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IB의 정치경제학 / 中주도 사상 첫 국제금융기구 탄생 초읽기 ◆
AIIB를 놓고 국가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이런 신경전은 AIIB가 단순한 국제금융기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과 중국의 아시아전략과 금융패권이 부딪히는 최전선에 AIIB가 있는 셈이다.
AIIB는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안해 지난해 11월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 21개국 대표가 모여 발족했다. 1000억달러를 조성해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대한 인프라 건설자금을 대출해주는 게 목표다. 중국의 구상대로 올해 말 출범한다면 사상 처음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가 탄생하게 된다.
미국이 AIIB에 부정적인 이유는 AIIB가 단순한 국제은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국의 세계전략을 뒷받침하는 도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중국이 최대 지분을 가진 AIIB를 통해 동남아와 서남아 저개발국에 철도, 공항 건설자금 등을 지원하면 자연스레 중국의 입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중국은 이런 구상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15일 폐막한 전인대에서 중국 정부는 올해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핵심 국책사업으로 확정했다. 이 사업은 육상과 해상을 통해 중국과 서남아, 중앙아, 중동에 걸쳐 과거 실크로드 같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철도와 항만 등에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는데 AIIB는 실크로드기금과 함께 이 사업의 핵심 자금줄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AIIB 목표 자본금 1000억달러 가운데 절반을 대고 그에 비례한 의결권과 수장 자리를 차지할 심산이다. 미국이 문제 삼는 것도 바로 이런 문제다. 중국 독주를 막을 수 없는 상태에서 AIIB가 출범하면 아시아를 중국의 텃밭으로 내주는 꼴이 된다. 오바마 정부의 'Pivot to Asia(아시아로의 회귀)' 전략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달 말 가입 마감시한이 되기 전에 중국과 미국은 한발씩 물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지분율과 의결권을 낮추는 대신 미국은 우방국의 AIIB 참여를 묵인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최근 창립 준비 협의 과정에서 "지분율 배정 때 각국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큰 고려사항이 될 것"이란 내용이 중국 측에서 흘러나왔다. 이 경우 GDP 규모가 큰 국가들이 많이 참여하면 할수록 중국 지분율이 희석되는 효과가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측은 GDP 외의 지분율 배정 기준도 넣어 자국 지분율을 30%대로 떨어뜨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AIIB 참여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던 미국이 'AIIB가 IBRD처럼 운영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인다면' 이란 전제를 달아 참가를 묵인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우방국들의 AIIB 참여를 막을 수 없다면 그 안에서 중국을 견제하도록 하자는 셈법이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조시영 기자 / 최승진 기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7일자 신문에서 영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소식을 전하며 "미국이 좀 쓰라릴 것(美國有点酸)"이라고 표현했다. 그동안 줄곧 우방국들의 AIIB 참여를 반대해왔던 미국이 전통적 우방이자 G7(서방 7개국) 일원인 영국의 참여 선언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는 의미다. 중국 유력 경제지인 21세기경제보는 이날 중국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AIIB 가입신청 마감이 당초 알려진 31일이 아니라 17일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가입 의사를 밝힌 국가들로부터 동의를 얻는 데 2주가 필요하다는 이유지만 사실은 한국을 비롯해 아직 참여 선언을 미루고 있는 나라들을 압박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AIIB를 놓고 국가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이런 신경전은 AIIB가 단순한 국제금융기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과 중국의 아시아전략과 금융패권이 부딪히는 최전선에 AIIB가 있는 셈이다.
AIIB는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안해 지난해 11월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 21개국 대표가 모여 발족했다. 1000억달러를 조성해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대한 인프라 건설자금을 대출해주는 게 목표다. 중국의 구상대로 올해 말 출범한다면 사상 처음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가 탄생하게 된다.
미국이 AIIB에 부정적인 이유는 AIIB가 단순한 국제은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국의 세계전략을 뒷받침하는 도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중국이 최대 지분을 가진 AIIB를 통해 동남아와 서남아 저개발국에 철도, 공항 건설자금 등을 지원하면 자연스레 중국의 입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중국은 이런 구상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15일 폐막한 전인대에서 중국 정부는 올해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핵심 국책사업으로 확정했다. 이 사업은 육상과 해상을 통해 중국과 서남아, 중앙아, 중동에 걸쳐 과거 실크로드 같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철도와 항만 등에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는데 AIIB는 실크로드기금과 함께 이 사업의 핵심 자금줄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AIIB 목표 자본금 1000억달러 가운데 절반을 대고 그에 비례한 의결권과 수장 자리를 차지할 심산이다. 미국이 문제 삼는 것도 바로 이런 문제다. 중국 독주를 막을 수 없는 상태에서 AIIB가 출범하면 아시아를 중국의 텃밭으로 내주는 꼴이 된다. 오바마 정부의 'Pivot to Asia(아시아로의 회귀)' 전략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달 말 가입 마감시한이 되기 전에 중국과 미국은 한발씩 물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지분율과 의결권을 낮추는 대신 미국은 우방국의 AIIB 참여를 묵인하는 방식이다.
현재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부분은 AIIB 지배구조다. 17% 지분율을 갖고도 미국이 세계은행(IBRD)을 사실상 좌지우지해 왔는데 그보다 훨씬 높은 지분율을 가질 중국이 AIIB 운영을 독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도 AIIB 지분 독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후문이다. AIIB 대출을 받는 저개발국들이 중국의 원조자금으로 생각할 경우 중국이 천문학적인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 바엔 최대주주 지위만 확보하고 가능한 한 많은 나라들을 끌어들이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최근 창립 준비 협의 과정에서 "지분율 배정 때 각국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큰 고려사항이 될 것"이란 내용이 중국 측에서 흘러나왔다. 이 경우 GDP 규모가 큰 국가들이 많이 참여하면 할수록 중국 지분율이 희석되는 효과가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측은 GDP 외의 지분율 배정 기준도 넣어 자국 지분율을 30%대로 떨어뜨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AIIB 참여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던 미국이 'AIIB가 IBRD처럼 운영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인다면' 이란 전제를 달아 참가를 묵인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우방국들의 AIIB 참여를 막을 수 없다면 그 안에서 중국을 견제하도록 하자는 셈법이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조시영 기자 / 최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