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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5. 8. 1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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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실수' 샤오미 가전 생태계 구축..IoT(사물인터넷) 맹주 노려

매경이코노미|노승욱|입력2015.08.10. 09:26

 

 

 

샤오미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삼성전자를 제치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평정하더니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샤오미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초기에는 웨어러블 기기나 스마트폰 액세서리 제품 위주로 인기몰이를 했지만 요즘은 공기청정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까지 전방위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샤오미제이션(Xiaomization·샤오미化)’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샤오미 신드롬의 현상과 원인,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국내 상륙한 샤오미 열풍

한국판 ‘미펀제’서 완판 행진

 

 

국내에서 샤오미 바람을 일으킨 선봉장은 스마트폰 보조배터리다. 샤오미 보조배터리는 갤럭시S4를 2.5회 완전 충전할 수 있는 용량임에도 가격은 1만원 안팎에 불과해 삼성, LG 등 국내 제품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2배 이상 뛰어나다는 평이다. 제품 디자인도 애플 못잖게 매끈하고 무게도 생각보다 가벼워 IT 마니아들 사이에서 ‘잇아이템(it item)’으로 떠올랐다. ‘중국산은 질 낮은 싸구려’라는 기존 인식과는 정반대되는 현상. ‘중국산답지 않다’는 의미에서 ‘대륙의 실수’라는 명예로운(?) 별명까지 얻었다.

 

샤오미 보조배터리에 대한 높은 만족도는 샤오미 다른 제품들의 판매 증가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부터 16일까지 샤오미 제품 판매가 6월 동기 대비 보조배터리 55%, 체중계 115%, 셀카봉 623%, 스피커는 727%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샤오미 보조배터리와 체중계는 각 제품군에서 판매 1위, 휴대용 선풍기와 캠코더는 각각 2위, 3위를 기록했다(7월 17일 기준).

 

11번가는 아예 샤오미 제품만을 할인판매하는 ‘샤오미 원데이 프로모션’을 지난 5월 20일과 7월 28일 두 차례에 걸쳐 실시했다. 샤오미 팬(Mi fan), 일명 ‘미펀(米粉)’들을 위한 중국의 할인행사인 ‘미펀제’의 국내판인 셈.

 

반응은 역시 뜨거웠다.

 

5월에는 공기청정기(미에어)와 체중계(미스케일), 스마트밴드(미밴드) 등이 3~10분 만에(각 한정 수량 111대씩), 보조배터리(333대)는 1시간 만에 완판됐다. 또 7월에는 미밴드 1500대, 보조배터리 2000대, 이어폰 500대, 체중계+스마트밴드 패키지 1000대가 모두 동이 났다. 서혜림 11번가 휴대폰·액세서리 담당 MD는 “공기청정기, 체중계 등 올해 새롭게 소개된 샤오미 신제품은 타사 동급 제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스마트폰 연동으로 사용이 편리해 소비자 반응이 특히 뜨거웠다. 샤오미로 인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값만 싼 공산품’에서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샤오미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샤오미가 어떤 회사인지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주로 ‘중국 내 스마트폰 강자’로 알려졌지만 알고 보면 ‘글로벌 종합가전회사’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 현재 인터파크에서 팔리는 샤오미 제품만 해도 무려 20여종이나 된다. 휴대폰, 보조배터리, TV, 노트북 가방, 이어폰, 블루투스 스피커, USB 라이트, 스탠드, 무선공유기, 혈압계, 정수기, 멀티탭, CCTV 등이다. 다양한 IT기기를 ‘미유(MIUI)’라는 샤오미 자체 운영체제(OS)로 연결함으로써 글로벌 사물인터넷(IoT) 시장의 강자를 꾀하는 모습이다.

 

“샤오미는 애플과 구글, 아마존을 합한 회사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의 이 말은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모바일, 인터넷 등 복합적 특성을 가진 샤오미를 한마디로 응축한 표현이다.

 

지난 2010년 4월 레이쥔 회장에 의해 설립된 샤오미는 지난해 스마트폰 6112만대를 판매해 삼성, 애플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랐다. 창업 5년 만에 이룬 놀라운 성과다. 아직 상장하지 않은 샤오미의 기업가치는 약 450억달러로 추산, 비상장 IT 벤처기업 평가액 중 최고 수준이다.

 

 

샤오미는 어떤 회사?

뛰어난 가성비로 대륙 평정

 

샤오미의 첫 번째 성장 전략은 ‘애플 따라 하기’였다. 샤오미는 매끄러운 곡선 형태의 스마트폰 디자인은 물론, 제품을 전량 위탁생산하는 방식, 자체 OS 생태계, 신비주의 마케팅 등 애플의 핵심 전략들을 대놓고 베꼈다. 그뿐 아니다. 레이쥔 회장은 신제품을 발표하는 프레젠테이션 때 故 스티브 잡스처럼 검은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나타난다. 심지어 잡스가 강조할 때 말버릇처럼 쓰던 “One more thing(한 가지 더)”이란 표현도 똑같이 흉내 낸다. 샤오미에 비하면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은 소송거리도 안 될 것 같아 보일 정도다. 덕분에 샤오미는 ‘중국의 애플’ 또는 ‘짝퉁 애플’이란 별명이 따라다닌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전략도 애플을 닮았다. 단 다각화 폭이나 속도가 훨씬 넓고 빠르다는 점에서 애플보다 더 나아간다. 샤오미는 TV, 에어컨, 정수기 등 가전제품은 물론 최근에는 중국 스포츠용품 업체 리닝과 손잡고 스마트운동화도 내놨다. 조만간 은행 등 금융업과 화초 재배업, 자동차(스마트카) 사업 등에도 진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야말로 ‘만물상’이 따로 없다.

 

주로 중저가 시장에 포지셔닝한다는 것도 애플과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샤오미의 성공 요인은 저렴한 가격과 준수한 품질, 세련된 디자인 등 크게 3가지로 요약되는데, 앞의 두 가지를 묶으면 ‘뛰어난 가성비’가 된다. 가성비는 샤오미 제품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나타내는 단어다. 샤오미 스마트폰은 프리미엄 제품(Mi4)이든, 중저가 제품(홍미2A)이든 삼성·애플보다 사양은 비슷하면서도 가격은 절반 이하인 것으로 정평이 났다. 가전제품도 마찬가지. 샤오피가 파는 UHD TV ‘Mi TV 2S’는 48인치에 9.9㎜ 두께, 4K UHD 디스플레이를 적용하고도 가격은 55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제품 사양을 듣고도 (고객들의) 비명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면 가격을 확인하는 순간 비명이 터져 나와야 한다”는 게 레이쥔 회장의 지론이다.

 

샤오미는 또 오프라인 매장 없이 온라인으로만, 그것도 한정된 수량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른바 ‘무(無)점포 경(輕)자산’ 전략이다. 이는 비용 절감 효과와 함께 신비주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샤오미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Mi4’의 초도물량 수만 대가 중국에서 37초 만에 매진됐을 정도다. 최근에는 인도에서도 ‘Mi3’와 ‘레드미1S’ 초도물량 1만5000대, 6만대를 각각 2초, 14초 만에 팔아치우는 등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 등을 판다고 해서 샤오미를 삼성, LG 같은 제조사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샤오미는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 기술 중심 회사다. 실제 자사 OS를 개발, ‘샤오미 생태계’를 구축한 스마트폰 업체는 애플 이후 샤오미가 거의 유일하다. 삼성과 노키아도 자사 OS 개발에 나섰지만 궤도에 올리지 못했다. 레이쥔 회장은 “삼성은 생산과 마케팅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지만 SW만큼은 우리를 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기로에 선 샤오미제이션

저마진·특허 소송 ‘첩첩산중’

 

그간 승승장구해온 샤오미지만 한편에선 부정적인 평가도 많다. 애플 모방, 박리다매, 문어발식 확장 등 샤오미만의 독특하고 공격적인 사업 모델이 과연 지속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된다.

 

먼저 고질적인 저마진 문제부터 보자. 샤오미가 지난해 말 선전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영업이익률은 1.8%에 불과했다(2013년 기준). 같은 기간 애플과 삼성전자가 각각 28.7%, 18.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데 비하면 수익성이 매우 낮은 편이다. 가성비를 높이기 위해 가격을 낮춰 파는 박리다매 전략 탓이다.

 

1.8%는 샤오미 측 주장이고, 실상은 영업손실을 기록 중일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캐너코드제뉴이티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수익 비중은 애플이 92%, 삼성전자는 15%였다. 양 사를 합치면 100%가 넘는다. 이는 두 회사를 제외한 다른 제조사들의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것임을 시사한다. 위청둥 화웨이 소비자사업부 CEO는 “샤오미가 겉보기엔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얼마 안 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샤오미폰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추세도 걱정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삼성전자(7320만대, 21.7%), 애플(4750만대, 14.1%), 화웨이(2990만대, 8.9%), 샤오미(1790만대, 5.3%), 레노버(1620만대, 4.8%) 순이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3위였던 샤오미가 4위로 밀렸다. 판매량도 1년 전보다 29.4% 증가했지만, 매년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던 데 비하면 증가 폭이 크게 줄었다. 샤오미는 올해 스마트폰 1억대 판매 목표치를 8000만대로 하향 조정했지만 이런 추세라면 그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샤오미의 성장세 둔화에 대해 업계에선 “올 것이 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샤오미의 신비한 이미지가 약해졌고, 오포(Oppo)·메이주·원플러스 등 샤오미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경쟁사들이 늘어난 데다, 중국 내수 시장 위주 사업모델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실제 샤오미의 전체 스마트폰 매출 중 90% 이상은 중국에서 나온다. 올 상반기 해외 판매 비중이 약 40%에 이른 화웨이와 대조된다. 지속 성장을 위해선 해외 진출이 필수적이지만 쉽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샤오미가 가진 특허건수는 단 10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특허를 보통 수천 건씩 보유하고 있는 데 비하면 너무도 초라한 성적이다. 샤오미가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면 글로벌 특허 소송이 쏟아질 것으로 우려되는 배경이다.

 

특히 삼성과 특허전쟁을 불사했던 애플이 샤오미를 가만히 두고 볼 리 없다. 조너선 아이브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는 지난해 말 샤오미를 두고 “(애플을 모방하는 것은) 도둑질이고 게으른 행동”이라며 공격 한 바 있다. 심지어 샤오미는 자국 내 스마트폰 제조사들한테도 특허 관련 공격을 당하고 있다. 지난해 말 화웨이와 ZTE는 샤오미에 자사 특허를 침해하지 말라는 경고장을 보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대당 3~5%의 특허료를 샤오미에 요구했지만 샤오미는 너무 높다며 항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샤오미가 삼성, 애플에 버금가는 회사로 성장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최근 샤오미가 집중하고 있는 사업 다각화와 특허 동맹이 돌파구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배은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샤오미는 본래 스마트폰으로 수익을 내는 회사가 아니다. 샤오미폰은 미유 OS 생태계를 확산시키는 수단일 뿐이고, 실제 수익은 액세서리나 사물인터넷 기기 등 연관 사업에서 거두는 구조다. 특허 소송도 샤오미 주요 투자사인 퀄컴의 특허를 활용하거나 ‘특허괴물’ 회사들과 동맹을 맺는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도 샤오미처럼 전략의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스마트폰 진짜 강적은 샤오미 아닌 화웨이?

탄탄한 기술력과 특허로 무장…‘중국의 삼성’

 

요즘 국내외 스마트폰 업계에선 “샤오미보다 화웨이가 더 무섭다”는 말이 나돈다. 화웨이의 최근 성장세가 괄목할 만하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올해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48.1% 껑충 뛰며 글로벌 톱5 제조사 중 가장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트렌드포스는 화웨이의 올해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40% 증가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최초로 출하량 1억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화웨이는 샤오미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많이 다른 회사다. 샤오미가 감각적인 디자인과 독자적인 OS, 위탁생산 방식 등으로 ‘중국의 애플’이라 불린다면, 화웨이는 탄탄한 기술력과 고급스러운 이미지, 직접생산 방식으로 ‘중국의 삼성’이란 별명을 얻었다.

 

1988년 설립된 화웨이는 원래 세계적인 통신장비 업체였다. 소프트웨어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한 샤오미와 달리 통신 관련 HW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화웨이가 스마트폰 앱 프로세서(AP) ‘기린’을 직접 개발해서 사용한다는 점은 화웨이의 HW 기술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업체 중 AP를 직접 설계하는 곳은 삼성, 애플, 화웨이 정도에 불과하다.

 

샤오미가 전체 직원의 약 60%를 고객 커뮤니케이션 업무에 배치한 반면, 화웨이는 전체 직원의 45%를 연구개발(R&D)에 투입하고 있다. 김록호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업계 R&D 인력 비중이 보통 10~20%를 조금 넘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절반가량에 달하는 화웨이의 R&D 인력 수치는 매우 높은 편이다. R&D 비중이 높을수록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업체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화웨이가 해외 진출에 거리낌이 없다는 것도 샤오미와 다른 점이다. 3만5000여개에 달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올 2분기 화웨이는 중국 시장 외에 유럽, 아프리카, 태평양, 중동 지역 등에서도 지난해보다 40% 이상 스마트폰 판매가 늘었다. ‘외산폰의 무덤’이라 불리던 국내에서도 화웨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X3’가 7만대 팔리며 선방했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는 삼성처럼 수직계열화를 이뤄 효율성이 매우 뛰어나다. 최근 중국에서 샤오미를 뛰어넘기 위해 고가 브랜드와 중저가 브랜드 라인업을 모두 강화하는 전략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향후 샤오미 못잖게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일러스트 : 정윤정]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19호 (2015.08.05~08.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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