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멋지게 웃으며 은퇴했다.
NC의 투수 고참 3인방이 이번주 차례로 유니폼을 벗었다. 지난 9일 박명환(38)을 시작으로 12일에는 손민한(40)과 이혜천(36)도 은퇴했다. 세 투수 모두 NC에서 명예회복하며 선수생활의 끝을 아름답게 마무리 지었다. 멋지게 웃으며 떠나는 은퇴의 정석을 보여줬다.
가장 먼저 은퇴를 결정한 것은 박명환이었다. 2군으로 내려간 지난 8월말부터 선수로서 더는 안 되겠다고 판단해 은퇴를 결심했다. 2군 고양 다이노스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으며 은퇴발표만 남겨뒀다. 시즌 종료 후 2군 투수코치로 정식 선임돼 지도자로 첫 발을 뗐다.
손민한은 시즌 종료 후 결정이 났다. 손민한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김경문 감독이 고참 선수들과 가진 식사 자리에서 처음 이야기가 나왔다. 손민한 역시 멋지게 명예롭게 은퇴하는 것에 고심했다. 휴가를 갖고 고민한 끝에 "후배들이 올라오는데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미련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은퇴를 결정했다.
이혜천의 경우에는 일찌감치 호주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즌 막판부터 가족들과 함께 호주로 떠날 구상을 이미 했고, 한국에서 은퇴와 함께 호주에서 제2의 인생을 열기로 했다. 호주리그 아들레이드 바이트에서 뛰기로 모든 결정을 마치며 홀가분하게 은퇴를 발표했다.
세 선수 모두 우여곡절이 많았다. 손민한은 MVP 출신의 전국구 에이스로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선수협회장 시절 비리 때문에 모든 명성에 금이 갔다. 박명환은 40억원 FA 계약으로 대박을 터뜨렸으나 고질적인 어깨 부상으로 재활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이혜천도 일본프로야구에서 돌아올 때 거액을 받았으나 부진을 면치 못했었다.
하지만 세 선수 모두 NC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아 명예회복했다. 손민한은 최고령 10승 투수로 새 역사를 썼고, 박명환·이혜천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모범이 됐다. NC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선수들이 멋지게 박수 받으며 떠나게 됐다.
무엇보다 은퇴 결정 과정에서 선수의 의사를 존중하며 원만하게 마무리했다. NC 구단 관계자는 "세 선수 모두 웃으며 은퇴했다. 구단에서도 내년 시즌 초 이들을 위한 은퇴식을 마련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NC 야구단이 창단할 때부터 추구해온 정의·명예·존중의 가치가 선수들의 은퇴에서도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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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손민한-박명환-이혜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