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출범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트럼프 당선에 따른 '상당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올해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가운데 신흥시장에서는 글로벌 자금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채권시장에선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금리인상 전망에 1994년 발생한 '채권 대학살'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FRB "상당한 불확실성…금리인상 빨라질 수도" FRB가 4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FOMC 위원 상당수는 미국 의회가 올해 감세를 비롯한 트럼프의 재정부양책을 승인하면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FRB는 지난 회의에서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올해 금리를 3번 더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초 전망보다 금리인상 횟수가 1번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긴데 FOMC 위원 상당수는 금리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봤다. 이들은 또 "많은 리스크가 존재하며 현실화할 경우 현재 예상하는 것과는 다른 경로의 통화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업률이 단기간에 급락(언더슈팅)할 가능성이 가장 큰 리스크로 꼽혔다. 실업률이 4.5% 아래로 떨어지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 있고 이는 금리인상 속도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지난해 11월 실업률이 4.6%인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의사록에서 '트럼프'가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위원들이 트럼프가 공약한 사회기반시설 투자와 세금 감면 등 재정부양 정책이 경제성장률을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시행되고 경제 전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아직 알기 어렵다는 데 동의했다. 위원들은 또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준금리 인상 경로를 설명하는 게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FRB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 등 다른 중앙은행의 통화긴축을 자극할 수 있다. 이는 채무상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달러빚 비중이 높은 신흥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신흥시장 투심 금융위기 이후 최악…멕 페소화 사상 최저 트럼프가 미국 경제의 성장세를 북돋을 것이라는 전망에 신흥시장에서는 이미 글로벌 자금이 썰물을 이루고 있다. 미국 경제 성장세와 물가상승세가 가팔라지면 FRB의 금리인상 속도 역시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달러 가치를 띄어 올린 탓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달러 강세로 지난해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신흥국 증시에 순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280억달러로 2010-2014년 평균치보다 90% 감소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면서 12월에 빠져나간 자금만 34억달러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1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고공행진하고 있는 달러의 강세 행진이 가속화하면 신흥시장에서 단기간에 더 많은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달러 대비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이날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멕시코에 대한 트럼프의 반무역, 반이민 공약이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고 지적했다. 애덤 버튼 포렉스라이브닷컴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점점 트럼프의 공약이 농담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최근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했다. 경쟁사인 포드는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려던 계획(16억달러, 약 2조원 규모)을 백지화했다. ◇글로벌 채권시장 '퍼펙트 스톰'…'채권 대학살' 재연 공포 채권시장은 30년간 이어진 강세 행진이 끝날 것이라는 우려에 휩싸였다. 이날 마켓워치에 따르면 폴 슈멜징 영란은행(BOE) 방문 연구원은 BOE 블로그에 쓴 글에서 글로벌 채권시장이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통화긴축으로 '퍼펙트 스톰'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800년간의 채권시장 역사를 되짚으면서 지난 36년간 이어진 채권 강세장이 곧 끝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채권시장의 거품이 터지면 1994년에 경험한 '채권 대학살'보다 더 심각한 폭락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채권 대학살' 때 3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몇 달 새 1.5%포인트 이상 치솟아 7.75%까지 올랐다. 국채 가격이 그만큼 하락했다는 말이다. 앨런 그린스펀 당시 FRB 의장이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선 게 배경이 됐다. 슈멜징은 장기 국채 금리의 상승과 FRB의 통화긴축, 인플레이션이 맞물려 채권 투자자들에게 고통을 암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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