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하반기부터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거시적 요인을 살펴보면, 2017년 하반기 이후에는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의 주택관련 금융규제 강화도 주택가격 하락 요인이다.
2013년 하반기 이후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2012년에 주춤거렸던 전도시 주택가격이 2013년 9월부터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 이후 2017년 7월까지 주택가격이 평균 9.3%(아파트는 10.7%) 올랐다. 주요 도시 별로 보면, 같은 기간 동안 대구 집값 상승률이 20.6%로 가장 높았고(2016년부터는 하락하고 있지만), 그 다음에 부산(11.9%), 광주(11.4%), 서울(10.1%) 순서로 나타났다. 대전은 이 기간 동안 2.3% 상승에 그쳤다.
가계 대출금리 하락이 집값 상승을 초래
여기서는 거시경제변수를 중심으로 집값 결정요인을 분석해본다. 주택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주가(KOSPI), 가계대출금리, 소비자물가, 동행지수순환변동치를 선정했다. 주가가 상승하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부(wealth)가 늘어난다. 금리가 낮으면 낮을수록 가계는 돈을 빌려 집을 사려한다. 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되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부동산 수요가 늘어난다. 경기가 좋아야 고용이 늘고 주택을 매입하려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
이 변수들이 주택가격 변동을 얼마나 설명해주는지를 보기 위해서 벡터자기회귀모형(Vector Autoregressive model)을 구성하고 분산분해를 해보았는데, 그 결과는 아래 <표 1>과 같다. 분산분해는 모델에 포함된 변수들이 주택가격 변동을 얼마나 설명해주는가를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우선 주택가격은 상당히 오랫동안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성향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1개월 후의 주택가격 변동을 자기 스스로 95.7%나 설명한다. 이 달에 주택가격이 올랐으면(떨어졌으면) 다음 달에도 상승(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 정도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데, 1년 후의 주택가격 변동에 대한 설명력은 74.2%로 하락했다.
모델에 포함한 변수 중 주가는 주택가격 변동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의 주택가격 영향력도 크지 않았다. 이와는 달리 가계대출금리는 1년 후의 주택가격 변동을 19.0%나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현재의 경기상태를 나타내는 동행지수순환변동치도 1년 후의 주택가격 변동을 5.1% 설명해주었다.
저금리 지속은 주택가격 상승 요인
결국 금리가 더 하락하거나 경기가 좋아져야 주택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만 보면 주택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은행의 가계대출금리가 2012년 1월에 5.80%였으나, 2016년 8월에는 2.95%로 낮아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7년 6월에는 3.41%로 높아졌다.)
금리는 중장기적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우리 경제가 잠재 능력 이하로 성장하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의 국채수익률(10년)이 2.2% 안팎에서 움직이면서 올해 예상되는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채권시장은 경제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이 갈수록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가 2017년 하반기부터 기업이 자금잉여 주체로 전환하고 있을 정도로 기업의 자금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 높은 가계 부채와 정부의 주택관련 금융규제 강화로 가계 대출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업의 자금잉여 주체로의 전환은 은행으로 하여금 채권 매수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 것이다. 은행이 채권을 사면서 시장금리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설정한 벡터자기회귀 모형에서 충격반응함수를 구해보면 대출금리가 1% 포인트 하락했을 때, 주택가격은 다음 달부터 그렇지 않았을 경우보다 올랐고, 그 영향은 10개월 후에 3.0% 포인트 상승으로 가장 크게 나타났다.
물론 금리가 떨어진다고 해서 주택가격이 절대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주택 담보대출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주택시장안정화방안’(2017.8.2)을 내놓았는데, 여기에는 주택대출관련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를 들면 투기지역의 주택담보대출을 가구당 1건으로 한정하고, 투기과열지구에 대해서는 집값 대비 대출금(LTV: 주택담보대출비율)이나 연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DTI: 총부채상환비율)을 40%로 대폭 낮췄다. 2016년 8월(13.0%)을 정점으로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는데, 정부의 주택금융 규제 강화는 앞으로 주택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경제성장률의 지속적 하락은 주택가격 하락 요인
한편 주택가격에 영향을 주는 경기도 부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 현재의 경기상태를 나타내는 통계청의 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최근에 완만하게나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성장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올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예상되는 경제성장률이 2.8% 정도로 2016년(2.8%)과 유사하다. 그 이유는 주로 내수 부진에 있다. 이미 가계 부채가 매우 높은 수준에 있고, 고용도 불안하기 때문에 소비가 별로 늘지 않고 있다. 여기다가 우리 기업이 2017년 3월 말 현재 현금성 자산을 547조원(한국은행 자금순환 기준) 가지고 있을 정도로 설비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2016년 건설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1.5% 포인트로 높았는데(건설투자가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다면 지난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2.8%가 아니라 1.3%라는 이야기이다), 건설투자마저 점차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다행스럽게도 올해 들어 수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 특히 아세안 경제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기는 힘들다. 트럼프가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정책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트럼프의 적은 미 의회 혹은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이다’라는 말이 시사하는 것처럼 미 의회가 미 연방정부의 부채가 명목 국내총생산(GDP)대비 100%가 넘을 정도로 높기 때문에 재정지출 확대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고, 경기가 좋아져 물가가 오를 조짐이 나타난다면 Fed가 금리를 인상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것이다. 중국에서는 기업과 은행의 부실이 쌓여가고만 있는데, 조만간 이를 처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가 수출 중심으로 다시 위축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 이런 국내외 여건을 반영하면서 국채수익률 등 시장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 예상되는 실질경제성장률이 2.8% 정도인데, 장기 금리를 대표하는 10년 국채수익률은 그보다도 낮은 2.2%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명목금리인 국채수익률에는 앞으로 기대되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포함되어 있다. 금융시장은 이들이 갈수록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을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현재 3% 정도인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점차 낮아져 5년 후에는 2.5%, 10년 후에는 1%대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잠재성장률에 영향을 주는 노동력이 점차 감소세로 돌아서고 자본 증가세도 둔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경기가 좋아져서 주택가격을 상승시킬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이다.
전세가격 상승이 주택가격 상승을 견인
전세가격 상승도 주택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세 제도가 월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세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전세가격이 오르고 있다. 1987년 1월~2017년 6월 통계를 대상으로 분석해보면, 전세가 주택가격에 3개월 선행(상관계수 0.75, 2008년 이후로는 상관계수 0.68로 1개월 선행)하면서 움직여 왔다. 2016년 이후 전세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주택가격 상률도 낮아지고 있다. 전세에는 가수요가 없는 만큼 전세 가격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다가 하락세로 전환할 전망
앞서 살펴본 것처럼 주택 등 자산가격은 한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상당히 오랫동안 그 추세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하나의 통계기법(호드릭-프레스컷 필터)을 이용하여 주택(아파트) 가격의 장기 추세선을 구하고 사이클을 구해보았다.
이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2015년 11월을 정점으로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서울지역도 2016년 8월부터는 상승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물론 상승률이 플러스인 만큼 아파트 가격 수준 자체는 추가적으로 더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금융규제로 주택관련 대출이 줄고 경기가 점차 둔화되면서 2018년에는 추세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가격 자체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