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쓰라린 IMF 사태를 겪으리라고 생각했던 경제전문가와 국민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폐허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난 2000년대 초반에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리라고
예측한 국민들도 거의 없었습니다.
마찬가지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 경제학자도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물론 대다수 국민들은 아파트가 승승장구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서민경제에 많은 피해를 주었고 부동산 불패라는
신화가 깨졌습니다. 그리고 그 여진은 지금도 진행중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사실상 1930년대 대공황과 거의 같은 급의
경제위기입니다.
다만 대공황때에는 당시 미국 정부가 손을 쓰지 않아 주가(株價) 폭락으로 경제가
총체적으로 몰락했습니다.
그 후 제2차 세계대전으로 군수산업 등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뉴딜과 조세
정책(부자증세)으로 양극화를 줄였습니다.
2차 대전이 끝난 후에는 자동차, TV, 냉장고, 에어컨 등 과학의 산물인 성장산업이
있어 70년대까지 고용이 보장되면서 근로자들의 소득이 늘어 수요를 창출해 높은 성장률로 황금기를 맞습니다.
신자유주의 체제(부자감세)의 내재된 모순으로 폭발한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때는 대공황을 연구한 버냉키가 양적완화 정책을 펼침으로써 주가(株價)
폭락을 막아 그나마 어렵지만 지금 같은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위기가 진정되는 듯한 글로벌 경제는 예전처럼 다시 회복하기가 어려운 단 한가지
치명적인 결함이 있습니다. 그것은 새로운 성장산업의 부재입니다.
어떤 산업으로도 예전처럼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또다시 만들어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당장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건축 붐이 일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일자리의 많은 부분을 중국교포등 외국인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체에 심장이 있어 피가 돌아 생명을 유지하듯, 자본주의는 반드시 경제의 혈액인 돈이 돌게하는 금융기관이 있어야 작동됩니다.
위기가 오기 전까지 특히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인 시절엔 노동자들의 저축을 바탕으로
기업이 성장했습니다.
예대(預貸) 마진으로 운영되는 은행은 상품(대출)을 팔지 못하면 생명이
끝이납니다.
1990년 대 말에 마지막 성장산업이었던 IT(닷컴)로 투자자들이 몰려 거품이 일어나고 터지자 금융(은행)은 노동자 저축에 이은 기업의
대출이라는 공식이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살 길을 찾던 금융기득권은 결국 주택이라는 상품에 모기지 대출을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신자유주의 체제로 기득권들은 점점 더 부자가 되는 속도가 빨라진 반면 반대로
노동자들의 소득은 빠르게 정체되었습니다.
기득권들의 잉여자금은 임금으로 분배되지 않고 대신 금융기관을 통해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주택구입 자금으로 이동했습니다.
그 후, 싼부채로 집을 사고 집값이 오르면서 은행은 확실한 담보가 되어 안심이 되고
또 대출자들은 환호했습니다.
오르는 집값은 대출의 한도액이 늘어 그돈으로 남들과 같이 소비에 동참하면서 뒤쳐지지
않은 것처럼 느끼게 되었습니다.
치명적으로 자신의 연봉에 비례한 적정부채에 대한 감각이 둔해졌습니다.
이 구조는 결국 다단계판매나 마찬가지로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종말이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물론 집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면 빚이 많더라도 집을 팔아 빚을 해결하면 되지만,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가 없어 터진 것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입니다.
2008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는 무지막지한 돈풀기로 막고 있지만, 서서히 경기는
둔화되고 있습니다.
거품시기인 2000~07년까지 세계 수출입 물량은 한해 평균 7,2% 증가했으나,
2008~14년 증가율이 3,1%로 떨어졌고 2015년들어 정체되거나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2000~07년 세계성장률 3,9% 에서 2,9%로 하락했고 미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 디플레이션 공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언론보도)
2015년 초부터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고되기만 하면서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어떤 전문가들은 이미 미국의 금리인상이 시장에 선(先)반영됐기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시장에 큰 충격을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1100조 원을 훨씬 넘어서 아직도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가 아파트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을지는 최소한 미국의 금리인상 후에 1년 정도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하우스푸어들은 내가 빚을 내서 산 가격보다 더 받고 넘겨야 해결이 가능한 데
서민들의 가장 큰 문제는 이 부채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국가건 회사건 또한 가정이건 간에 실물경제로 새로운 부를 창출해야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인데, 경기가 얼어붙어 급여가 동결되고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마저 불안해지고 있는 지금 아파트 거품만 오직 부채로 유지될 수
있을까?
IMF 경제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산업구조 변화로 살아나던 우리나라의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대부분의 기업은 부채에서 자유로워진 반면, 가계는 1100조 원에 부채에 발목잡혀 있습니다.
거의 20년도 안 된 시기에 기업 부채, 가계 저축이라는 공식이 정반대로 되었습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 아파트 거품이라는 환상으로 가계부채는 가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