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얼마 전 이 정부는 마치
투기가 일어나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듯 생각없이 이런저런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몰라도, 아파트
분양시장이 과열되고 투기가 성행하기 딱 좋은 조건을 만들어 놓았던 것입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양극화로 인해 부유층의 재산은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 요즈음 터져나온 법조비리와 관련되어 오가는 돈의 규모를 보세요. 몇 십억원이나 되는 돈이 마치
만원권 움직이듯 이 사람 저 사람 주머니로 오가는 걸 보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그들만의 리그에서 소리없이 쌓여가는 돈은 낮은
금리로 인해 마땅히 갈 데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관련 규제를 줄줄이 풀면 그 귀결은 너무나도 뻔한 것
아닙니까? 분양 과열과 투기 열풍이 일어날 줄 모르고 그런 정책 썼다고 변명한다면 그건 무책임의 극치일 뿐이지요.
이제 우리가
우려했던 바로 그 일이 일어나니 정부는 뒤늦게 불 끄겠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언제는 투기를 하라고 부추기더니 이제는 갑자기 투기를
막겠다고 팔을 걷어 붙인다? 이렇게 정부가 오락가락 줏대없는 정책을 쓰면 민간부문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쌓아가게 마련입니다. 급기야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내가 늘 강조하는 바지만, 주택정책의 기본은 국민 모두에게
최소한의 주거공간을 공평하게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땅덩이는 좁은데 많은 사람들이 몰려 사는 곳에서 한 사람이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으면,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꿈은 이루어지기 힘듭니다. 그런데 이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갖가지 혜택을 주어 오히려 그걸 부추기고 있지 않습니까?
최근 발표된 OECD 여러 나라의 주거행복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34개국 중 거의 꼴찌에 가까운 25위에 위치해 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주택문제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정부가 국민의 주거행복도를 높이기 위해 한 일이 과연 무엇이 있습니까?
부동산정책의
궁극적 목표가 국민의 주거행복 수준의 제고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말입니다. 이런 상식의 결핍이 부동산정책을 경기활성화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치졸한 정책기조 채택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 상식이 회복되지 않는 한 경제활성화를 빌미로 투기를 부추기다 막상 투기가
일어나면 불을 끄겠다고 난리를 치는 코미디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동계올림픽이든 신공항이든 언제나 문제의 핵심은
부동산입니다. 부근에 땅을 가진 사람들이나 땅을 사서 큰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난리가 나는 것입니다.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말이 투자일 뿐, 경제의 활성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비생산적인 활동입니다. 더군다나 부통산 투자로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는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생산적인 활동에 큰 관심을 가질 리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은 부동산 투자에서 나오는 이득을 최소화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합니다.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해 많은 부동산을
껴안고 때를 기다리는 사람에 압력을 가해야 합니다. 바로 그 점에서 MB정부에 의한 종합부동산세의 무력화가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이준구 교수, 서울대학교 경제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