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비·기업투자 효과 제한적..한은도 "효과 과거만 못해"
연합뉴스입력2016.03.08. 06:04수정2016.03.08. 08:36
가계소비·기업투자 효과 제한적…한은도 "효과 과거만 못해"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1%대 초저금리'도 이제 우리나라에서 낯설지 않은 표현이 됐다.
오는 12일이면 한국은행은 작년 3월 기준금리를 연 2.00%에서 1.75%로 내린 지 꼬박 1년을 맞는다.
작년 3월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사상 첫 1%대 기준금리 시대가 열렸고 지난해 6월에는 기준금리가 연 1.50%까지 떨어졌다.
경제 회복을 뒷받침하려고 도입한 1%대 기준금리는 한국 경제에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가져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경기부양에 일정 부분 기여했지만 급증한 가계 부채는 어두운 그림자로 꼽힌다.
보통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장금리, 은행 여수신금리 등을 떨어뜨림으로써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차례로 파급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 부양에 영향을 주려면 보통 6개월 이상 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세계 경기의 둔화, 정부의 재정정책 등 매우 다양하며 작년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돌발변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 경기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점은 분명해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매매 거래량은 119만3천691건으로 2014년보다 18.8%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면 건설 투자가 늘어나고 건설업이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도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8일 "작년 하반기 소비나 건설경기가 호전된 것은 정부 정책뿐 아니라 저금리 효과로 보인다"며 "지난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았으면 경제 상황이 지금보다 더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초에는 중국 경제의 둔화와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감소하고 내수까지 부진하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었다.
정부 부양책만으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린 덕분에 그나마 한국 경제가 버틸 수 있었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그러나 각종 경제 지표를 볼 때 기준금리 효과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6%(속보치)로 3년 연속 2%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또 수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이 작년 1월부터 14개월째 마이너스를 이어가는 등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계 소비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소비성향은 2003년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71.9%로 떨어졌다.
저금리 영향으로 시중 유동성은 풍부해졌지만, 기업과 가계가 돈으로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면서 부동자금이 크게 늘었다.
작년 말 현재 현금, 요구불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포함하는 단기 부동자금은 931조3천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작년 11월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지난해 두차례의 기준금리 인하가 GDP 성장률을 0.06%포인트 올린 것으로 추정했지만, 실물경제에 미친 영향은 뚜렷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효과에 대해 과거보다 못하다고 언급한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어도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증가한 효과는 크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며 세계 경제의 둔화 등 대외적 요인으로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기준금리 인하는 한국 경제의 뇌관인 가계 부채를 크게 늘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가계 대출과 판매신용 등 가계신용 잔액은 작년 말 1천207조원(잠정치)으로 1년 사이 121조 7천억원 불어났다.
올해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였지만, 현재 부채 총량만으로 가계 소비를 제약하고 장기적으로 내수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빚이 많은 저소득층,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은 앞으로 금리 인상 등 상황 변화 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주열 총재도 올해 1월 "가계 부채가 성장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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