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만건 역대 최다.. 달라진 이혼법정, 판사들도 괴로워] - 타이르는 이혼재판은 옛말 부모뻘 되는 부부에겐 "결혼이란.." 말도 무색 등 돌린 70대 부부에게 왜 갈라서는지 묻기도 민망 판사들 근엄해 보이기 위해 안경테 바꾸고 염색 안 해
조선일보최연진 기자입력2015.11.04. 03:06수정2015.11.04. 08:51
"판사님도 10년쯤 뒤면 제 심정을 아시게 될 거예요. 아마 '왜 그때 그 아주머니를 이해하지 못했을까' 싶을 때가 올 거예요."
작년 10월 서울가정법원 이혼법정에 선 60대 아내 A씨가 판사에게 말했다. 그는 네 살 위 남편과 1981년 선봐서 결혼했다. 아들도 둘 낳았다. 부부간에는 33년 결혼 생활 내내 큰 분란은 없었다. 바람피운 이도 없었다. 그러나 A씨는 집에 오면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 무뚝뚝한 남편 때문에 고통받았다고 했다. 아들들이 분가(分家)한 이후 부부만 남은 아파트는 '정적(靜寂)' 그 자체였다고 했다.
"우리 세대는 한번 결혼하면 무조건 죽을 때까지 같이 살아야 한다고 배웠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서요. 지금부터라도 행복하게 살면 안 될까요?" A씨의 말이 법정에 울렸다. 마흔 갓 넘은 판사는 "젊은 부부들이라면 '훈계'라도 할 건데, 60대 어른이 30년 넘게 남편과 살면서 단 한 번도 웃은 일이 없다고 하니 마땅히 드릴 말씀이 없더라"고 멋쩍어했다.
20년 이상 산 부부의 이혼을 뜻하는 '황혼(黃昏) 이혼'이 갈수록 늘면서 이혼법정 풍경도 바뀌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0년 2만7823건이던 황혼 이혼은 지난해 3만3140건으로 급증했다. 이에 비해 동거 기간 4년 이하인 '신혼 이혼'은 급감 추세다. 2010년 3만1528건에서 지난해 2만7162건을 기록했다. 2012년부터 황혼 이혼 건수(3만234건)가 신혼 이혼 건수(2만8204건)를 추월하는 역전 현상이 3년 내리 계속되고 있다. 이혼법정에서 갓 결혼한 커플보다 머리 희끗한 노년·중년 부부를 보기가 더 쉬워진 것이다.
이혼 사건을 담당하는 가사(家事) 법관들은 냉철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법률가이면서도 때론 부부를 어르고 설득하는 상담사 역할도 해야 한다. 그러나 황혼 이혼 부부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서울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젊은 커플에겐 '저도 초등학생 딸이 있는데요…' 하면서 설득을 시도하거나 조언도 할 수 있었는데, 부모뻘 되는 부부에게 섣불리 '결혼 생활이란…' 하며 무게를 잡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다른 판사는 "아무 말 없이 뚱하게 앉아 있는 70대 부부에게 '왜 이혼하려는지 자세히 설명해보라'고 채근하기도 그렇고, '예예' 하면서 주로 듣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요즘 가정법원 판사들 사이에선 "가사 법정 법대(法臺)에 서려면 나이 들어 보이게 꾸며야 한다"는 말이 돈다. 그냥 우스개가 아니어서 염색을 하지 않는 판사들이 적지 않다. 4년째 이혼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판사는 "근엄해 보이기 위해 뿔테 안경을 금속테 안경으로 바꿨다"며 "여성 법관의 경우 웃음이 나더라도 꾹 참고 시종일관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고 했다. 또 미혼 판사가 가정법원에 근무하게 됐을 때엔 이혼 사건 아닌 소년 사건 등 다른 재판을 맡는 것이 법원의 관례가 됐다.
판사들에 따르면 법정에 온 황혼 이혼 부부들은 재산 분할 문제를 중심으로 두 부류로 확연히 갈린다. 한쪽은 '위자료고 뭐고 다 필요 없으니 이혼만 시켜달라'고 하는 경우이고, 다른 한쪽은 '한평생 노예처럼 헌신했으니 이제 내 몫을 받아야겠다'고 하는 경우다. 신혼 이혼 부부들이 배우자의 성격 문제, 가족 갈등, 재산, 외도 문제 등등 다양한 사유로 치열하게 다투는 것과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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