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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환율 모험'..시장 압력 노출 '양날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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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5. 8. 2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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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환율 모험'..시장 압력 노출 '양날의 검'

위안화 변동 폭 늘리고 기습 평가절하, 불확실성 증폭 불가피

한경비즈니스|입력2015.08.24. 15:22|수정2015.08.24. 15:22

 

 

 

중국은 그동안 내부적으로 자체 시스템의 신용 공급을 늘리고 그림자(shadow) 뱅킹에 의존해 체제 전환의 부작용을 줄여 가면서 임시방편의 수단을 총동원해 왔지만 이제 그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8월 11일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절하 조치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90원대까지 오르고 코스닥 700선이 일시 무너졌다. 시장 충격이 현실화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세계경제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그동안 엄격한 자본 이동에 대한 규제와 함께 거대한 외화보유액 유지를 바탕으로 0.2% 내외의 실질적 밴드를 유지해 온 점에 비춰 볼 때 최근 위안화가 달러와 유로 대비 1.8~2.2%까지 절하된 것은 실로 파격적인 행보다.

 

 

일견 시장 친화적인 움직임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관리변동환율 체제하에서 그동안 일부에서 주장한 절상 압력이 아닌 절하 압력이 누적돼 왔다는 방증으로서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통상적으로 10%대 이상의 환율 변동을 위기 상황으로 정의하지만 중국은 자본계정이 개방돼 있지 않기 때문에 2%대의 변화도 이례적 차원의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사실 시장 여건이 즉각 반영되는 유로는 작년에 달러 대비 18%까지 폭락한 적도 있고 엔화도 그 이상의 변동 폭을 보인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상황은 시스템 한계 상황을 반영하기 때문에 변동 폭 자체는 작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성장률 둔화와 주식시장 폭락에 선제적 대응

 

그동안 미국 재무부는 중국의 외화 자유화를 지지해 왔다. 반면 의회는 위안화 절상을 막으려는 중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지속적인 견제구를 날려 왔다. 따라서 자유화의 관점에서 볼 때 최근 위안화의 절하는 재무부의 주장을 수용하는 듯 보이지만 정작 미국 의회에서는 다시금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 효과에 관해 비판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즉, 중국 위안화의 최근 행태는 자유화가 바로 절하를 뜻하게 되므로 재무부와 의회의 주장이 대립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결국 미국과 일본의 환율 관련 정책 공조는 자국 화폐 약세를 통해 자국 경제의 회복에 기여했지만 그 대신 중국이나 한국의 고평가 배경으로 작용했고 이를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경제들의 자국 화폐의 평가절하라는 결정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중국이 2005년에 달러 페그(자국 통화가치를 고정된 달러에 묶어 두고 정해진 환율로 교환을 약속한 환율제도)를 종식한 이후 위안화는 점진적 절상 추세를 보여 달러 대비 25% 이상 강세를 보여 왔다. 물론 그동안 중국의 중앙은행은 대미 환율을 1일 변동 폭 기준 1% 범위 이내에서 관리해 왔다. 그런데 갑자기 위안화를 달러당 6.2298위안으로 월요일에 비해 1.9%나 떨어진 수준으로 고시, 그 배경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성장률 둔화와 주식시장 폭락으로 자본 유출이 본격화되는 것에 대한 선제적 차원의 대응이라는 측면과 함께 미일 공조 체제에 대한 전격적 환율 전쟁이라는 지적도 있다.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은 달러 페그 체제하에서의 득실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지금과 같이 중국의 기초 여건이 좋지 않을 때 위안화를 달러에 페그한다면 과대평가의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떠나 오로지 실리 차원에서 자체의 경제 여건을 반영해 재조정(realignment)을 선제적으로 실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선진국들의 양적 완화가 마무리되고 국제금융 체제의 재조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직면한 상황은 본격적인 성장률 저하와 고용 사정의 악화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 고유의 정치·사회 체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이기 때문에 쉽게 지나치기 어렵다. 사실 기축통화국의 자리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이 현재 쓸 수 있는 카드는 국제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자국 화폐의 평가절하뿐이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인프라 투자 자금으로 역내에서라도 위안화를 활용할 수 있게 하려는 국제화 전략 구사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자체 시스템의 신용 공급을 늘리고 그림자(shadow) 뱅킹에 의존해 체제 전환의 부작용을 줄여 가면서 임시방편의 수단을 총동원해 왔지만 이제 그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이래저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만 가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정부 정책은 그 강도가 더욱 높아지는 악순환은 투기적 요소에 그대로 노출되게 되고 결국 시장 압력에 끌려다니는 모습으로 연결된다.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고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미래 준비를 위한 투자보다는 단기적인 버블의 생성과 소멸이 반복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소위 장기 침체의 시나리오는 이러한 금융 부문의 정상 작동이 요원한 현실을 배경으로 점차 설득력이 높아지고 있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상황 악화 때마다 수출로 회복을 일궈 냈던 아시아 경제가 균형 있는 시스템으로 도약·발전할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다.

 

 

중국 당국, 시장의 힘 관리 능력 있나

 

최근 화불단행(禍不單行)의 패턴으로 사흘에 걸쳐 전격적으로 절하를 단행한 중국의 모습은 어쩌면 불가피한 결과다. 하지만 앞으로 걱정이 되는 부분도 크다. 첫째, 기준 환율의 재조정 가능성과 함께 환율 변동 폭이 커짐에 따라 투기적 공격을 포함해 시장 심리를 관리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부담을 안게 됐다. 둘째, 중국이 환율 카드를 들고나온 이상 중국에 의존해 살림을 꾸려 온 경제들의 미래가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후의 상황은 시장의 급변 가능성과 신흥국들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중국 정책 당국의 역량을 볼 때 당장 과도하게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조정의 마지막 수단을 동원한 현실을 결코 안이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시장 안정세는 여전히 취약한 토대 위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외부 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거대 경제의 생존 카드로 구사되고 있는 환율 정책은 주변국의 경쟁력을 일거에 빼앗는 효과를 가지며 연쇄적인 평가절하를 유도하게 된다.

 

향후 중국 당국의 영향력이 그만큼 약화되고 그 대신 시장의 힘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존 체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누구도 속단하기 어렵다. 점진적으로 시장 환경에 노출시켜 잘못되거나 정무적인 관행 여지를 줄여 간다면 그만큼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은 높아질 것이지만 조정 과정에서의 환율 변동 관련 시장 압력을 어떻게 다루는지는 전적으로 당국의 판단과 선택에 달려 있다. 다만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해 있는 통합 환경에서의 안정 성장을 도모하려면 근린 궁핍 정책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환율 전쟁을 차단할 수 있는 역내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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