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사회란 없다
2015.03.2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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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우리는 한반 모두가 공부를 잘하도록 하라는 압력, 또 군대에 가면 중대원 모두가 훈련을 잘받으라는 압력, 사회에 나와서는 부서원 모두가 열심히 일하라는 압력을 받으면서 삽니다.
그러나 과연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일까요?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파레토가 관찰한 20:80의 사회를 일반적으로는 엉터리로 해석하고 있지만, 여기서 제대로 이해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미들을 관찰하던 그는 그중 20%만이 일을 열심히하고, 나머지 80%는 대충 일하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다는것을 알아냈죠.
그래서 그 20%의 개미들만을 따로 모아서 관찰했더니, 처음에는 모두 열심히 일하다가 나중에는 다시 그중의 20%만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80%는 농땡이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뭘의미하는지 아시겠습니까? 가장 엉뚱한 해석은 모두가 20%에 들어야한다고 독려하는것입니다. 흔히 이 실험의 결과를 가지고 그런 말도 안되는 주장을 펴죠. 20%가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세상이 돌아가지 않으니 그 20%안에 들어라 하는 말입니다.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20:80의 사회가 이야기하는바는 바로 잉여의 문제입니다.
어느 생물의 사회에서도 예기치못한 변화가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때는 모두가 한방향으로만 발달되어있다면 그 생물사회는 단기간에 멸절해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자연은 일정한 잉여를 두는 것입니다. 그들로 하여금 갑작스런 재난이나 생존을 위협받는 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EBS의 프로그램 '아이들의 사생활'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니 남자아이들중의 10%와 여자아이들중의 10%는 각각 다른성의 특질을 가지게 되더군요. 즉 남자아이들중에서도 여성스러운 아이가 있고, 여자아이들중에서도 남자아이의 특질을 가진 아이들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자연계에서 존재하는 '잉여'입니다.
갑작스러운 재난과 변화에 적응하여 살아남기위한 유전자적 대비인것이죠.
우리사회는 모두가 열심히 일해야한다고 채찍질하면서 모두를 동일한 조건으로 쑤셔박으려고만 합니다. 뭔가 다른아이들, 뭔가 다른 취미를 가지고 다른 공부를 하고 다른 행동을 하는것을 참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자연이 대비한 잉여가 없다면 그 사회는 외부의 충격에 아주 취약한 구조를 갖게 됩니다. 모두가 공부를 잘하는 사회란 사실은 멸망을 코앞에 둔 사회일뿐입니다.
IMF이후에 우리사회는 그 80%의 잉여를 가지쳐내고, 급여를 깍고, 계약직으로 돌리는 짓을 계속해 왔습니다. 그렇게 80%를 도태시키고 20%만으로 기업을 운영하면 더 높은 효율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멍청한 CEO와 오너들때문에 말입니다.
그러나 그런짓은 그 기업을 외부의 충격에 극히 취약하게 만들어버립니다. 갑작스러운 경제적 충격으로 그 20%중의 절반이 그 회사를 떠나버리거나 그회사를 위해서 일할 수 없게 되었다면 그 회사는 잉여가 없기때문에 바로 회복할수가 없게됩니다. 그대로 망하는 것입니다.
'잉여'란 우주와 자연이 우리에게 부여한 자연스러운 '보험'입니다. 그리고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것입니다. 똑똑한 직원만을 뽑아서 모아놓은 회사가 훨씬 높은 생산성을 가질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삼성같은 회사는 모두 똑똑한 직원이 되기를 원하고 직원들을 닥달하지만, 그런 꿈같은 생산성은 생겨나지 않습니다. 그런 조직은 결국 계속 80%의 직원들을 잘라내고, 임금을 깍고, 계약직으로 돌리는 방법을 통해서 20%만으로 회사조직을 꽉채우려고 하지만 그런 조직이기때문에 외부의 충격에 취약한 회사로 변화한다는것은 깨닫지 못합니다.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경제위기는 바로 지금까지 우리가 십수년동안 해왔던일들이 눈앞에 실체를 드러내는 결과를 가져올것입니다.
그 일잘하는 20%만으로 꽉채우려고했던 회사들이 갑작스러운 변화를 견디지못하고 무너지는것을 여러분이 볼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세상은 잘난사람과 못난사람이 더불어 같이 살도록 디자인되어있는데, 그들은 못난사람을 끼워주려고 하지 않기때문입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일도 아니고, 우주적인 법칙에도 위배되는것입니다. 우리는 더불어 살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자람은 함께 채워나가는 것입니다.
20%만을 따로 떼어서 100%를 만들고 거기서 높은 생산성을 만들어 그들만 잘먹고 잘살겠다는식의 사고방식은 머리속에서는 가능한일일지 몰라도 이 우주에서는 실현되지 않습니다.
이번 경제위기를 통해서 '더불어 사는 방법'을 이 사회의 리더들이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아니 깨닫지 못한다면 그것을 깨달은 사람들이 리더가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잘났다거나 못났다고하는것은, 또 잘산다거나 못산다고 하는것은 선을 그어두고 넘어오지못하도록해서 차별을 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강남의 잘사는 동네에서 임대아파트에 철망을 치고 자기아이들에게 소득이 낮은 가정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도록하는 교육을 하는데, 그것은 그사회를 공멸로 이끄는 바보같은 행동입니다.
자신이 잘났다면, 오히려 80%와 더불어 살기위해서 그러한 능력이 주어졌음을 깨달아야합니다. 우리는 공동의 운명체입니다. 인간으로서 그렇고, 이 민족의 일원으로서, 또 이국가의 국민으로서 그렇고 결국은 어딜가나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혼자만 잘사는 세상, 잘사는 사람들끼리만 모여사는 세상이란것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포용하고, 껴안고, 그리고 그러한 자만심으로부터 벗어나고 또 그러한 사회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만 합니다. 그래서 바람직한 공동체란 능력의 차이, 지능의 차이, 출신, 성별, 지역, 학력으로 부터 자유로운 공동체로 디자인되어야만 합니다.
여러분 스스로에게 이러한 차별이 설득력있게 극복되어질때 그 공동체는 엘리트로 꽉채운 공동체보다 건강하고 강하게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더 뛰어난 발전을 하게 될것입니다.
IMF이후 십여년간, 그리고 지난 2008년 경제위기이후 7년간 어리석은 리더들이 해온 행태들이 어떻게 우리사회를 붕괴시키는지 여러분은 잘 지켜보셨을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우리의 자각이 없이는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없습니다. 누가 우리를 대신해서 방향을 바꿔주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여러분 자신뿐입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힘을 모아서 사람이 살만한 세상으로, 우리의 자녀들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으로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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