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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왜 자동차 산업에 집착할까

국제· 미국

by 21세기 나의조국 2017. 1. 1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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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왜 자동차 산업에 집착할까

입력 2017.01.14 11:16수정 2017.01.14 17:06

 

 

 

 

[토요판] 뉴스분석 왜?
트럼프와 '미국산 자동차'

 

[한겨레]

 

연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트위터가 자동차 기업을 공격하는 글로 가득 찼다. “미국에 공장을 짓든가, 아니면 막대한 국경세를 내라”가 핵심이다. 자동차 공장엔 국경을 따지지만, 일본 기업인 도요타까지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트위터 공격의 대상엔 국경의 예외가 없다. 트럼프는 왜 자동차 산업에 집착할까? 트럼프의 말처럼 자동차 공장의 미국 회귀는 효과가 있을까?

 

2017년 ‘북미국제오토쇼’가 지난 9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개막했다. 매년 1월 개최되는 북미국제오토쇼는 전세계 자동차 회사의 신차 공개를 통해 자동차 산업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국제적인 행사로 꼽히지만, 올해는 유난히 자동차의 ‘생산지’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폴크스바겐을 비롯한 자동차 업체들은 주요 발표회나 기자회견에서 특정 차종을 두고 ‘미국산 자동차’(Made in USA)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고, 일본 업체인 도요타는 9일 모터쇼 행사장에서 “향후 5년간 미국의 자동차 생산 시설에 100억달러(약 12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예년과는 다른 행사 분위기를 두고 올해 모터쇼의 주인공은 ‘자동차’가 아니라 미국 대통령 당선자인 ‘도널드 트럼프’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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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당선 뒤 냉난방기기 업체 캐리어, 항공기 업체 보잉, 군수업체 록히드마틴 등 미국 제조업체를 차례로 지목하며 이들의 해외 공장 이전을 비난한 트럼프는 최근 들어 자동차 산업을 새로운 공격 목표로 삼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3일 자신의 트위터에 “제너럴모터스(GM)가 셰비 크루즈 차량의 생산 공장을 멕시코로 옮기고 있다.

 

미국에서 만들지 않으면, 막대한 국경세를 내야 할 것!”이라는 글을 올린 데 이어, 이튿날에는 미시간으로 생산공장을 옮기기로 결정한 포드를 언급하며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5일에는 일본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를 두고 “도요타가 코롤라를 미국에 수출하기 위해 멕시코 바하에 새로운 공장을 짓겠다고 했다. 어림도 없는 일! 미국에 공장을 짓든가, 아니면 국경세를 내야 한다”고 또다시 엄포를 놓았다.

 

트럼프의 ‘140자’ 트위터 공격에
포드·도요타 등 “투자 확대” 약속
자동차 산업은 전후방 연관효과 커
중북부 백인 노동자 지지에 ‘화답’



“자동차 제조업은 세계적 분산산업”
멕시코 수입차 부품 40%는 미국산
외국산 관세 올리면 역효과 날 수도
자동화로 실제 고용증대 효과 미미

 

트럼프의 ‘140자’ 공격에 자동차 업체는 줄줄이 백기를 들었다. 포드는 지난 3일 멕시코에 신설하려던 16억달러 규모의 소형차 생산공장 이전 계획을 취소하고, 대신 미시간에 7억달러(약 8300억원)를 투자해 7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8일 피아트크라이슬러도 성명을 내 미시간과 오하이오의 공장 설비를 보강하고, 2000여명을 추가로 고용하기 위해 2020년까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도요타의 100억달러 투자 계획 역시 트럼프의 트위터 글이 올라온 지 불과 나흘 만에 공개됐다.

 

자동차 산업 파급 고용효과 570만명

 

트럼프는 왜 유독 자동차 산업을 압박하고 나섰을까?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는 오하이오, 위스콘신 등 미국 중북부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 지대)의 백인 노동자층 민심을 등에 업고 당선됐다. 전체 노동자의 11.2%가 자동차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미시간 역시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선택했는데, 미시간 유권자들이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를 선택한 것은 1988년 대선 이후 2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경영 컨설팅 회사인 ‘올리버 와이먼’의 론 하버 산업분석가는 “트럼프는 미시간이나 오하이오처럼, 이번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러스트 벨트 유권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동차 산업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공장의 회귀는 그 자체로 큰 상징성을 갖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동차 산업은 부품 제조와 완성차 조립, 판매, 정비, 금융, 보험 등 광범위한 전후방 연관 산업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종합산업이다. 미시간에 자리한 ‘자동차 연구소’(CAR)가 공개한 통계를 보면, 2016년 미국의 자동차 제조·유통·판매업계에는 약 150만명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금융이나 보험 등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파급 고용 효과 역시 약 570만명에 이른다.

 

미국 자동차 전문 평가기관인 ‘켈리 블루북’의 맷 디로렌조 편집장은 “트럼프가 자동차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미국 내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노동자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산 자동차’, 현실성은 있나

 

멕시코를 비롯해 인건비가 낮은 국가들의 공장을 미국에 다시 불러들인다는 트럼프의 계획은 과연 현실적일까? 미국 자동차 평가 전문 누리집인 ‘카스닷컴’(Cars.com)이 지난해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2016년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 즉 미국산 자동차의 기준을 충족하는 차량은 전체 차종 가운데 단 8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산 자동차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차량을 구성하는 부품의 75% 이상이 미국 제품인가’, ‘완성차 조립이 미국 내 공장에서 이뤄졌는가’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패트릭 올슨 카즈닷컴 편집장은 “이런 기준을 충족하는 차량이 거의 없다는 것은, 자동차 제조업이 이미 세계적으로 분산된 산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연구소’의 통계를 보면, 2016년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입된 완제품 차량을 구성하는 부품 중 약 40%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난다. 트럼프의 엄포처럼 멕시코에서 들여오는 자동차 완제품에 엄청난 관세를 매길 경우, 자국의 부품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연구소’의 크리스틴 지젝 산업국장은 “분화된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수입 자동차에 막대한 관세를 매긴다는 트럼프의 구상은, 마치 포드 자동차의 섀시 공장과 엔진 공장을 분리시키는 것처럼 비효율적인 조치”라고 지적했다.

 

불명확한 제조업 정책

 

정부 정책은 작게는 자동차 업체가 생산할 차량의 기종에서부터, 크게는 기업이 짓는 공장의 위치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2009년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유가상승과 판매 격감, 유동성 위기로 도산 직전에 몰렸던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구제하기 위해 총 800억달러(약 94조5000억원)가 넘는 예산을 투입하는 대신, 소형차·전기차 등 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적 기술 개발을 장려해왔다. 통상정책에서도 노동이나 환경 등의 가치를 강조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자유무역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런 기조는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인수위원회가 환경보호청장(EPA)으로 내정한 스콧 프루잇 오클라호마주 법무장관은 탄소 배출에 의한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대표적인 반환경론자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 역시 트럼프 당선자와 보조를 맞춰 미국에 불리한 자유무역협정을 적극적으로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자동차 조립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겠다는 것 외에, 현재로선 트럼프 당선자 진영에서 미국의 자동차 산업에 대해 내놓은 구체적인 계획은 거의 전무하다. 당장 트럼프가 미국 제조업 몰락의 핵심 원인으로 꼽고 있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어떤 방향으로 재협상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세르조 마르키온네 피아트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 산업은 많은 자본이 투자되는 장기적인 산업”이라고 강조하며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 이로 인해 무역 관계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좀더 뚜렷한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리아 버그퀴스트 미국자동차제조업연맹(AAM) 부회장 역시 트럼프 차기 행정부 정책의 불명확성을 지적하며 “지엠이나 포드, 도요타 등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들이 전인미답의 영토에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엔 ‘친기업 정책’

 

자동차 산업 공정이 점점 자동화로 변화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하면, 해외 공장들이 미국으로 되돌아온다고 해도 제조업 노동자들이 받을 혜택은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 산업은 전체 자동화 설비 생산량의 40%를 소비할 정도로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는 산업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2015년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현재 미국 제조업 노동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25달러지만 2030년까지 공장 자동화가 추진될 경우, 같은 생산량을 보이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시간당 2달러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예측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통계를 토대로 “7억달러의 막대한 비용으로 고작 700명을 고용하겠다는 포드의 계획은, 공장 자동화의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프쇼링’(해외 하청)을 둘러싸고 정부와 기업이 일대일 협상을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친기업적 정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냉난방기기 업체인 캐리어는 지난해 인디애나주 공장의 멕시코 이전 계획을 철회한 대신, 향후 10년간 총 700만달러(약 84억원) 규모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기로 합의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은 지난해 12월 일간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캐리어와 정부 간 협상이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비판하며 “‘오프쇼링’을 정부와의 협상 카드로 사용하는 제조업들의 전략은, 궁극적으로 미국 제조업 일자리의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와 기업 간 1호 협상이었던 ‘캐리어 협상’은 실제로 ‘나쁜 선례’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6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공장 이전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신임 투표와 같다”고 밝힌 마크 필즈 포드 최고경영자의 발언을 전하며 “포드는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가 자신들의 결정을 고려해, 법인세 감소나 화석 연료와 관련된 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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