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 中 '北 끌어안기' 나선 이유는
문화일보박세영 기자입력2015.11.05. 14:30수정2015.11.05. 15:00
GDP성장률 순위 최하위권
北 협력으로 낙후지역 부흥
지역 안보상황 안정화 목적
김정은 비난글 엄격 통제도
중국은 한쪽으로는 북한에 대해 ‘한반도의 비핵화’와 ‘반도의 평화 안정’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당대 당 관계의 복원과 경제협력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며 북한에 손을 내밀고 있다. 지난 2013년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 이후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 온 중국이 최근 관계 개선에 나선 데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 악화를 막고 북한을 달래 더 이상 핵무기 개발을 진전시키지 않으면서 경제 협력을 통해 중국 동북 지역의 경제 및 안보 상황을 안정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에서 감지되는 ‘북한 끌어안기’ 분위기
= 지난달 초까지 중국은 미사일 도발 및 핵실험을 예고한 북한에 대해 대외적으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딱 한 달 전인 지난 10월 5일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을 발표했다. 류 상무위원의 방북 당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핵·경제 병진노선’이라는 기존의 용어 대신 ‘국방·경제’라는 단어를 쓰는 등 ‘핵’이라는 단어를 공개적으로 쓰지 않았으며 최근 남북 이산가족상봉까지 치러내면서 한 달 가까이 핵 실험 혹은 미사일 발사는 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북한에 대해 “정상적인 국가 관계”라면서도 조금씩 ‘당대 당’ 관계를 복원하면서 지방정부를 통한 경제 협력부터 차츰 관계를 회복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류 상무위원 방북 이후 중공군의 한국전쟁 참전 65주년 기념일인 지난달 25일 리리궈(李立國) 민정부장이 개성을 방문해 중국지원군 기념 능원 보수 공사 준공식에 참석하며 혈맹을 강조하고 나섰다. 동북지역의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소통이 활발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고위 관계자는 최근 북한과의 협력과 관련, “북한과는 시종일관하게 정상적인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중국은 현재 나진항 개발과 관련, 북한 측과 순조롭게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공개적으로 북한과의 관계와 관련, ‘개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과의 접경 지역인 동북 3성과 관련해 ‘대외 개방’을 강조한 경제 개발 정책을 발표하며 북·중 간 경제 협력을 암시하고 있다.
류 상무위원의 방북 이후 미묘하게 감지되는 중국의 태도 변화 중 하나는 북한 혹은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조롱의 글을 온라인에서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제1위원장에 대한 공개적인 조롱과 비난은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중 하나다. 류 상무위원의 방북 당일과 다음날 오전까지도 기사 댓글과 SNS에는 각종 조롱의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이 같은 글은 이날 오후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후 한 달이 다돼 가지만 지금까지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다. 5일 현재 중국 SNS인 웨이보(微博)에서 북한 김 제1위원장을 중국인들이 희화화해 일컫는 가장 보편적인 별명인 ‘진싼팡(金三반·김씨 집안 세 번째 뚱보)’을 검색하면 “관련 법규 및 정책에 따라 검색 결과는 보이지 않는다”는 통지 화면이 뜬다. 반면 지난 주말 중국 뉴스포털의 메인 사진 화면에는 한·일·중 3국 정상회의 사진과 나란히 김 제1위원장의 수산물 양식장 방문 사진이 톱 뉴스로 걸려 있었다.
◇지방정부·경제 협력 중심으로 북한 끌어안기…
동북 지방 경제 부흥과 일석이조 = 동북지방은 류 상무위원 방북 이후 북한을 포함하는 경제 개발 청사진을 만들며 북·중 개선과 함께 지역 경제를 부활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인 동북 3성의 경제 개발에 북한을 끌어들여 대북 영향력을 회복하고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인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 7월 지린(吉林)성을 방문하면서 동북진흥을 강조하고 창지투(창춘(長春)-지린-투먼(圖們)) 개발 재개를 특별 지시했다. 창지투 개발은 창춘·지린·투먼 등 국경 도시와 북한의 나진·선봉을 연계한 개발 계획으로 북·중간 협력을 전제로 한다. 과거 노후 공업 지대인 동북 3성은 실제로 경제 성장에서 소외되어 있다.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의 전국 성·시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순위에서 동북 3성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29개 비교 대상 지역 중 랴오닝(遼寧)성이 전년 동기 대비 2.7%로 꼴찌인 29위를, 지린성이 6.3%로 27위를 차지했다. 다른 한 곳인 헤이룽장(黑龍江)성은 4일까지 GDP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시 주석의 동북 방문과 류 상무위원의 방북 이후 지방 정부 차원에서의 북·중 협력을 전제로 한 경제 정책들이 앞다퉈 나오고 있다. 랴오닝성은 지난달 단둥(丹東)에 북·중 무역박람회를 계기로 호시무역구를 설립해 개장식을 열었다. 이는 중국 중앙정부와의 소통 없이 지방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보기 어렵다. 지린성은 훈춘(琿春)시에 256가지 행정권한을 대폭 이양해 훈춘의 개방과 발전을 지원키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
훈춘과 북한 나선을 잇는 신두만강대교는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돼 올해 말까지 완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중국 정부는 지난주 열린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8기 5중전회)에서 ‘국민경제와 사회발전에 관한 제13차 5개년 계획(13·5규획)’에서 두만강 국제관광구 조성을 중점 사업으로 추진할 방침을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지린성은 북한 및 러시아와 함께 국제관광구의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연말까지 정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건설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베이징 = 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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