동남아가 낫죠. SNS에 올렸을 때도 해외가 더 반응이 좋습니다" "하루 정도 쉴 수 있을 때는 멀리 가기보다는 호텔 패키지를 자주 이용합니다"


소비 패턴의 변화는 물품 구매뿐만 아니라 여가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휴가 때는 제주도나 국내 여행지보다는 동남아를 찾는 여행객들이 늘었다. 해외로 못 가면 차라리 가까운 호텔을 찾는다.


과거에는 싸고 성능이 좋은 '가성비'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만족도가 중요한 '가심비' 소비다. 가격에 상관없이 내가 좋아야 한다. 아낄 때는 확실히 아끼고 쓸 땐 팍팍 쓴다.


◇달라진 휴가지…"제주보단 다낭"


이같은 변화는 최근 몇 년 사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욜로'(YOLO)와 '미닝아웃'(Meaning out)과도 맞닿아 있다. 나만 즐거울 수 있다면 다소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 주로 가성비와 같은 '객관적인 평가'보다는 '주관적인 만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일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올해 해외여행을 간 한국인은 28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 절반 이상이 해외를 방문한 셈이다.


특히 동남아를 찾는 고객이 많았다. e커머스 업체 티몬이 조사한 결과 올해 가족여행 휴가지 1위는 베트남 '다낭'이었다. 가까우면서도 비용 부담이 제주도와 비교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항공권 비교 애플리케이션 '스카이스캐너'를 통해 여행 수요가 많은 새해 5월 3~7일 항공권을 검색한 결과, 인천-다낭 왕복 최저가는 27만원대이며 김포-제주는 18만원대이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현지 물가와 교통·숙박비용을 빼면 사실상 거의 같은 금액이라는 평이다.


시간이 부족하거나 굳이 멀리 떠나길 꺼리는 소비자들은 호캉스를 이용했다. 굳이 여행을 떠나서 힘을 빼느니 호텔에서 쉬자는 판단이다.


한 소비자는 "과거와 달리 여행에 관한 정보가 많다 보니 해외여행에 대한 부담이 적다"며 "비용도 비슷하고, SNS 등에도 올릴 수 있어 국내보다는 해외가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가 때 호텔을 찾는 동료들도 많다"며 "가까운 곳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고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서울 명동거리에 쇼핑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 등이 붙어 있다. /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내가 행복해야 하니까"…'가심비' 소비 확산


최근 연예인 굿즈(Goods)나 친환경 제품 판매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위해 지갑 여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아이돌 굿즈 시장 규모는 지난해 이미 1000억원을 뛰어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방탄소년단 공식 굿즈 등을 판매하는 '빅히트샵' 홈페이지는 지난 7월 공식 응원봉 '아미밤 버전3'를 내놓자 접속자가 몰리면서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


백화점은 물론 e커머스업체들도 아이돌 굿즈를 선보이고 있다. 당장 고객 유치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좋아하는 스타를 위해 팬들은 비싼 물품 구매도 망설이지 않는다"며 "특히 10대뿐만 아니라 40대 이상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응원하기 위해 굿즈를 구매하는 것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소비층'인 셈이다.


이외에 애플의 블루투스 이어폰 '에어팟'과 'LED마스크', '무선드라이기', '공기청정기' 등도 비싸지만 만족도를 높여주는 제품으로 꼽힌다. 만족한 소비자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판매가 급증했다.


특히 에어팟은 지난 연말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때 품절을 이어가며 인기를 증명했다. 11번가의 '십일절' 행사 첫날 에어팟은 판매를 시작한 지 불과 1분 만에 1000개가 매진됐다.


한 소비자는 "세일과 동시에 접속해 겨우 (에어팟을) 샀다"며 "작은 투자로 생활이 편리해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결국 소득 양극화가 주된 원인…'아주 비싸거나 아주 싸거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변화의 근본 원인을 '소득 양극화'에서 찾는다. 해외여행이 늘어나고 호텔과 백화점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면 마트나 패밀리 레스토랑, 자영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편의점 도시락과 온라인 쇼핑은 늘고 있다. 가격대를 기준으로 양극단의 소비만 활발하다는 얘기다.


통계청의 '3분기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에 따르면 소득 5분위(고소득)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017년 같은 기간보다 8.8% 증가한 973만6000원이었다. 반면 1분위(저소득)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보다 7% 줄어 131만8000원을 기록했다.


가계의 수입 중 세금이나 의료보험료 등을 빼고 소비와 저축 등으로 소비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은 5분위 740만7000원, 1분위 101만원이다.


격차가 벌어지면서 부자들은 백화점을 이용하고,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을 찾아 소비하는 식이다.


실제 백화점에서 럭셔리로 분류되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매출 비중은 5년 전 10% 남짓에서 지난 6월 말 20%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주말 백화점 명품관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매출도 성장세다.


반면 마트나 편의점에서의 매출은 PB상품과 생활용품의 매출 비중에 기대고 있다. 할인점 매출은 감소세다. 온라인에서는 더 싸게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로 e커머스 업체들의 가격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2018년 백화점 매출은 늘었지만, 할인점을 줄었다"며 "VIP의 백화점 소비는 증가하고, 아래는 더 저렴한 창고형 매장이나 온라인 쇼핑으로 이동했다"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도 "소비심리 침체가 아니라 양극화와 패러다임 변화"라며 "수입에 맞춰 자기가 만족하는 쪽으로 소비가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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