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박수호, 서은내입력2016.08.12. 13:30수정2016.08.16. 09:54
‘50대 이상은 창업에 공격적?’
신한카드 빅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사이 20~40대 가맹점주의 신규 가맹점 수는 줄어든 반면 50대 이상은 오히려 늘었다. 50대 이상 신규 가맹점주는 2011년 상반기 6만8023명이었던 게 올해 상반기에는 7만8877명으로 약 1만명 가까이 늘었다.
신규 창업 가맹점주의 연령별 비중을 따져볼 때 5060세대가 전체 연령대의 32.7%를 차지할 정도다.
물론 20~40대 수 역시 신규 창업하는 절대 숫자는 적지 않다. 올해 상반기 이들의 신규 가맹점 수는 16만1772개지만 2011년 동기 17만2008개에 비해서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은 이제 구시대 속담인 걸까. 중장년층 창업이 늘어난 이유와 연령별 창업 특징을 짚어봤다.
창업 비중 40대 이하↓실버세대↑
▶재취업 어려운 은퇴자 생계형 창업
실버세대 창업이 늘고 20~40대 창업이 줄어든 이유는 뭘까.
이는 실버세대의 은퇴 이후 삶이 그만큼 길어졌음을 시사한다. 회사 퇴직 후 연금을 받기까지는 적어도 65세까지 10년을 버텨야 하는 상황. 그렇다고 그 나이에 재취업도 어렵다 보니 생계형 창업이 늘었다는 얘기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험을 택한 젊은 세대의 창업 확산 속도가 50대 이상 창업자에 비해 빠른 것으로 나타난 적이 있었다. 실제 창업을 해보고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상당수 젊은이들이 창업보다는 다시 재취업으로 방향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 비해 5060세대는 재취업이 어렵다. 때문에 경기가 어려워도 창업을 택하는 은퇴세대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의 대물림 현상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결과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100세 시대에 대비해, 자녀에게 부를 물려주기보다 직접 투자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실버세대가 늘었다는 뜻이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더이상 자녀에게 노후를 의존할 수 없다는 인식 아래 부모세대가 창업에 뛰어들었고, 젊은 세대는 그만큼 경제적 지원이 줄어들어 자영업에 뛰어들기 쉽지 않은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뜨고 지는 업종 차이 살펴보니
▶뷰티 로드샵, 술·유흥 업종 선호 갈려
뜨고 지는 업종 패턴에서도 세대별로 조금씩 차이가 묻어난다.
전 세대에서 고르게 뜨는 업종으로 꼽힌 기타 대중 음식 업종을 제외하고 30대 중에선 헬스(683개 증가)와 네일(633개 증가) 업종이, 40대 사이에선 카페(778개 증가) 선호가 높은 편이다. 5060세대 사이에선 청과, 반찬, 정육점 등 기타 식품 업종에서 신규 가맹점이 1692개 증가해 베스트 1위에 꼽혔다.
3040세대을 중심으로 지는 업종을 살펴보면 한식을 포함해 학원이나 보육시설, 전자제품, 술·유흥 업종이 주를 이룬다. 5060세대에서도 역시 한식을 포함해 기성복, 골프, 액세서리, 내의류 판매업 등이 지는 업종에 속했다. 하지만 5060세대의 업종별 신규 가맹점 증감 정보를 분석해봤을 때 감소한 업종은 많지 않다. 감소한 몇몇 업종에서도 감소 폭은 크지 않다. 그만큼 5060세대가 업종을 막론하고 다양한 분야로 손을 뻗고 있다는 이야기다.
독특하게도 3040세대에선 감소한 업종인 반면 5060세대에선 늘어난 업종에 속하는 것도 꽤 있다. 뷰티 로드샵, 전자제품, 세탁·수선, 술·유흥, 보육시설 업종에서 선호도가 갈렸다.
치킨점 창업은 30대에서 3%, 40대에서 8%씩 줄었지만, 50대와 60대 이상에선 각각 19%, 22%씩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 치킨점은 이제 포화 상태라는 말이 나오는 와중에도, 은퇴 후 베이비붐 세대 내에선 치킨집 창업에 대한 매력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니스프리, 에뛰드, 아리따움 같은 뷰티 로드샵의 신규 가맹점 개설 건수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20대(-33%), 30대(-25%), 40대(-4%)가 모두 줄었는데, 50대(19%), 60대 이상(26%)에서 각각 크게 늘었다. 전자제품 역시 20대(-44%), 30대(-30%), 40대(-6%)로 젊은 층에서 선호가 크게 감소했으나 50대에선 7%, 60대 이상에선 1%씩 소폭 증가하는 모습이다. 마찬가지로 술·유흥 업종도 3040세대에선 줄어든 업종에 속했지만 5060세대 사이에선 오히려 늘었다.
보육시설도 3040세대에선 지는 업종으로 순위권에 들었지만 50대 이상에선 늘어났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반대로 비슷한 업종인 육아용품 관련 가맹점은 50~60대 이상에선 소폭 줄어든 반면 오히려 20~40대 가맹점주들이 가게 오픈을 늘렸다.
편의점 창업의 대세는 50대였다. 젊은층과 고연령층 모두 대부분 편의점 신규 가맹 계약 건수가 늘었지만 실버세대에서 그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 50대의 편의점 창업 건수는 총 1377건으로 2011년 같은 기간 839건보다 약 64% 증가해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치를 기록했다. 20대는 15%, 30대가 -4%, 40대가 23%, 60대 이상은 4% 증감 폭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신규 편의점 개설 건수 중 38.8%를 5060세대가 차지했다.
박주영 교수는 “특히 화이트칼라 직종에 종사하다 은퇴한 창업자들의 경우 자신이 많이 소비했고 익숙한 업종을 중심으로 창업하려는 경향이 크다. 치킨, 술·유흥 업종의 경우 자주 이용했기 때문에 쉽게 생각하고 가게를 오픈하려고 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익숙한 업종은 그만큼 시장이 성장기를 넘어 성숙기로 옮겨가는 중일 가능성이 크다. 성숙 업종은 가격 경쟁이 치열하고 확실한 차별화가 없으면 수익성을 높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5060세대의 선호가 젊은 세대 창업 분야와 상반되는 부분에서는, 실버세대의 업종 선택이 트렌드에 뒤처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버세대의 창업은 젊은 세대에 비해 창업 기간이 길고 새로운 트렌드에는 뒤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또 혼자 하기보다는 조합 형식으로 알음알음 모여서 함께 창업하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면 결정하는 데 기간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점차 사업의 라이프 스타일 주기가 짧아지고 있으므로 사업 결정이 더딜수록 성공 가능성이 떨어진다.” 오세조 교수의 분석이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서은내 기자 thanku@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70호 (2016.08.10~08.16일자) 기사입니다]
<<<중산층 10만가구가 9년새 '실버 파산'>>> (0) | 2016.09.07 |
---|---|
[토요판 커버스토리]꽃중년의 재발견 ‘아재’ 전성시대 (0) | 2016.08.28 |
중년 싱글, 외로움을 즐겨라 (0) | 2016.08.12 |
외로운 싱글의 외롭지 않게 사는 법 (0) | 2016.08.12 |
★★★<<<[e런 세상]"휴가요? 혼자 가까운 호텔 가려고요" >>> (0) | 2016.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