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입력2015.12.28. 09:22
부부싸움은 시간이 지나면 싸웠다는 사실은 기억하지만 왜 싸웠는지는 정확히 생각이 안 날 때가 많다. 싸우는 단골 주제는 경제적인 문제, 시댁과의 갈등, 육아 방식 등이다. ‘뭘 또 샀느냐’ ‘시댁에 신경 좀 더 써라’ ‘애들을 왜 심하게 야단치느냐’ 등 쪼잔해진 남편의 폭풍 잔소리를 들으면 중년의 아내는 받아들이기보다는 일단 응사(應射)부터 하고 본다. 당연히 그러다 싸움이 벌어진다.
부부간 다툼이 길어질수록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쉽다. 싸울 때 이메일이나 문자로 치고받는 분들과 존댓말로 조근조근 따지는 고상한 분들도 계시지만, 반대로 핏대를 세워가며 바락바락 소리 지르거나 욕을 해 부아를 돋우거나 한술 더 떠 멱살을 잡거나 치고받아 피를 보고 뼈가 부러지는 경우도 있다. 분을 참지 못해 주먹으로 거울을 깨거나 문짝을 부수기도 하고, 손에 잡히는 대로 던지는 이도 있다. 다투더라도 선(線)은 지켜야 한다. 욕설, 폭력, 기물 파손 등은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아주 쉽다.
우리나라 남편들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아도 결혼하자마자 아내한테 똑같은 다짐을 받아낸다. 아무리 싸우더라도 집을 나가거나 다른 방에 가서 자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자고 새끼손가락을 건다. 그러나 일단 싸움이 벌어지면 약속은 헌신짝처럼 던져버리고 집을 나온다.
요즘은 양성평등 시대라 남편들도 잘 나간다. 하지만 일단 나오면 갈 곳이 없다. 아파트 계단이나 옥상, 동네 놀이터에 앉아 울거나 술 마시고 한참 있다 슬그머니 들어가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이참에 버르장머리를 고쳐놓는다고 작정하고 나와 본가나 찜질방에서 자며 며칠씩 안 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가봤자 바깥에는 찬바람만 분다. 다행히 배우자가 찾아오면 얼른 따라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창피해하면서 혼자 들어가야 한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일까? 인간이니까 싸울 수는 있지만 화해만은 잘해야 한다. ‘결혼의 수학(The Mathematics of Marriage)’의 저자 존 가트맨(John Gottman) 워싱턴대 교수는 “부부싸움에서 중요한 것은 ‘왜 싸우느냐가 아니고 어떤 태도로 싸우는가’라는 것”이라고 했다. 또 사소한 원인이 큰 감정싸움으로 번지기까지는 대략 이틀 정도 걸리며, 그 이상 지나면 화해도 쉽지 않고 감정의 골만 깊어지므로 최대한 빨리 풀고, 극도로 흥분한 남편에게 혼자 있을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조사 결과, 부부싸움 후 화해하는 방법으로는 ‘화가 풀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연스레 푼다’가 44.1%, ‘싸움 전후 감정을 말로 표현한다’가 39.5%, ‘스킨십 시도’가 13.6%로 나타났다.
사랑해서 만났지만 사랑해서 서운한 것이 많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고 화해만 잘하면 부부싸움도 할 만하다.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것이며 이를 어겼을 때는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는 각서를 쓰는 이도 있고, 호시탐탐 토라진 배우자의 눈치를 보다 혀 짧은 목소리로 애교를 부리거나 이불 속에서 진한 스킨십도 해볼 만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좋은 건 잘 차려진 입쌀밥에 고깃국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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