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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희의 야구인] 김경문 “노력이 숫자보다 중요하다.”>>>만약 연승이라는 숫자에 얽매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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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6. 6. 2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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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희의 야구인] 김경문 “노력이 숫자보다 중요하다.”

기사입력 2016.06.20 오후 09:24최종수정 2016.06.20 오후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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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사진=NC)

“얼굴이 좋아지셨습니다.”


6월 18일이었다. 그날 기자는 수원 kt위즈 파크에서 NC 김경문 감독을 만났다. 당시 NC는 14연승을 기록 중이었다. 김 감독은 “연승을 달려서 그런가?”하며 빙그레 웃었다.


누가 아니겠는가. 14연승은 좀체 나오기 힘든 기록이다. 요즘처럼 치열한 순위 싸움이 전개되는 프로야구에선 3연승 하기도 벅차다. 그런 가운데 14연승을 했으니 김 감독 얼굴에 꽃이 피어도 이상할 게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정작 김 감독의 얼굴이 좋아진 이유는 따로 있었다.


“선수들이 잘 싸워준 덕분에 14연승까지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연승을 기록 중이라고, 얼굴이 좋아진 건 아닙니다. 그보단 선수들이나 저나 순리(順理)대로 경기를 풀어가고 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팬들께 멋진 경기들을 자주 보여드린 것 같고. 그래서 다들 표정이 좋아진 게 아닌가 싶어요. 만약 연승이라는 숫자에 얽매였다면 얼굴이 좋아지기보다 더 나빠졌을 겁니다.”


사실이다. 20일 승리까지 포함해 15연승을 달리는 동안 NC는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대신 순리를 따랐다. 불펜만 봐도 알 수 있다. 연승을 시작한 6월 1일부터 19일까지 NC 선발진은 평균 5이닝을 소화했다. 15경기 가운데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실점 이상)는 5회였다. 리그 하위권 수준이었다. 에이스 에릭 허커의 공백이 커 보였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는 선발진의 부족분은 불펜이 메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연승을 잇고자 필승조를 시도 때도 없이 투입하는 대신 연승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불펜투수를 골고루 기용했다.


14일 잠실 LG전이 대표적이었다. 당시 10연승을 달리던 NC는 이날 경기에서 연승이 중단될 뻔했다. 8회까지 2대 6으로 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선발 이민호가 6회까지 4실점하자 김진성, 민성기, 김선규를 차례로 등판시켰다. 만약 연승에 집착했다면 등판 간격을 고려하지 않고, 필승조를 총투입했을 터. 하지만, 김 감독은 눈앞의 연승보다 남은 시즌에 집중했다. 그래서 순리에 따랐다.


“LG에 뒤지고 있을 때 아예 ‘연승’이란 단어를 생각하지 않았어요. ‘오늘 경기에 지더라도 정상적으로 불펜진을 가동하자’고 마음먹었죠. 당장 이기면 좋겠지만, 아직 시즌이 길게 남았으니 투수들 건강을 생각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타자들이 9회 대거 8점을 내면서 연승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 전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연승을 잊은 게 연승의 비결이 됐다고요.”


19일 kt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김 감독은 선발 정수민이 1회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물러나자 장현식을 마운드에 올렸다. 장현식이 2013, 2015년 각각 2이닝, 올 시즌 4.1이닝을 던진 게 전부인 투수임을 감안할 때 장현식의 조기 투입은 악재로 작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뚝심 있게 장현식을 4회까지 끌고 갔다. 김 감독의 선택은 통했다. 장현식은 4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기자는 김 감독이 3회 장현식이 2실점하며 5대 5 동점을 허용했을 때 장현식을 바꾸지 않고, 4회까지 끌고 간 이유가 궁금했다. 14연승 중인 감독이라면 동점 허용과 함께 투수를 바꾸는 게 당연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김 감독은 단호했다.


“만약 2실점했다고 장현식을 바꿨다면 팀 승리엔 도움이 됐을지 몰라도 장현식은 큰 경험과 교훈을 얻지 못했을 거예요.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강판당하는 거니까. 하지만, 3회 2실점하고 4회를 잘 막으면서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어떻게 해야 평상심을 유지해야 하는지 스스로 배웠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향후 그 경험과 배움이 팀에 10승 이상의 가치로 돌아올 것으로 믿습니다.”


김 감독은 15연승보다 15연승 동안 선수들이 건강하게 플레이했던 걸 더 가치 있는 성과로 꼽는다. 그리고 그 가치를 계속 우선순위에 둘 계획이다. 그것이 144경기 장기 레이스에서 더 큰 효과를 내리라 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이렇게 연승을 하는데도 1위 두산과의 승차가 3.5경기 차로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말에 “두산이 그만큼 훌륭한 팀이란 뜻”이라며 “훌륭한 팀이 앞에서 뛰어주니 뒤에서 힘을 내 따라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 전부터 NC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김 감독 역시 ‘무관’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가 올 시즌일지 모른다. 당연히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 감독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되레 강한 걸음을 위해 긴 호흡을 하고 있다. 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두산 감독 시절엔 정말 우승을 하고 싶었어요. NC에서도 그 마음은 같습니다. NC를 응원하시는 모든 팬을 위해 꼭 우승컵을 안겨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감독인 제가 조급하면 선수들도 덩달아 조급해집니다. 무엇보다 우승은 감독이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선수들이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고, 팬들께 좋은 야구를 보여드리는 게 우선입니다. 그래야 우리가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길 겁니다. ‘15연승’이라는 숫자보다 한방울 한방울 흘리는 땀과 노력에 집중하다 보면 우리 팬들이 원하시는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봅니다.”


NC의 연승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아무도 모른다. 중요한 건 설령 연승이 중단돼도 NC와 김 감독이 지향하는 가치와 비전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시간이 흐른 뒤 야구사는 NC의 연승 행진을 '노력의 가치가 숫자를 압도했던 기간'으로 기억할 것이다.

 

 

기사제공 박동희 칼럼

MBC 스포츠플러스 프로야구 해설위원, 스포츠 춘추(春秋)운영 / 기자 : 박동희 dhp1225@naver.com 제공:스포츠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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