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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싱글, 외로움을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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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6. 8. 1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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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싱글, 외로움을 즐겨라

한경비즈니스|입력2016.08.04. 15:13|수정2016.08.12. 11:00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

 

[BIG STORY] 중년 싱글, 외로움을 즐겨라

 

라틴 격언 중에 ‘내가 가장 덜 외로울 때는 고독할 때다’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

 

그러나 이 말처럼 절대 고독을 정면으로 마주해본 사람들은 안다. 외로움을 인정하고 즐기는 순간, 역설적으로 인간은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혹자는 말한다. “혼자 사는 건 결핍이 아니라 능력이다”라고. 중년의 싱글이여, 이젠 담대히 외로움을 즐길 때다.

 

외로움이란 무엇일까. 노명우 아주대 교수는 저서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에서 외로움은 인간의 실존적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나는 외롭지 않아’, ‘외로울 수 없어’라는 식으로 외로움을 억압하고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인식하는 탐색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집단·가족문화가 강한 한국 사회는 외로움을 인간의 실존적 본질이 아닌 없애야 할 예외적, 일탈적 상황으로 치부해 왔다. 혼자 사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대개 혼자 사는 사람들은 어떤 결함이나 문제가 있다는 식의 부정적인 이미지나 편견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 사회의 가구 변화 추세와 문화의 흐름은 한국 사회 역시 ‘싱글’을 더 이상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우리 모두가 자연스럽게 인정해야 할 사회적 현상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중이 1990년 9.0%에서 2010년 23.9%로 급격히 증가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1인 가구 수가 5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제 더 이상 싱글이라고 해서 이상할 것도, 괜한 자격지심에 움츠릴 필요도 없다. 1인 가구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스웨덴의 경우, 중년의 싱글이라고 해서 고립되기보다는 활발한 사교 활동을 영유하고 있다. 이 배경에는 개인의 자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복지 체계와 싱글을 이질적으로 보지 않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 20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는 PR매니저 골드미스 전수빈(42) 씨는 “스웨덴 중년 1인 가구의 경우, 자신이 살고 있는 구청 등에서 운영하는 여가 활동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 받는다”면서 “연극, 그림 그리기 등 취미 활동은 물론, 구청 내 만남의 장소에서는 커피와 다과를 준비해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웨덴에서 싱글의 삶은 결코 이질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누구나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기는 것이 보편화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행복한 중년 싱글의 삶은 스스로를 ‘싱글’이란 단어에 가두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찾고, 매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중년 싱글들 중 혼자서도 완벽하게 취미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은 물론이고 여행, 드라이빙, 수상스포츠, 컬러링북 색칠, 블록 조립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들은 대개 혼자만의 취미활동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완벽한 몰입과 그로 인해 얻는 자기만족을 즐기고 있다.

 

 

◆취미 앱부터 오프라인 모임까지

 

비단, 중년 싱글들 중에는 김 씨처럼 여가 생활에서까지 완벽한 ‘혼자’를 고수하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취향과 개성이 다르듯,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할 때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에 따라 최근 몇 년 새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애플리케이션 등 중년 싱글을 타깃으로 삼은 취미 온라인 모임들이 활성화되고 있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중년 싱글’ 혹은 ‘4060취미’ 등을 검색하기만 해도 관련 카페나 모임들이 줄줄이 쏟아진다. 서울·경기 지역 내 대규모 중년 싱글모임 중 한 곳인 ‘봉주르’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년 싱글모임의 목적이 재혼이나 이성 찾기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결혼보다는 공통의 취미 활동을 나누고 소통하면서 싱글 라이프를 즐기려는 분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 모임에 참가하고 있는 이미숙(가명, 52) 씨도 모임을 동해 얻는 것이 많다고 한다. “4년 전 남편과 사별하면서 부쩍 사는 게 외롭고, 허망했어요. 그런데 이곳에서 저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대화하고, 서로 배려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무엇보다, 그저 이성을 만나기 위한 모임만이 아니라 산악모임, 와인파티, 여행 등 다양한 취미 활동을 공유하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제 안의 꿈도 하나 둘씩 찾게 됐습니다.”

 

같은 또래가 아닌 세대를 초월해 중년 싱글들이 취미 활동을 영유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모임도 다양하다. 취미 동호회 앱인 ‘프립’, ‘N소모임’ 등이 대표적이다. ‘프립(Frip)’은 래프팅, 서핑, 패러글라이딩, 카누, 양궁, 사격, 스쿠버다이빙, 클라이밍 등 혼자 즐기기 어려운 스포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모일 수 있는 장이다. 개인이 어떤 활동을 희망한다는 의견을 올리면 다른 이들이 보고 동참하는 방식이다. 주최자는 일반인인 경우도 있고 전문가가 나설 때도 있다.

 

무엇보다 시간상 문제로, 혹은 혼자서는 등록하기 부담스러웠던 종목들을 원하는 만큼 선택해 경험할 수 있어 싱글들에겐 더없이 안성맞춤이다. ‘N소모임’ 역시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온·오프라인을 통해 취미 활동 및 친목모임을 다질 수 있다.

 

공신력 있는 오프라인을 원한다면 독서 포럼 ‘나비’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독서모임 ‘양재나비’는 매주 토요일 새벽 6시 40분이면 책을 읽고자 하는 다양한 연령과 직종의 사람들이 몰려든다. 2009년 독서 포럼 ‘나비’ 창립 당시 2~4명이었던 회원들이 이제는 100여 명을 넘어섰고 저자 특강 때는 750명이 모이기도 했다. 특히, 양재나비에 참여했던 회원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새로운 나비를 만들기도 한다.

 

이들은 함께 모여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년 2박 3일간 전국 나비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독서 MT’도 진행하면서 친분을 쌓고 있다. 나비 관계자는 “회원 분들 중에 중년의 싱글도 적지 않은데, 대부분 보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라며 “독서를 통해 각자 사유하고, 타인과 깊게 교감하면서 힐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SINGLE LIFE 행복의 조건 기사 인덱스]

- 혼자 사는 미래를 대비하라

- 중년 싱글, 외로움을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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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우스] 따로 또 같이, 더불어 산다

- [자산관리]경제적 자유, 더 높은 비상을 위해

 

 

김수정 기자 hohokim@hotmail.com

사진 이승재 기자

 

참고 문헌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노명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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