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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투자'가 세계경제 구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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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5. 4. 2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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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투자'가 세계경제 구원할까

AIIB, 미래 성장 기반 구축 겨냥…디지털 경제 염두에 둔 포괄적 투자 필요

한경비즈니스|입력2015.04.20 09:14

 

 

 

최근 한국이 가입을 결정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현 미국 중심 브레튼우즈 체제(II)의 확대 개정판으로 간주할 수 있다. 앞으로 역내 국가 주도로 펼쳐질 다양한 활동에 모두가 적극 참여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장이 확보된 셈이다.

 



현재 세계는 점차 커지는 디플레이션 압력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비전통적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면서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는 노력이 강화되고 있지만 위기 이후 7년이 지난 아직도 낙관하기는 이르다. 사실 전통적인 거시 정책 수단보다 난국 타개를 위한 확실한 대안은 미래 성장의 토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인프라 투자를 통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 프로젝트들은 지리멸렬한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별로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는 가운데 기존 국제금융 기구마저 난국 타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 중국 주도의 국제기구 설립은 뒤늦은 감마저 있다. 미래 성장 기반이 다져지면서 수요가 창출된다면 글로벌 시각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인프라 투자로 새로운 수요 창출


AIIB의 설립은 세계경제의 돌파구 마련 외에도 역내 리더십의 자리매김을 통해 글로벌 지배 구조의 균형을 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브레튼우즈 체제의 독점적 구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국제금융 기구가 공급하는 글로벌 공공재 성격의 금융 서비스가 고르게 공급돼야 세계경제의 지속적인 동반 성장이 가능한데 현실은 여전히 그렇지 못하다.

 

선진국의 금융 체제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이 총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의 성장과 고용 기반 구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투자 지원이 미흡한 역내의 여건이 방치되고 있어 부동산 등 자산 버블의 생성과 소멸 과정만 되풀이되고 있다.

 



중국은 내심 AIIB 설립을 통해 경제 규모에 상응하는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존의 아시아개발은행(ADB)·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출자 확대나 발언권 강화에서 엄연한 한계에 봉착해 있다. IMF와 세계은행에서 중국은 투표권이 3.8%와 5.2%에 그쳐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반면 미국은 16.8%와 16%에 이르는 투표권을 갖고 있다. 중국은 ADB에서도 투표권이 6.5%에 그쳐 미국(15.6%)과 일본(15.7%)에 턱없이 밀리는 실정이다.

 



국제금융 체제의 변화는 국제적 국경 간 자본 흐름의 변화를 뜻하는 동시에 기축통화 자체의 위상과 안전 자산 구성의 변화까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국가들도 지금까지 이끌어 온 금융 안정 정책이라든지 성장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아시아 국가들은 과거 수동적 자세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이지만 동시에 보다 책임 있고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동안 달러 체제에 의존해 일방적 수출 전략으로 성장을 이끌어 온 아시아 국가들로서는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책임도 커지게 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다.

 



아직 설립 초기인 만큼 AIIB 참여 국가들 간의 지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회원국들이 늘어날수록 자체적인 조율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합리적인 조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아시아와 역외 국가 간에 7 대 3의 비율로 지분을 나눠 가진 후 역내 국가들끼리 국내총생산(GDP)의 상대적인 비중과 기여도 등을 감안해 최종 지분을 결정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대략 IMF나 ADB 등에서 미국은 15~17%의 지분율을 갖고 의사 결정을 주도하고 있는 사실에 비춰 중국도 자체 지분율을 20% 선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일부 중국의 독주에 대한 우려는 설립 주체로서의 중재 역할이 부각되면서 내부적으로 충분히 조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향후 AIIB의 활동에 관한 이슈다. 설립 초기부터 AIIB가 지향하는 인프라 투자는 과거 경제의 핵심 인프라인 철도·도로 건설과 같은 사회간접자본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AIIB에 참여했을 때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건설 수주는 과거 금융 지원이 제한적이었던 상황에서의 도급 공사 위주가 아니라 대규모 공사에 직접 참여하는 식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인프라 투자가 과거 성장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물적 투자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미래 지향적인 시각에서 향후 디지털 경제의 핵심인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네트워크 구축에 관한 포괄적인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미래의 경제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경제'라고 불릴 정도로 각 산업 간의 연관성(connectivity)에 바탕을 둔 플랫폼 차원의 패러다임에 기초하고 있다.

 


건설뿐만 아니라 IT·핀테크 업체도 기회

다양한 채널의 소통 방식을 구현하고 연계성을 제고하는 일은 생산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따라서 설립 초기에 제시됐던 실크로드 건설과 같은 대규모 메가 프로젝트의 수행과 병행해 미래 지향적 성장 기반 구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다방면의 투자 계획에 역내 국가는 물론 세계 국가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단순히 건설 분야의 이해득실만 따지는 작금의 계산법은 옳지 않다.

지금까지 아시아 경제를 이끌어 온 패러다임은 수출 주도로 편향돼 현재의 여러 가지 문제와 한계를 드러내 보였다. 이에 따라 향후 AIIB는 브레튼우즈 기관들과 달리 단순한 투자 실적 외에도 패러다임 전환에 필수적인 무형자산을 만들어 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 이유는 패러다임 전환에 필요한 여건 자체를 구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기 때문이다. 개발 금융회사에 지배 구조와 관련된 제약을 완화할 것을 기대하기는 무리지만 관련 노력 없이 다변화된 투자를 수행하기도 어려운 현실을 외면하기도 어렵다. 특히 AIIB는 역내에서 찾기 어려운 생산요소 간 연계성을 높이고 지식자산의 축적과 형성을 위해 국가 간의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AIIB는 '개방과 협업'이라는 역내 국가들로서는 가장 취약한 부분을 극복하기 위한 핵심 과제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세계는 더 이상 글로벌 불균형을 키우는 식의 지역적 전문화로 성장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 역내 제조 기반의 임금 상승, 환경적 요인 등 과거에 이점으로 작용하던 생산능력 관련 평가들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이는 과거 불균형 성장 전략을 구사하는 국가들의 사회적·정치적 안전망들이 특정 산업의 성장을 더 이상 지지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뜻한다. 민주화 요구라든지 자율과 자유를 선호하는 분위기는 사회 갈등 요인의 증가를 통해 체제 유지비용을 높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렵지만 작금의 경제 패러다임을 사회적 합의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단위를 넘어선 지식 생태계의 형성이 절실하다.

이미 알게 모르게 성장 동력은 외부 거대 시장과의 연계성으로부터 구동되고 있다. 미국 시장만 바라봤던 아시아 국가들은 새롭게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고 미래 성장 기반 구축에 필요한 일대 전환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다. 구체적으로 역내 차원의 거대 경제 단위에서 구현될 수 있는 플랫폼(Cross-country umbrella platform)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한편 디지털 환경에서는 보안과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해 확고한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종종 새로운 생태계 육성에 장애 요인으로 등장하는 법체계와 규제 등은 관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분화됐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재편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거미줄 같은 제약에 노출된 국내 환경에서 자생적 변화를 기대하기보다 거대 시장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필요한 변화를 이끌어 내는 우회 전략을 펴야 한다. 특히 한국의 건설·IT 산업과 핀테크 업체들은 조만간 활성화될 역내 인프라 투자시장에 적극 참여할 준비를 해야 한다. 바야흐로 AIIB의 설립을 계기로 우리 주변의 시장과 민간 주체들이 새로 주도하는 혁명적 변화의 발현을 기대해 본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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