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가지 한옥이야기
한옥에는 사람과 자연, 나아가 우주를 바라보는 한국인의 철학이 담겨있다. 그러한 철학 아래 자연친화적이고 인간중심적인 집, 한옥이 만들어졌다.
옛 조상들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 고 생각했으니 이것이 바로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우주관이다.
한옥에는 이러한 우주관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중요하고 높은 건축물에는 원형의 형태가 강조되어 있으며
일반 민가의 건축물에서는 네모진 형태가 널리 사용되었다. 예컨대 부처를 모신 사찰이나 왕궁은 원형의
우람한 기둥을 사용하였고 일반민가에서는 원형과 대비되는 각형의 기둥을 사용하도록 했다.
조상들은 얼굴은 둥글고 발은 네모난 인간을 소우주로 보았고 소우주인 인간이 중우주인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삶이라고 보았다.우주를 구성하는 것이 하늘, 땅, 사람의 천지인(天地人) 삼재라고 생각했으며
숫자 3을 상서롭게 여겨 집을 짓는 기준 규격으로 삼았다. 또한 한옥에는 우주만물의 생성변화 원리인
음양사상이 담겨있다. 기와는 양의 수키와와 음의 암키와가 균형을 이루게 하였으며 사람이 거주하는 곳은
해가 비치는 양택으로 짓고 홀수 칸으로 정한다.
한옥은 자연과의 조화를 모색하며 자연의 변화에 주목하여 이상적인 거주공간을 지으려는 한국인의 뜻이
담겨 있다. 바로 풍수지리이다. 풍수지리란 발 딛고 있는 땅을 근간으로 해서 자연적으로 흩어지고 모이는
물과 바람의 변화에 주목하여 물을 얻고 바람을 활용 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경험과 과학이며 지혜이다.
한옥에 들어앉으면 심신이 편안하고 넉넉해진다. 좁은 공간이라도 답답하지 않다.
이는 한옥이 사람의 몸을 중시한 구조로서 인간 중심적인 집이기 때문이다.
한옥의 모든 규칙은 우리 몸과 직결되어 있다. 각 공간이 인체와 조화로운 크기와 동선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마루로 통하는 문지방의 높이는 어깨넓이와 같으며 앉았을 때 팔을 편하게 올릴 수 있는
높이가 된다. 주로 앉아 있는 방은 주로 서서 생활하는 마루보다 높이가 낮다.
집을 지은 이는 자신의 꿈과 이상을 담아 집을 짓는다. 각 공간 입구 위쪽에는 그 집의 가풍을 엿볼 수 있는
글귀들이 현판으로 걸려있다. 그 집에서 대대손손 살아가면서 집안 특유의 분위기와 생활태도, 윤리적
규범들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집에 반영된다. 사람이 집을 만들고 집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300년을 이어온 전남 구례 운조루는 양반집 중 가장 큰 규모인 99칸 부잣집으로 나눔의 정신을 실천해 온
가풍으로 유명하다. 이 집 곳간채 앞에 있는 쌀뒤주는 이웃을 위한 것이었다. 집주인은 뒤주에 '누구나
뒤주를 열어 쌀을 가져갈 수 있다'는 글을 새겨 가난한 이웃이 마음 놓고 쌀을 가져갈 수 있게 했다.
뒤주는 타인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놓여있어 쌀을 가져가는 이의 마음이 불편하지 않게 배려했다.
경북 성주 교리댁은 학문에 힘 쓰는 가풍이 엿보인다. 유달리 반듯한 서당이 그것을 입증한다.
한국인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체계화했는데 그것이 바로 예절이다.
한옥은 예를 실천하는 공간이었다. 방은 따뜻한 아랫목과 찬 윗목으로 나뉘었는데 어른이 아랫목에,
손아랫사람이 윗목에 앉음으로써 장유유서 곧 어른을 존경하는 자세를 배웠다. 사당에 조상을 모시면서
조상을 섬기고 공동체의 질서를 지켜나갔다. 여성의 공간인 안채는 남성의 공간인 사랑채 안쪽에 위치하여
사생활을 보호받았다.
무엇보다 한옥은 자연과 어울리게 배치한다. 뒤로는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개울물이 흐르는 곳에 자연을 닮은 형태로 지었다.
집을 짓기 위해 터를 그리 파헤치지도 않는다. 약간 땅을 다진 다음 그 위에 바로 올린다.
한국은 전 국토의 70%가 산악지역이다. 이처럼 산이 많지만 그 산은 대부분 험준하지 않고 둥글둥글
부드럽다. 한옥은 안정감을 주는 산자락에 알맞게 너무 작거나 크지 않은 적당한 크기를 갖는다.
한옥의 지붕은 산자락의 하나인양 잘 어울린다. 한옥은 좌우대칭의 구조가 아니다. 형태와 칸수가
좌우 비대칭을 이루고 있다. 자연의 산세가 좌우 비대칭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좌우 대칭을 이루지 않고
장단과 고저가 자유롭게 이어져 가는 산자락에 한옥이 일부분처럼 잘 어우러지는 까닭이다.
한옥은 자연과의 조화를 모색하며 자연의 변화에 주목하여 이상적인 거주공간을 지으려는 한국인의 뜻이
담겨 있다. 바로 풍수지리이다. 풍수지리란 발 딛고 있는 땅을 근간으로 해서 자연적으로 흩어지고 모이는
물과 바람의 변화에 주목하여 물을 얻고 바람을 활용 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경험과 과학이며 지혜이다.
각 채들은 마당을 사이에 두고 질서있게 배치된다. 대지가 경사지일 때는 깎지 않고 경사를 그대로
활용하거나 부토를하여 수평을 잡은 다음 중요건물을 높은데 두고 부속건물은 낮은데 두어 공간질서를
만든다. 또한 중요건물을 크게하고 지붕도 높게 하여 조화로운 스카이라인을 갖게 한다. 조선시대의 상류
주택은 내외사상으로 여자들이 사용 하는 '안' 공간과 남자들이 사용하는 '밖'의 공간으로 구분이 되었다.
안 공간인 안채는 여성들의 공간이며 주택의 안쪽에 위치하였다. 사랑채는 바깥 공간으로 남자들의
공간이었다. 또한 신분제도의 영향으로 신분의 높고 낮음에 따라 공간을 다르게 배치하였다.
상(上)의 공간인 안채와 사랑채는 양반들이, 하(下) 공간인 행랑채는 대문간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여 머슴이 기거하는 공간이었으며 중문간 행랑채는 중(中)의 공간으로 중간 계층인 청지기가
거처하는 공간이었다.
*청지기 : 양반집에서 잡일을 맡아보거나 시중들던 사람
한옥은 기후에 순응하여 배치되는데 겨울이 춥고 긴 북부지방은 사방이 막힌 형태의 'ㅁ'자 형 집을 지어 추운 바람이 몰아치는 것을 막고 집안의 온기를 간직하도록 했다.
연중온화하며 여름이 긴 남부지방은 '一'자 형으로 집을 지어 바람이 잘 통하도록 했다. 거기에 대청마루와 창문을 여러 개 달아 바람의 활용성을 높였다.
중부지방의 집모양은 북부지방과 남부지방의 절충형으로 'ㄴ'자 형이 특징이다.
한옥은 기능과 사용에 따라 독립관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남성과 여성의 공간, 주인과 손님의 공간, 조상을 모시는 공간, 풍류를 즐기는 공간, 공동체의 화합을 다지는 공간 등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남자주인이 기거하며 손님들을 접대하고 숙식을 제공하는 장소이며 어린 자녀들에게 학문과 교양을
교육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남녀의 구별이 엄했던 유교적 질서가 반영된 남성의 공간으로 사대부 남자들이
모여 학문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시를 짓거나 거문고를 연주하는 등 품위있는 문화생활이 이루어진
곳이기도 하다. 음양의 원리에 따라 동쪽에 위치한다.
주로 부녀자들이 생활하던 곳으로 가족의 의식주를 전담하는 공간이며 출산, 임종 등 집안의 중요한 일이
이루어지던 곳이다. 집의 중심부 햇살이 가장 잘 드는 안쪽에 위치하며 집안의 대소사를 관장하는 곳이다.
음양의 원리에 따라 사랑채의 반대편인 서쪽에 위치하며 보통 안방, 안대청, 건넌방, 부엌으로 구성된다.
돌아가신 조상을 모시고 섬기는 공간으로, 대문으로부터 가장 안쪽, 안채의 안대청 뒤쪽이나 사랑채의 뒤쪽
제일 높은 곳에 있다. 사당에는 3년상을 마친 신주를 모시는 데 조상의 칭호를 쓴 신주를 만들어 4대까지
모신다. 옛날에는 조상을 중시해 집을 지으려면 반드시 먼저 사당을 세워야 했다. 특히 사당은 사랑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같은 방향에 위치한다. 조상을 섬기는 제사를 받들고, 손님을 대접하는 이른바
'봉제사 접빈객(奉祭祀 接賓客)'은 사대부의 의무였기 때문이다.
경관이 수려하고 사방이 터진 곳에 지어진 건축물로 자연 속에서 홀로 또는 여럿이 풍류를 즐기며 정신수양의 장소로 활용했던 건축물이다. 옛날 선비들은 정자의 누마루에 올라앉아 흐르는 계곡물소리, 바람소리,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시를 읊기도 하고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정자에는 청렴함과 검소한 생활로 자연에 순응하고자 했던 한국인의 생활철학이 담겨있다.
한옥의 모든 구조는 인체와 직결되어 있다. 방 크기와 문 높이, 대문 너비 등 한옥의 구조가 사는 사람의 자세를 겸허하게 만들고 마음을 집중하게 만든다. 기둥ㆍ도리ㆍ보가 집의 뼈대라면 흙벽은 살이요, 문ㆍ창은 얼굴이며, 지붕은 머리라 할 것이다. 문과 창의 모양은 그 집의 얼굴표정이라 할 수 있다.
옛 한국인은 사람의 키를 말할 때 구척장신(九尺長身), 오척단구(五尺短軀)라 했는데 여기서 기준이 되는
척은 약 30,303cm이다. 따라서 구척은 270cm이 넘는 거구이고 오척은 151.5cm의 작은 키이다.
한옥을 지을 때는 5척을 기준으로 삼는다. 한옥 방에 들어앉았을 때 아늑하고 안정감을 느끼는 것은
이렇듯 인체를 크기의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5척에 3을 상관시킨 15척(454.5cm)이 방 넓이의 한 변이며
이는 살림집 방의 기본 넓이이다. 15척의 방 중앙에 사람이 앉았을 때 7.5척(227cm)씩의 간격이 좌우와
전후에 생겨난다. 7.5척에서 평균신장 5척을 빼면 2.5척(75cm)이 남는데 그 2.5척이 앉은키이다.
앉은키에서 있는 5척을 더하면 방의 천장높이 7.5척이 된다. 15척 사방에 7.5척 높이의 공간중심에
인간이 앉으면 그 기의 순환이 순조로워 늘 기가 고르다고 한다.
흔히 한옥의 규모를 말할 때 '아흔아홉 칸 집'이라고 하면 무척 큰 부잣집을 말한다. 이와 반대로 청렴한
선비는 '달 한 칸, 나 한 칸, 청풍 한 칸' 살아가는 소박한 집을 사랑했다. 여기서 칸(間)이란 보통 기둥
네 개가 모여서 이루어 지는 최소한의 공간을 말한다. 초가삼간은 기둥 여덟 개가 모여야 되고 일반
사대부집의 전형이었던 정면 다섯 칸 집도 기둥이 최소 열여덟 개는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음양사상에 따라 죽은 자가 사는 집인 무덤은 음택이고 산자가 사는 집은 양택이다. 따라서 건축물의
정면을 1, 3, 5, 7, 9의 홀수 칸으로 지었다. 이처럼 칸에는 조금이라도 넓은 평수를 확보하려한 것이 아니라
건축물의 크기를 결정할 때도 음양의 이치를 살핀 철학이 담겨있다. 채는 방과 마루 등을 고루 갖춘 집의
단위이다. 한옥은 단일 육면체로 구성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채라고 불리는 공간단위가 여러 개 조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창은 방을 환기시키고 빛을 받아들이며 밖을 내다보는 통로이다. 한옥의 방 구조에서는 채광과 통풍을 위한
창과 드나들기 위한 문을 엄격히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형태가 같더라도 머름대가 있으면
창이고 머름대가 없으면 문으로 구분한다. 머름대란 창 아래를 막는 나무를 말한다.
창은 사각형 형태가 주로 쓰였으며 원창, 반월창 등이 있었고 무늬에 따라 띠살문, 빗살문, 꽃살문 등으로
다양했다. 창은 채광과 통풍을 위하여 대개 홑창호지를 발랐다. 오늘날의 창에 유리를 대는 것과 달리
창호지를 발라 외부와 내부를 단절시키지 않고 공기가 통하도록 하였으며 은은한 채광을 살렸다.
창은 그 설치기준을 인체에 두었는데 사람 키와 어깨 너비에 맞춰서 창문 크기를 정한다.
안방 아랫목 야트막한 창은 앉아서 팔꿈치를 편하게 얹어놓을 만한 높이에 있고 머름대의 높이는 바닥에
누워도 뜰에서 들여다보이지 않을 만한 정도이다. 머름대의 높이는 문갑 등 실내 가구 제작에서 높이를
제한하는 기준치가 되었으며 이러한 머름대가 있음으로 해서 방 안에 앉은 이는 안정감을 얻는다.
문은 사람이 드나드는 통로이자 집의 보호막이다. 문에는 이러한 실질적 기능에 상징적 의미가 깊이
반영되어 있다. 사람과 물건 뿐만 아니라 모든 복과 악한 기운 역시 이 문을 통하여 출입한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래서 입춘이 되면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는 글을 써 붙이기도 하고, 집안에 필요한 글귀 등을 써 붙이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문에는 특별한 이름을 붙여 현판을 걸기도 한다. 한옥의 문은 용도에 따라 다양하다.
실외의 문에는 대문, 중문, 협문 등이 있는데 대문은 집의 정면에 있어서 집을 대표하는 문이다.
주택의 대문 중가장 격식을 갖춘 형식이 솟을대문이다. 길게 이어진 담벼락이나 행랑채의 지붕보다 높이 솟은
지붕이 있는 대문으로 지붕이 높이 솟아 있다고 하여 솟을대문이라 부른다. 평상시에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조그맣게 낸 문은 협문이라고 한다. 또한 집의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통하는 문은 중문이라고 한다.
대청에는 들어열개문인 분합문을 설치했으며 대청뒷면이나 부엌의 출입문으로는 판장문이라 불리는
두꺼운 문을 주로 설치했다.
한국회화는 대상을 캔버스에 가득 채우기 보다 여유롭게 비움으로써 풍요로운 사색과 영감의 공간을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여백의 미'이다. 비정형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한옥에도 여백이 있다.
고샅과 뜰이다. 고샅은 대문 앞의 노출 공간으로 집에 들어서기 전에 준비하는 공간이자 집과 집을 이어주는
매개공간이다. 고샅은 굵직한 직선이 아니고 흐르는 냇물처럼 좁고 부드러운 곡선이다.
뜰은 집 안의 앞뒤나 좌우로 가까이 딸려 있는 빈터이다. 이 여백의 공간에서 집주인은 화초나 나무를
가꾸기도 하고 푸성귀 따위를 심기도 하며 삶을 풍요롭게 했다.
서까래가 기둥 밖으로 빠져나와 형성된 공간으로 한옥은 처마가 깊다. 깊은 처마는 여름에 태양이 높이
떴을 때 차양이 되고 뙤약볕을 가려준다. 하짓날 12시에 태양이 떠있는 남중고도(南中高度)는 약 70도이다.
북위 38도 부근이 그렇다. 수평의 마당에 기둥이 90도로 섰을 때 70도이니 가파르게 높이 뜬 것이다.
그 볕이 처마의 차양에 걸려 집안은 그늘에 든다. 그늘진 실내는 뙤약볕 받는 마당보다 시원하여 찬 공기와
더운 공기간 대류가 생기게 만든다. 그래서 한옥에는 바람없는 여름날에도 시원하게 바람이 인다.
겨울에는 낮게 뜬 태양볕이 집안 깊숙이 들어오고 온돌로 데워져 위로 올라간 따뜻한 공기는 처마에 막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다. 쾌적한 온도조건을 만들기 위해 처마를 깊숙이 빼다 보면 자칫 집안이
어두울 수 있다. 그래서 집안을 밝게 하는 방편으로 마당에 마사토를 깔아 마당에 반사된 태양빛을
실내에 끌어 들이는 간접조명방식을 취했다. 또한 깊은 처마는 자칫 무거워 보일 수 있다.
그것을 천연스러운 곡선으로 날렵하게 만들었다. 한옥의 처마곡선은 정면에서 보면 좌우로 들리는
2차원의 선을 이루나 처마 밑에서 올려다 보면 그 곡선이 다시 안허리가 잡히는 3차원의 곡선을 이룬
독특한 구조이다.
한옥의 아름다움을 대변하는 것이 바로 지붕의 곡선이다. 이 곡선은 뒷산의 곡선에 맞춘 것으로 학이 막 날개를 접고 내려앉으려 할 때의 모양처럼 가볍고 율동적이며
생동감이 있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의 곡선미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안정감을 준다.
맞배지붕 건물 모서리에 추녀가 없고 용마루까지 측면 벽이 삼각형으로 된 지붕으로 측면이 대부분 노출되는 간결한 구조미를 이룬다.
우진각지붕 건물 네 면에 모두 지붕면이 있는 지붕이다.
팔작지붕 우진각지붕 위에 맞배지붕을 올려놓은 형태의 지붕이다. 용마루, 내림마루, 추녀마루를 모두 갖춘 가장 화려하고 장식적인 지붕이다.
모임지붕 하나의 꼭지점에서 지붕골이 모이는 형태의 지붕으로 용마루와 내림마루가 없고 추녀마루만 있다. 평면의 형태에 따라 사모, 육모, 팔모지붕으로 나뉜다.
모임지붕은 주로 정자나 탑에 쓰인다.
안방과 건넌방 혹은 사랑방과 누마루 사이 등에 위치하여 두 개의 공간을 서로 연결하면서 기능적으로는 중간 역할을 하는 곳이다. 지면보다 높게 나무 등의 재료를 평평하게 깔아 사람이 앉거나 걸어다닐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바닥이 지면으로부터 떨어져 있어 통풍이 가능하고 외벽이 개방되어 있어 주로 따뜻한 남쪽지방에서 발달했다. 마루는 인간과 신을 이어주는 또다른 매개공간이 되기도 했다. 집 전체를 관장하는 성주신의 성주단지를 이곳에 모셨으며 관혼상제의 의식을 치렀기 때문이다.
툇마루 건물 앞뒤나 옆의 끝칸에 마련된 마루로 건물 내부와 외부의 완충공간이며 방들과 대청사이를 이동하는 통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보통 우물마루로 만들어진다.
우물마루 짧은 널을 가로로 긴 널을 세로로 놓아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짰다. 우물마루는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해 온도와 습도 차가 심한 한국의 기후에 적합한 마루이다.
누마루 상류주택의 가장 권위있는 공간이 누마루이다. 기단 없이 기둥 위에 설치된 형태로 다락처럼 높게 만들어 지면의 습기를 피하고 통풍이 잘 되도록 누각형식으로 지었다. 주로 사랑채의 가장자리 칸에 위치하며 여름에는 문을 걸어 올려 주변의 자연과의 운치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겨울철에는 문을 닫아 한기를 막았다. 일반적으로 우물마루로 만들어진다.
대청마루 대청은 큰마루라는 뜻을 갖고 있다. 집 가운데 있는 마루로 안채에 안대청이, 사랑채에 사랑대청이 각 채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다.
안대청은 안방과 건넌방 사이에 위치하며 이들 방을 출입하는 통로의 기능을 담당한다. 사랑대청은 사랑방과 건넌방을 비롯하여 누마루를 출입하는 중심공간이다.
장마루 긴 널빤지를 길게 깔아 만든 마루이다.
쪽마루 널빤지를 길이로 깔고 건물 밖으로 나무를 덧달은 마루이다. 툇마루보다 폭이 좁고 장마루로 깐 뒤 나무를 덧대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붕의 하중을 받아서 주춧돌에 전달하는 수직구조물로 건물의 뼈대가 된다. 대들보가 수평력을 받는
부재라면 기둥은 수직력을 받는 부재라고 할 수 있다. 기둥 윗부분을 기둥머리, 중간을 기둥허리(몸통),
밑부분을 기둥뿌리(밑동)라고 한다.
민흘림기둥 기둥머리 지름보다 기둥뿌리 지름이 큰 기둥이다. 지름이 줄어드는 비율은 일정치 않다.
배흘림기둥 기둥머리의 지름이 가장 작고 기둥허리가 가장 크며 기둥뿌리가 기둥머리보다는 크고
기둥허리보다는 작은 기둥을 말한다.
직립주 기둥머리, 기둥허리, 기둥뿌리의 크기가 모두 같은 기둥
각(角)기둥 기둥 측면이 각을 이룬 기둥으로 각의 숫자에 따라 일반주택에 많이 쓰이는 4각주,
정자에 주로 쓰이는 6각주, 장식이 많은 건축물에 쓰이는 8각주가 있다.
한옥의 담은 출입을 제한하고 공간을 단절하려는 목적으로 세웠다기보다는 늘 열어놓고 통과하는데 더 많은 의미를 두었다. 그러므로 높이 쌓거나 위협적으로 쌓는 일이 없이 나지막하여 안에서 밖을 바라볼 수 있고 길을 지나가는 사람이 조금만 발돋움을 하면 집안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저 집안과 집밖을 구분하는 의미에서 담을 쌓았다고 할 수 있다. 담은 흙, 돌, 기와 등으로 소박하게 만들었으며 은은한 장식을 두어 시적감흥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운치가 있다. 민가에는 특별히 담장이나 대문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는 경우도 많아서 싸리나무를 집 둘레에 심어 경계를 나타내거나 아예 대문이 없거나 사립문이 있더라도 늘 열어 놓고 살았다.
샛담 집안의 각 채 사이사이에 쌓아올린 담이다. 남녀의 구분이 엄격했던 조선시대에는 특히 남성의 공간인 사랑채 앞을 여인들이 지날 때 모습이 노출되는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샛담을 만들었다.
꽃담 탐스러운 포도송이나 꽃무늬, 장수를 의미하는 수(壽)자나 행복을 기원하는 복(福)자 등의 글자를 새겨 넣은 담이다.
이들 무늬는 자손의 번창과 가정의 화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담 위에는 기와를 올려 흙이 빗물에 실려 나가는 것을 방지하고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꾀했다.
한옥은 다양한 목재들이 만나 이루어진 집으로 목재들은 못을 쓰지 않고 수직과 수평, 사선으로 만나 이음과 맞춤의 체계적인 형식으로 연결된다.
이음과 맞춤은 최소한의 목재로 하나의 공간을 연출하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수십가지의 다양한 방식이 있다.
또한 이음과 맞춤에는 음양의 원리가 담겨있다.
나무 부재를 같은 방향으로 연결하는 것이 이음이고, 수직 또는 비스듬히 연결하는 것이 맞춤이다. 이음법에는 주먹장이음, 반턱이음, 메뚜기장이음, 엇걸이빗턱이음 등이 있는데 주먹장이음은 한옥의 이음법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음으로 두 부재의 연결 부분을 암수로 만들어 끼우는 방식이다. 반턱이음은 두 부재를 서로 절반씩 턱지게 따내어 면이 일치되도록 이은 것이다. 메뚜기장이음은 연결 부분 가운데 튀어나온 부분의 머리가 메뚜기처럼 생긴 것이다.
엇걸이빗턱이음은 양쪽 부재를 대칭되는 'Z'자형으로 따내어 맞추는 이음법이다.
한옥은 목조가구식으로 기둥과 보의 맞춤으로 결구되어 기둥과 같은 직선재만으로도 건물이 세워질 수 있다. 기둥만 남기고 벽체를 다 없애도 건물은 거뜬히 유지된다.
한옥의 기본적인 맞춤방식은 사개(괘)맞춤이다. 이는 기둥과 도리와 보가 못하나 쓰지 않고 꼭 맞게 합쳐져 하나의 집 뼈대를 이루는 절묘한 방식이다.
이밖에도 한 쪽 부재에 홈을 파고 여기에 맞는 돌기(턱솔)를 다른 재에 내어 물려 맞추는 턱솔맞춤, 직교되거나 경사 교차되는 나무의 마구리가 보이지 않게 서로 45도 또는 맞닿는 경사각의 반으로 빗잘라 대는 연귀맞춤 등이 있다.
전통가옥에서 마루가 시원한 여름을 보내기 위한 시설물이라면 온돌은 추운 겨울을 보내기 위한 난방설비
이다. 온돌이라는 한국 고유의 난방방식은 선사 시대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방바닥
밑의 구들을 데워 축열시키고 그 축열된 열의 전도, 대류, 복사에 의해 난방하는 방식이다.
이는 '열전달 3요소'를 모두 갖춘 매우 과학적인 난방법이다.
전통 온돌의 구조를 살펴보면 아궁이에서 굴뚝에 이르는 고래가 있고, 고래 위에 구들장을 올리기 위해
흙이나 돌로 쌓아 올린다. 그리고 그 위에는 두께가 약 5∼8㎝ 정도에 이르는 평평한 돌(화강암)을 받쳐가며
일정한 높이로 놓고 쌓은 구들장이 있다. 아궁이에서 굴뚝에 이르는 방고래 형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고래는 따뜻한 열기가 지나가는 통로의 수가 1개인 1로식, 2개인 2로식, 여러 개인 다주식이나 다로식
등으로 되어 있다. 연기가 방고래 전체에 골고루 지나가도록 되어 있고, 바닥은 아궁이에서 굴뚝으로
갈수록 약간 높게 만들어져 있다. 아랫목은 아궁이와 가까워 불을 피웠을 때 뜨거워서 화상을 입을 수도
있는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아랫목에 구들은 두 겹으로 하거나 아주 두꺼운 돌로 깔았다.
이로써 한 번 데워진 아랫목은 불이 꺼진 뒤에도 아주 오랫동안 열기가 남아 있어 난방 효율이 뛰어나다.
한국 속담에 '장맛은 뚝배기'라는 말이 있다. 이는 흙을 구워 만든 뚝배기가 갑작스러운 온도의 변화없이
열을 장에 고르게 전달하여 장을 더욱 맛있게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마찬가지로 온돌은 겨울철 땅 속의 지열을 흡수하고 여름철 땅 속의 한기를 머금어 사계절 외기와 상관없이
쾌적한 실내환경을 가능하게하며 인체에 잘 흡수되는 원적외선을 방출하여 인체로 부터 유해물질을
방출하게 한다.
굴뚝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따뜻한 불길이 방고래를 훑으며 가다가 고래 끝에 파놓은 개자리에 이르러
멈춘다. 이 때 연기가 식으면서 그을음이라고 하는 불순물이 밑으로 떨어지고 맑은 연기만 굴뚝을 통해
집밖으로 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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