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식시장 키워 부채 줄인다
그림자 금융에 의존하는 한계 기업 늘어…자본시장 육성에 사활
한경비즈니스|입력2015.03.30 09:17|수정2015.03.30 09:21
중국의 잠재적인 경제 위기 리스크 요인으로 금융 위기 가능성에 대해 알아본다. 부동산에 대해서는 이미 자세히 다뤘기 때문에 이번에는 부동산을 제외한 부문, 즉 제조업 공급과잉에 따른 중국 기업의 채산성 악화와 급격히 커진 그림자 금융 그리고 기업 부채와 정부 부채 등 다른 리스크 요인을 살펴본다.
중국 경제는 과도기에 있다. 중국 정부가 이야기하듯이 기존의 중국 성장을 이끌어 온 전통 제조업이 성장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 인건비가 올라가고 위안화가 강세를 나타내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유럽의 경기 침체로 수요는 증가하지 않는다. 반면 미국이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해 중국 제조업의 성장이 쉽지 않고 공급과잉 우려는 커져만 간다.
또 과도한 투자는 중국 기업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13년 1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꼽은 세계 1위의 과잉투자 위험 국가가 됐다.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해 중국 기업의 부채 규모는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 2013년 기준으로 국가별 기업 부채 규모는 미국이 GDP 대비 72%, 중국이 140%에 이른다. 특히 문제는 중국 기업의 빠른 부채 증가 속도다. 현재의 상황에서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그림자 금융의 위기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거나 실질 이자율이 크게 상승한다면 중국의 금융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
국가 부채보다 기업 부채가 걱정
기업 부채와 함께 중국의 지방정부 부채 역시 커졌다. 중국 전체의 부채 규모를 감안하면 결국 선진국에서 나타났던 국가적인 부채 위기도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부채 위기, 즉 금융 위기가 나타나려면 두 가지 중 하나가 필요하다.
첫째, 경기 침체다. 전체적으로 부채 규모가 확대된 상태에서 채산성 악화나 경기 침체로 가면 한계 기업이 늘어나고 그림자 금융이 급속도로 증가한다. 그 후 결국 폭발한다. 둘째, 이자율이 올라가면 기업 채산성이 악화되고 한계 기업의 연쇄 부도가 시작된다. 그림자 금융이 늘어나는 것은 제도권에서 부채를 통한 자금 조달이 한계에 직면한 기업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확실히 위기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다.
그런데 국가 부채만을 비교한다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전체적으로 많은 수준은 아니다. 지방정부의 부채는 2013년 6월 기준으로 17조9000억 위안으로 높지만 중앙정부의 부채는 12조4000억 위안으로 높은 편이 아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국가 총부채는 GDP 대비 58.8%인 30조3000억 위안에 머무른다. 미국과 일본에 비하면 아직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또 부채 증가 속도가 높다고 하지만 중국이 구조조정기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GDP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 부채 증가율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필자는 국가 부채보다 공급과잉 우려가 큰 기업 부채와 이의 공급처가 되고 있는 그림자 금융이 잠재적인 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림자 금융의 확대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중국 기업의 채산성 악화와 경기 침체다. 또 중국 실물경제의 빠른 성장에 비해 금융 산업이 취약하다는 점 역시 그 배경일 것이다. 마치 1980년대 후반 한국 경제의 고성장 이후 사채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졌던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은 2010년 2조5000억 위안에서 2014년 3월 11조7000억 위안으로 4년 동안 4배 이상 급증했다. 이런 속도로 그림자 금융 규모가 커지면 금융 위기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림자 금융 규모가 커진 상태에서 경제 위기가 온다면 중국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부실 기업을 정리하고 설비투자가 많은 제조업에서 미래형 산업으로 전환하는 등 전체적인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장기적인 부실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다. 둘째는 주식시장 등 자본시장을 육성해 기업들의 자기자본 조달을 확대하는 것이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중국 정부는 두 가지 방법을 다 선택했다. 첫째는 구조조정을 통해 국가 경제의 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국가나 부채의 많고 적음의 기준은 소득이다. 국가를 기준으로 보면 GDP 대비 부채 수준이다. 꾸준히 소득이 늘어날 수 있는 구조, 또 재산이 늘어나는 구조라면 어느 정도의 부채 증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산업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이미 부채비율이 높고 채산성이 악화된 기존의 제조업에 대한 설비 조정과 통폐합을 2013년부터 꾸준히 진행해 왔다. 업종별로 보면 석유화학·석탄·철강·조선·해운·건설업 등에 대한 생산량 규제를 진행했고 한계 기업들을 통합하고 있다. 또 일부 기업을 파산시키는 등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면서 신성장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단기적인 성장률 하락을 겪더라도 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GDP 대비 증시 규모 미국 3분의 1
둘째는 기업의 자금 조달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실물경제보다 발전 속도가 뒤떨어진 자본시장을 육성해 기업들의 자기자본 확충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미국 경제의 벤치마킹이다. 미국 기업은 장외시장을 포함하면 전체 기업 중 1000분의 1에 해당하는 기업이 직간접으로 상장하거나 출자 받는 형태로 부채가 아닌 자기자본을 조달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중국은 자본 조달 형태의 대부분이 부채, 즉 타인자본의 조달이다. 결국 중국 정부는 자본시장을 통한 자기자본 조달을 확대해 부채비율을 줄여나가고 그림자 금융 수요를 줄이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중국 정부의 대표적인 금융 개혁 방법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의 대표적 경제정책인 신창타이(중국판 뉴 노멀)의 대표적인 정책이 산업의 구조조정과 금융 개혁 그리고 자본시장 육성이다. 중국 정부의 계획대로 안정적인 경제성장률이 유지되고 자본시장 육성을 통해 기업들의 자기자본 조달이 원활히 진행되고 부채비율이 높은 산업들의 구조조정이 진행된다면 이 리스크 요인은 잘 해결될 수 있다. 그래서 중국의 금융 위기, 즉 기업 부채의 위기 가능성 역시 중국 정부의 선제적인 노력을 감안하면 그리 높지만은 않다.
한편 국가별로 GDP 대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을 보면 중국의 주식시장 규모는 상하이 시장 기준으로 38.4%에 불과하다. 미국 뉴욕 시장이 GDP 대비 135.4%인 것을 감안하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홍콩 시장과 선전 시장을 합산해도 GDP 대비 74.3%로, 미국의 뉴욕과 나스닥의 178.9%, 한국의 코스피와 코스닥 82.1%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수치다. 결국 중국 자본시장은 여전히 발전과 성장의 여지가 높다. 거기에 GDP의 성장률이 매년 7% 정도라면 다른 나라의 자본시장에 비해 성장성이 높아 중국 기업의 자금 조달 방법은 일정 부분 자본시장이 될 수밖에 없고 이를 감안하면 중국의 주식시장은 제도적으로 육성돼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후강퉁(홍콩·상하이 교차 거래)을 통해 본격적인 시장 개방을 시작했다. 외국인 투자적격제도(QFII)와 위안화 외국인 투자적격제도(RQFII)를 확대하고 하반기에는 선강퉁(선전·홍콩 교차 거래)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격적인 개방 확대를 통한 주식시장의 수요 확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또 2020년까지 자본시장의 완전 개방을 이야기하고 상하이를 국제금융의 중심지로 성장시키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미국과 같은 주식시장 상장(IPO) 등록제를 금년 중 실시, 기업들의 자기자본 조달을 용이하게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보면 중국 경제의 성장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지만 투자가에게 중요한 것은 중국 자본시장이 향후 장기적으로 커져 갈 것이라는 측면이다.
중국 정부의 금융 개혁 중심에는 중국 자본시장 육성이 있다. 2015년 이후 중국 주식시장은 수년간 중국 정부의 육성 아래 기조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지수가 얼마나 올라갈지 모르겠지만 중국 주식의 시가총액은 시간을 두고 GDP의 규모와 성장률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