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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가 흔드는 노후…퇴직연금 수익률도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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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5. 4. 1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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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가 흔드는 노후…퇴직연금 수익률도 ‘뚝’

 

 

경기 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1%대(1.75%)까지 낮추는 등 저금리 체제가 심화되면서 노후 생활의 안전판이라는 퇴직연금의 수익를도 덩달아 하락하고 있다.

반면 올 들어 활활 타오르고 있는 증시 호황에도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대다수는 은행 예금이나 저축보험에 투자하는 원금보장형 상품에 몰리면서 증시 상승의 효과는 거의 보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으로 저금리 체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예상인데, 퇴직연금이 직장인들의 노후 생활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KBS 보도본부 디지털뉴스부가 각 금융회사들의 퇴직연금 공시 내용을 분석한 결과 가입자가 가장 많은 DB(확정급여형)상품 중 원리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은 지난 1분기(1~3월)에 각 회사별로 0.6~0.7%에 그쳤다. 은행 상품은 대개 0.6%대 수익률을 보인 반면,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보험사나 증권사들은 0.7%대의 이자를 지급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보통 한 분기에 같은 상품 수익률이 0.8~0.9%였는데, 수익률이 더 떨어진 것이다.

 







 

▲ 금융회사별 올 1분기(1~3월) 퇴직연금 수익률


퇴직연금은 크게 DB(확정급여형)과 DC(확정기여형), 그리고 IRP(개인퇴직연금)으로 나뉜다. IRP가 퇴직자들이 퇴직금을 굴리는 상품인 반면, DB형과 DC형은 현재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가입하는 상품이다. 퇴직연금에 가입한 직장인들중 60% 정도가 DB형에 나머지 40%는 DC형을 선택하고 있다.

DB형과 DC형의 차이는 퇴직금 자금의 운용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냐에 있다. DB형은 회사가, DC형은 개인이 운용 책임을 진다. DB형은 회사가 투자하다 손실을 내도 퇴직시 미리 계산된 퇴직금을 지급한다. 반면 DC형은 회사가 퇴직금을 분기별 또는 매년 정해진 계좌에 넣어주면 개인이 운용해 자금을 불리는 방식이다. 

 


◆원금보장형 상품에만 몰리는 퇴직연금

문제는 DB형이건, DC형이건 가입자들의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만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은행 퇴직연금의 상품의 경우 전체 금액의 93.2%가 원리금보장형에 몰렸다. 원리금비보장(실적배당형) 상품의 경우 전체 가입금액의 4.6%에 그쳤다. 생명보험사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비중이 95.5%, 손해보험사는 98.3%에 그쳤다. 심지어 투자를 주업무로 하는 증권회사 조차도 원리금 보장상품 비중이 81.7% 나 된다.

그렇다면 왜 원리금 보장상품에만 몰리는 게 문제가 될까.

일단 수익률만봐도 차이가 있다.

원리금 보장상품형 퇴직연금에 적립된 돈은 대개 1년 이하의 예금 상품에 투자한다. 즉 시중금리와 비례해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원리금비보장형의 경우 각종 펀드 등 투자상품에 일정한 비율을 투자한다.

이번 1분기의 경우 각 금융회사들의 비보장상품들은 수익률이 3~4%에 달하는 상품이 적지 않았다. 4% 중반대 수익률을 올린 회사 상품도 있다. 

 


◆장기투자시 실적배당형 상품 수익률이 높아

물론 원리금비보장 상품의 경우 투자성적에 따라 수익률은 달라질 수 있다. 심지어 손해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증시가 좋았던 올 1분기에도 신한생명의 DB형(원리비보장) 상품의 경우 -3.2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운용기간이 20~30년씩 장기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 퇴직연금의 특성상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이 지금처럼 낮은 것은 비정상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투자협회 김경배 상무(본부장)은 "실적 배당형 퇴직연금 상품은 이론상으로는 원리금에 손해를 볼 수 있지만 장기로 투자하기 때문에 원리금 보장형보다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크다"며 "단순히 원금 손실을 막겠다는 생각만으로는 퇴직연금이 노후의 안전판 역할을 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각 분기별로 작은 수익률차이가 20~30년 간 누적될 경우 나중에 찾게 되는 퇴직금의 액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투자전문가들은 말한다.

 


◆'쥐꼬리' 퇴직연금 수익률은 근로자도, 회사도 부담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낮아지면 근로자도 문제지만 회사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DB형의 경우 회사가 퇴직연금 운용의 책임을 지며, 운용수익률이 임금인상률보다 낮으면 회사가 퇴직부채를 추가로 충당해야 한다. DB형 퇴직연금에 가입했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약속한 퇴직급여를 채우지 못해 파산하거나 엄청난 적자를 냈던 미국 GM이나 크라이슬러, 델타항공 등의 사태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은 13%(2012년 기준)에 불과해 안정적인 노후보장이라는 퇴직연금의 근본취지와는 거리가 있다.

원금 보장형상품에만 몰리는 데 대해 업계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퇴직연금이라는 게 과거의 퇴직금을 회사가 금융회사 예금에 맡기는 구조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당초 도입취지와 맞지 않다"며 "금융당국으로서도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하고, 근로자들의 노후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퇴직연금 제도를 좀 더 연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퇴직 후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퇴직연금에 기대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무조건 공격적인 원리금 비보장상품을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미 지난 2007년 금융 위기 직후 미국의 퇴직연금이 대부분 30% 가까이 손실이 난 것을 우리는 목도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100조 원 시대가 열렸지만, 저금리 탓에 노후 준비는 이래저래 불안하다.

 



윤창희기자 (thepl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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