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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 앞에서 경실련 등 6개 시민단체가 후분양제 도입과 분양원가 공개 항목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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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건축비의 '거품'을 걷어내려면, 아파트 후분양제,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실시등 세 가지가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시민단체는 물론 학계도 동의하는 해법이지만, 당장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61개 확대, 자유한국당이 발목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항목 확대는 자유한국당에 발목 잡혔다. 정동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법은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기존 12개에서 61개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9월 상임위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까지 통과한 이 법안은 어처구니없게도 법사위에서 발목이 잡혔다. 법사위 소속인 김진태,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완강한 거부 의견을 보이면서, 주택법 개정안은 계류 중이다.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법사위에서 계류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정동영 의원은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고, 국회 법 체계나 절차상 아무 하자가 없음에도 법사위가 수정 요청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가 공개하면 건설사가 쉽게 폭리 취하지 못할 것"
사실 분양원가 공개는 건축비 거품의 실체를 볼 수 있는 '눈'이다. 건설사들이 '영업기밀'이라며 공개를 극도로 꺼리는 사항이기도 하다. 분양원가가 공개되면 건설사들이 어느 항목에서 어느 정도의 금액을 책정했는지를 세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부본부장은 "원가와 관련해 공개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놓으면 그것에 따라 건설사들이 얼마나 이윤을 가져가는지 볼 수 있다"면서 "원가를 공개한다면 건설사들이 과도한 폭리를 취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대로만 되면 '외벽창문-56만원, 강마루-110만원, 설치형 냉장고 452만원' 등 내 집에 들어가는 내용물이 얼마짜리인지 들여다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건설사들이 지금처럼 '건축비'라고 뭉뚱그려 분양가를 책정하는 것도 어렵게 된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반대한 것도 결국 '재벌 편들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법안 통과가 여의치 않게 되면서 국토부는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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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미 |
분양가상한제도 규정 완화했지만, "당장 시행 않는다"
분양가상한제도 당장 시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상한제란 아파트 토지비와 건축비 등에 적정 가격을 상한선으로 정한 뒤, 분양가가 이를 초과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제도다.
분양가상한제는 지난 2015년 4월 민간 택지에 대한 적용 요건을 까다롭게 규정하면서 유명무실화됐다. 3개월 간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매달 10% 이상 등 '사실상' 일어나기 어려운 일을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으로 걸었던 것이다.
8.2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로 이달 11월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은 완화됐다. 개정된 시행령을 보면, 민간 영역에서 분양가 상한제 지정의 필수 조건은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한 지역이다.
아울러 12개월간 평균분양가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초과, 직전 2개월 청약경쟁률이 5:1 초과, 3개월간 주택거래량이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 등의 조건이 추가로 붙어야 한다.
예전보다 지정 요건이 완화되면서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가상한제 지정 임박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가 당장 상한제 카드를 꺼내들 생각은 없어 보인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 기준을 완화했다고 해서 바로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과열이 심각하고 검토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주거정책심의위 심의를 거쳐 지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분양제, 국감 때 단계적 도입 이후 진전 없어
지난 국정감사에서 논의가 본격화된 후분양제도 아직 뚜렷한 진전은 없다. 후분양제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는 여당 의원과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단계적 시행"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 분양 아파트부터 단계적 후분양제를 하더라도, 공공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공공은 물론 민간도 후분양제 의무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15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후분양제는 지난 국감장에서 국토부장관이 수차례 공공아파트 우선 도입을 공개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달 넘게 아무런 진전이 없다"며 "민간도 후분양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후분양제를 시행하면, 아파트 층이나 조망별로 가격군이 다양해지면서, 가격 인하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아파트 층수나 조망 등이 소비자의 선호와 관계없이 추첨으로 결정되고, 5층이나 7층이나 가격이 똑같다"면서 "후분양제를 하면 소비자들이 직접 고를 수 있고, 같은 단지 내 5층짜리, 7층짜리 가격도 차별화되면서 가격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소비자들에게 적정가격과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면서 "후분양제를 전면도입하지 않더라도, 공정별로 초기 단계에는 잘 안 팔리는 것(저층 단지 등)을 저렴한 가격에, 완공 단계에 로열층(고층)을 판다면 가격도 다양화되면서 소비자 선택권도 보장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