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티켓' 덤핑..
예술의전당 30만원 로열석→2만5천원기업후원 받으려 두장에 5만원 억지로 맞춰
매일경제 유준호 입력 2016.09.29. 17:52 수정 2016.09.29. 20:34
◆ 김영란법 후폭풍 ◆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28일 전면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문화·공연계에서 첫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덤핑' 수준으로 가격을 대폭 낮춘 소위 '영란 티켓'을 내놓는 고육책을 통해 후원기업 모시기에 나선 것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2월 세계적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의 클래식 콘서트 가격을 최고 12분의 1 수준까지 파격 할인한 티켓이 등장했다.
한 공연기획사가 지난 27일 티켓 오픈에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층 전 좌석을 C석으로 일괄조정해 2만5000원에 내놓은 것이다. 기존에 R석과 S석, A석이 고루 분포돼 있던 2층 좌석 모두를 3층과 동급인 C석으로 낮추는 조치다. 이로 인해 30만원에 달했던 2층 로열석이 별안간 2만5000원짜리로 뚝 떨어졌다. 같은 C석 기준으로 봐도 얀손스의 지난해 4월 공연 때는 7만~8만원에 달했다.
기획사 측은 "김영란법에 맞춰 부득이하게 가격을 조정했다"며 "C석 티켓 2장을 후원기업이 고객에게 선물로 제공하면 김영란법의 선물 상한액인 5만원에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2층 C석의 40%는 후원기업에 할당됐다. 기업은 이 티켓을 공짜표인 '초대권' 형태로 VIP 고객과 공무원, 대학교수 등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기획사 측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기획사 관계자는 "기업후원이 없으면 티켓 가격은 올라가고 소비자들이 클래식 공연을 찾지 않게 돼 공연 생태계가 망가지게 된다"며 "티켓 값을 파격가로 낮추면 업계에서 지탄받을 수도 있지만 후원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고육책"이라고 하소연했다.
공연계에서는 기업 협찬·후원 없이는 무조건 적자 구조라고 하소연한다.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 초청에 들어가는 3억~4억원의 비용 가운데 50~60%가 기업의 후원으로 충당된다. 공연 기획사는 후원을 받는 대신 전체 후원금의 30~40%에 해당하는 금액의 표를 후원 기업에 제공하는 게 관행이었다.
한 대기업 문화메세나 관계자는 "보통 500만원 정도 후원하면 후원한 금액의 30% 정도 표를 주곤 한다"며 "일부 공연은 좌석 전부가 초청 티켓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김영란법 시행으로 5만원 이상의 초대권을 공직자 등에게 나눠주는 게 불법이 되면서 클래식·무용·오페라 등 순수예술 분야는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내년 상반기 공연 일정을 확정 지어야 하는 연말 시즌을 앞두고 대형 국공립·민간 단체는 물론 영세 공연예술단체들까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중소 규모 발레단 관계자는 "연간 도합 4000만원 상당의 후원금을 보내주는 수백 명의 후원자분들을 위해 감사의 표시로 초대권을 보내왔는데 이것마저 끊길 여지가 커진 만큼 모금 활동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연업계에서는 얀손스 콘서트에서처럼 후원 유치 목적으로 가격을 대폭 낮춘 표가 추가로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유권해석 역시 이 같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는 최고 30만원인 얀손스 콘서트 티켓이 2만5000원으로 할인된 것은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권익위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기획사가 2층 C석 좌석 일부를 예술의전당 유료 회원들에게 2만5000원에 실제로 판매했기 때문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특정인들만 이익을 보도록 한 게 아니고 일반 소비자들도 할인 가격을 적용받을 수 있다면 문제 소지는 없다"고 밝혔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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