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국 입력 2017.01.05 10:16
세계 최대 공유 오피스 ‘위워크’
지난달 30일, 출근 전쟁이 막 진정된 오전 강남역 부근 한 대형 사무실 건물. 18층으로 올라가자 북쪽으로 북한산, 남쪽으로 관악산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카페가 나왔다. 이곳은 2010년 미국 뉴욕에서 창업해, 지난해 8월 서울 강남역에 문을 연 공유 오피스 ‘위워크’의 라운지다. 세계 최초로 공유 오피스를 체인화한 위워크는 현재 세계 30개 도시에서 100개 지점을 보유할 정도로 성장했다. 설립자인 애덤 뉴먼이 이스라엘의 집단농장 ‘키부츠’에서 자랐는데, 이때 몸에 익힌 ‘공유’의 정신이 창업의 원동력이 됐다고 한다.
라운지에는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주로 사용하는 커피메이커와 생맥주를 먹을 수 있도록 한 코크(cock)가 눈에 띄었다. 입주한 사람에겐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 10개 층을 쓰는데 층마다 맥주 종류도 다르다. 회원들의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기 위해서다.
이곳엔 티타임이나 간단한 회의를 하는 라운지와 더불어 1명부터 53명 규모의 사업체까지 사용 가능한 다양한 크기의 사무실이 있다. 스타트업부터 국내 법무·회계법인, 외국계 회사까지 다양한 회사들이 입주해 있다. 모두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현재 90%가 들어찬 상태다. 올 2월에는 서울 을지로에 3000명 규모의 2호점을 연다.
위워크는 기본적인 사무가구부터 복사기, 회의실, 전화부스 등 업무에 필요한 시설이 다 갖춰져 있어, 몸만 들어가면 된다. 인테리어는 인더스트리얼 계열로 모노톤의 차분한 느낌이다. 군데군데 벽에 걸린 그림들이 건조함을 상쇄해준다.
위워크의 가장 큰 장점은 ‘노하우’와 ‘네트워크’다.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직장인에게 가장 적합한 인테리어를 만들 수 있었다. 회의는 보통 몇 시에 하는지, 회의실이 어떤 크기일 때 직원들이 선호하는지, 복도의 길이는 어느 정도가 좋은지 등이 전부 데이터화돼 있다. 이를 인테리어에 반영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은 입주사끼리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아이티 기업이 법무나 세무상담을 하고 싶을 때 같은 건물 안에 있는 법무·세무법인과 즉각적으로 연결이 가능하다. 이런 커뮤니케이션 업무만 하는 커뮤니케이션 매니저가 별도로 상주한다. 이 밖에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한 글로벌 채용 공고도 할 수 있고, 국외 출장 시 현지 위워크도 이용할 수 있다.
위워크에 입주해 있는 세무 컨설팅 회사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스의 김용현 대표는 “위워크가 한국에 진출하기 전까지는 네트워킹을 중시하는 공간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곳에 들어와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만나 비즈니스 기회를 갖고 서로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외국계 회사인데다, 입주해 있는 곳도 외국계가 많아 다소 한국적인 분위기는 아니라는 것. 분명 한국인으로 보이는데 영어로 소통하는 경우가 눈에 종종 띄었다.
비용은 1인 기준, 자유좌석의 경우 월 35만원, 별도 사무 공간을 제공하는 프라이빗 오피스는 월 69만원부터 시작한다. 위치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무료부터 수십만원대까지 다양
‘위워크’는 회사끼리 네트워킹 강점
‘구글 캠퍼스’는 입주가 곧 경쟁력
‘스튜디오 블랙’은 고급화 전략
스타트업의 천국 ‘구글 캠퍼스’
삼성역엔 2015년 5월 문을 연 ‘구글 캠퍼스 서울’이 있다. 구글이 각 나라의 정보통신기술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세운 일종의 지원 기관으로 세계 6곳 가운데 하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캠퍼스란 말처럼 대학교 같은 싱그러움이 묻어 나왔다.
이곳은 크게 공유 공간과 오피스 공간으로 나뉘는데, 누구나 등록만 하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공유 공간이 최대 장점이다. 카페와 회의실, 전화부스 등으로 이뤄진 공유 공간은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출입 등록이 가능하다. 등록하면 빈자리에 앉아 본인의 용무를 보면 된다. 무료이다 보니 다른 곳처럼 무료 커피는 없다. 그 대신 아메리카노가 3000원으로, 강남치고는 다소 싼 가격의 커피를 파는 업체가 입점해 있다. 분위기나 편리함으로 볼 때 카페에서 업무를 보는 것보다는 훨씬 좋아 보였다.
공유공간 반대쪽엔 유료 오피스 공간이 있다. 이곳은 말 그대로 스타트업에 사무실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장애인의 출입이 수월하도록 문을 크게 만든 회의실과 워킹맘을 위한 수유실에서 구글의 남다른 감성이 읽혔다. 요리를 해 먹어도 될 정도의 탕비실, 밤샘작업을 하는 이들을 위한 샤워실도 눈에 들어왔다.
현재 구글 캠퍼스 서울엔 8개 회사가 들어와 있는데,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은 곳들이다. 바로 이 점이 구글 캠퍼스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1명당 월 8만원이라는 실비 수준의 비용만 받다 보니 입주 경쟁이 워낙 치열한 것이다. 더군다나 기본 6개월에 연장 6개월, 최대 1년 동안만 입주가 가능하다. 단점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경쟁을 뚫고 구글 캠퍼스에 입주했다는 것 자체가 스타트업엔 ‘영광’이나 다름없다.
해외 송금 서비스 스타트업 ‘모인’ 직원인 허성현(29)씨는 “주말에 일하고 있는데 중국 투자자들이 불시에 찾아와 어떤 회사인지 관심을 나타낸 적이 있다. 여기 입주한 것 자체가 투자설명(IR)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사인 버스 공유 서비스 ‘콜버스’ 박병종 대표도 “구글 캠퍼스 입주는 스타트업에 장점이자 프로필이 된다. 직원을 구할 때도 여기서 면접 본다고 하면 다들 좋아한다. 인재 찾기도 수월하다”고 말했다.
호텔 부럽지 않은 ‘스튜디오 블랙’
3일 공식 개장한 현대카드의 프리미엄 공유 오피스 ‘스튜디오 블랙’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직접 찾아가 사무실을 미리 둘러봤다. 위워크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있어, 입지 자체가 일종의 ‘선전포고’처럼 느껴졌다. 건물 입구부터 보안이 철저해 출입카드가 없으면 아예 들어갈 수가 없었다. 10층 라운지에 들어서니 일종의 입주자 ‘반상회’인 해피아워가 진행 중이었다. 임시 개장 기간임에도 이미 80명의 입주자들이 모여 간단한 음식과 맥주 등을 즐기며 친목을 쌓고 있었다.
이곳은 호텔인지 사무실인지 헷갈릴 정도로 고급스러웠다. 고급 레스토랑 주방을 연상케 하는 탕비실에선 대당 1000만원이 넘는 ‘프랑케’ 커피머신이 눈에 들어왔다. 샤워실 수전은 수십만원 하는 독일 ‘한스그로에’ 제품이었고, 캡슐형 수면실은 온도와 밝기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최고급품이었다.
의자도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이 사용한다고 알려진, 개당 100만원이 넘는 ‘휴먼스케일’ 제품이다. 상품을 촬영할 수 있는 스튜디오와 3D 프린터도 이용 가능하다. 프린터실엔 각종 공구와 물감, 접착제 등 디자인과 설계에 필요한 비품들이 미술상점만큼 구비돼 있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를 위해 다양한 종류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피시도 마련해뒀다.
오피스 공간은 모듈식으로 설계해 벽을 트고 붙이는 게 가능하다. 1인 사업자로 시작해 규모가 커지면 벽을 터서 공간을 늘리면 되는 것이다. 우편물 서비스, 차량 공유 서비스, 건강검진, 피트니스 회원권 할인, 세무회계 컨설팅 서비스도 지원한다. 주기적으로 명사를 초청해 강연도 한다. 현대카드는 “단순한 업무 지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감을 주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현대카드가 주최하는 각종 콘서트에도 입주자들을 초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무공간의 ‘끝판왕’이랄까, 이런 곳에서 일하면 저절로 능률이 오를 것 같았다.
인근의 위워크에 있다 이곳에 새로 둥지를 튼 디자인 스타트업 ‘프레스티’의 위희원(26) 대표는 “샤워실도 있고 보안도 철저하다 보니 밤샘작업 할 때 좋다. 위워크는 네트워크 쪽에, 스튜디오 블랙은 업무 시설 자체에 장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용은 라운지만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은 1인 한달 기준으로 35만원, 스튜디오 멤버십은 54만원부터다. 라운지 멤버십은 5일(10만원), 10일(18만원) 등 단기 등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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