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커피, 축제에서 산업으로
이코노미조선권벼리 인턴기자·고려대 경영학과 졸입력2015.10.08. 17:43
매년 커피축제가 열리고 있다는 것도 강릉으로 휴가간다던 친구의 입을 통해 알게 됐다. 강릉이 도대체 어떻게 '커피의 성지'가 됐을까? 축제가 지역 이미지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고마운 마음 반 궁금한 마음 반으로 강릉커피축제의 과거, 현재, 미래를 파헤치기로 했다.
1. 커피 향기 그윽한 강릉의 바다 <사진 : C영상미디어 한준호>
한창 고민에 빠져있을 당시, 최명희 강릉시장이 그에게 가방 속 고이 접힌 신문 기사를 꺼내보였다. '커피가 강릉으로 간 까닭은?'이라는 제목으로 강릉의 커피 명인들을 다룬 모 종합일간지 기사였다. "이걸로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 국장을 주축으로 커피애호가들이 뭉쳤다. 그러나 "강릉이 무슨 커피축제냐"는 거센 비판과 때마침 유행한 조류독감으로 대규모 행사를 할 수 없게 돼 난관에 부딪쳤다. 그는 축제를 포기할 수 없다는 일념에 여러 곳으로 축제를 분산 개최해 밀어붙였다.
커피협회 사람들은 자원봉사를 자청했다. 올해는 영화사 조제 대표이자 강릉 배경 독립영화를 주로 찍는 조성규 감독의 제안으로 배우 박규리, 채정안, 김재욱이 노개런티로 강릉커피축제 홍보대사를 맡았다. 올해부터 케냐에 원두를 수입하는 카페 주인의 중재로 커피 생산 종주국인 케냐 나이로비 주정부와 MOU를 맺게 됐다. 이탈리아 대사관에서도 먼저 연락이 왔다. 강릉커피축제사무국 직원들은 "크게 홍보한 것도 없는데 연일 판이 커지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고 놀라워했다.
이어 그는 "박이추 선생은 원로 느낌으로 산 속에서 수행하듯 조용히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계셨고 테라로사 김용덕 대표도 산골에서 공장을 세워 묵묵히 최상의 원두를 볶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 나는 안목에 최초로 에스프레소 베이스 카페를 지어 대중에게 커피를 알리고 있었다"며 "커피축제가 시작되면서 서로의 존재를 알게 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용덕 테라로사 대표는 외진 산 속에 국내 최초로 커피 로스팅 공장을 짓고 전 세계를 돌며 커피농장과 직거래를 트는 등 질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한 외길을 걸어왔다. 그런가 하면 최금정 커피커퍼 대표는 2001년 횟집만 가득하던 안목에 국내 최초로 3층 건물 전체가 통유리로 된 카페를 열고 대중에 커피 문화를 확산시켰다. 세계 각국의 진귀한 커피유물을 모아 커피박물관을 짓고 커피농장에서 직접 커피나무를 재배해 한 잔의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강릉이 커피 불모지였던 시절 커피 문화를 개척한 장본인이다.
그 역시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다 사람에 신물을 느껴 바다를 보며 혼자 쉴 수 있는 강릉으로 피신왔다. 최금정 대표 역시 강릉에 정착하게 된 이유에 대해 "안목 바닷가가 좋아서였다"며 "어린 나이에 사업에 실패하고 나서 안목 바닷가에 앉아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자 시름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리커피(illy coffee)의 고향 이탈리아 트리에스테나 스타벅스 1호점이 있는 미국 시애틀 역시 해안 도시였다"며 커피도시 강릉의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종덕 국장도 "카페가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커피뿐 아니라 인테리어와 음악에 신경쓰게 돼 심미안이 높아지고, 카페에서 진행되는 각종 전시를 통한 문화애호 분위기는 예술인들의 무대를 만들어 줬다"며 "강릉커피축제는 커피를 통해 도시 문화와 산업 전반을 바꿔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 창조경제의 사례"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직접적인 커피 관련 산업에 대해서도 "세계 커피 수출국 1위가 스위스라는 사실을 알고있느냐"며 "스위스에서는 커피가 한 그루도 자라지 않지만 네슬레에서 대규모 커피 가공수출을 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강릉의 높은 수준의 로스팅 기술을 발전시켜 세계 최대 커피 가공수출 도시가 되겠다는 포부다.
실제 그는 이를 위해 베트남과 미얀마에 커피학교와 커피농장을 짓고 후학 양성 계획의 꿈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9월 둘째 주에 2박3일로 다녀온 일본 출장에서는 옥수수, 바나나 등 커피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그늘을 만드는 작물 재배법 책만 몇십권을 샀다. 박이추 대표의 말이다.
우리 자체 커피를 만들진 못하는 겁니다. 저는 그걸 한번 해 보려고 합니다. 강릉 커피공장을 기점으로 말이죠. 사람들은 나보고 미쳤다고 그러는데 미치지 않으면 고정관념을 깨지 못해요. 가만히 앉아서 외국 사람들이 강릉으로 오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직접 나가서 커피문화를 전파해야 진정한 '커피도시 강릉'이 될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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