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중국의 증시 폭락과 경기 침체는 중국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큰 공포로 다가온다. 서울신문은 5일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전문가들과 중국 경제학자를 통해 중국 경제의 위기 원인과 전망, 한국의 대응 방안을 짚어봤다.
이들은 우선 중국의 위기를 직시해야 하지만, 과도한 비관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구조개혁이 성공해 중국 경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을 때가 한국에는 진정한 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경제가 지금처럼 휘청거리면 한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중국의 모든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면 한국 기업이 서 있을 틈이 없다는 것이다.
●거시경제 전문가인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 이승용 부수석대표
는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나 정확한 분석 없는 과도한 비관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이 부수석은 중국 실물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과잉설비, 기업부채, 부동산 침체를 꼽았다. 다만 그는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정부가 펼칠 수 있는 통제 수단이 많다”면서 “자본주의 국가처럼 주가 등 한곳이 무너진다고 경제 전체가 붕괴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악재가 제한적, 분절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부수석은 “경제성장률 하락에 직격탄이 되고 있는 제조업과 부동산 투자 부진을 창업·혁신 기업과 SOC 투자가 얼마나 보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연구원 베이징사무소 이문형 소장
은 “주가가 이렇게 폭락할 만큼 실물경제가 급속도로 나빠졌다는 근거는 없다. 중국 증시는 늘 춘제(설날)를 앞두고 하락하는 패턴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긴 명절 연휴를 앞둔 지금이 기업의 자금 수요가 가장 큰 시기이다. 이런 계절적 요인에 제조업 지수 부진, 중동 정세 불안 등이 맞물려 투매 심리를 부추긴 것이다. 그는 “모든 산업이 첨단화를 향하고 있고, 구조 개혁이 완수되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능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계했다. 한국의 대응 방안에 대해 이 소장은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소비가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씩 상승하는 것을 잘 봐야 한다”면서 “새로운 유통시장에 주목하고 혁신적인 유통 채널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의 화장품 업체가 중국인의 전자상거래 ‘역직구’를 활용해 마스크팩 2800만장을 판 것이 좋은 예이다.
●코트라 중국본부 홍창표 부본부장
은 “중국은 증시와 실물의 연계성이 낮지만, 증시가 계속 내려가면 소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중국의 수출 부진과 증시 폭락, 부동산 불황은 부양책으로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 정책과 시장의 움직임이 엇박자를 낼 여지가 커지는 것도 큰 위험 요소”라고 진단했다. 홍 부본부장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서비스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된 것을 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제조업의 빈자리를 로펌, 회계, 금융, 엔터테인먼트, 환경 관련 기업이 신속하게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베이징 이공대 경제학부 후싱더우(胡星斗) 교수
의 중국 경제 전망은 비관적이었다. 후 교수는 “새로운 산업구조가 제때 형성되지 못하면 하락 국면은 향후 10년간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후 교수는 “현재 중국 경제는 전환기의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전환 방법을 찾지 못하면 금융과 실물 모두가 위험해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증시 폭락은 중국인이 경제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후 교수는 구조개혁의 성공 열쇠로 민영기업 강화를 꼽았다. 그는 “정부 투자가 반드시 생산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만한 국유기업을 능가하는 민간기업 육성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