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넌 달러 사니? 난 이제 위안貨 산다

중국관련

by 21세기 나의조국 2015. 1. 3. 11:06

본문

 

'넌 달러 사니? 난 이제 위안貨 산다

후강퉁 시대, 중국 직접투자 기회 커져

이코노미조선 | 최형석 조선일보 경제부 기자 | 2015.01.02 16:56

 

 

기축통화를 위한 중국 위안화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이런 이유로 위안화 투자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만 가고 있다. 늘어나는 위안화 결제와 위안화 예금이 이를 잘 말해준다. 때를 맞춰 2014년 말에는 후강퉁 시장도 열렸다. 홍콩증시를 통해 상하이증시에 투자하는 후강퉁(港通)의 개장은 중국 투자의 새로운 서막을 알린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소 부침은 보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국 경제는 지금보다 한층 더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중국 투자에 대한 관심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난 2014년 12월1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에서 원·위안 직거래 시장 개장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이 참석했다. 최 부총리는 "원·위안화시장은 큰 잠재력을 가진 새내기 벤처기업"이라며 "이 벤처기업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히든 챔피언'으로 길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4년 11월17일 홍콩, 상하이 증시 간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이 시행된 이래 원·위안 직거래 시장까지 생기면서 중국 투자의 물꼬가 트이고 있다.


위안화 관련 예금상품이 나오고 있고, 중국 증시 투자 확대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 투자엔 세금 등 여러 장벽이 존재하고, 향후 위안화 변동성이 확대됨으로써 발생하는 투자 위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원·위안 직거래 환전 비용 절감 효과


원·위안 직거래 시장 개장으로 앞으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와 위안화를 직접 맞바꿀 수 있게 됐다. 이는 지난 2014년 7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결과다. 국내 무역업체가 은행에 위안화 매도를 요청하면 은행은 원·위안 직거래시장에서 위안화를 팔고 원화를 사서 무역업체에 원화를 전달하는 구조다. 이전까진 은행이 위안화를 매도하려면 위안·달러시장에서 위안을 달러로 바꾼 뒤 이를 다시 원·달러시장에서 원화로 바꾸는 두 단계 절차를 거쳐야 했다. 거래 시간과 운영은 원·달러 시장과 똑같아 마감 시각은 오후 3시다.

직거래 시장 개장 첫날 53억9500만위안(약 9750억원) 규모의 위안화가 거래됐다. 이날 거래된 달러화(92억3000만달러)의 10분의 1 정도 규모였다. 윤종인 우리은행 트레이딩 팀장은 "이 정도면 활발히 거래된 걸로 보인다"며 "차차 참여 기업들이 늘어나면 거래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위안화 대비 원화 환율은 1위안당 180.77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가(180.3원)보다 0.26%(0.47원) 오른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외환시장은 원화와 달러화를 직거래하는 시장만 있었다. 위안화 거래를 하려면 홍콩 등지에서 한 차례 더 환전을 해야 했기에 수수료가 이중으로 들었다. 환율 변동 위험도 원·달러보다 더 컸다. 한중 간 대외 무역 규모는 최근 5년간 40% 가까이 급신장해 2300억달러(2013년 기준)에 달한 상태다.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열리면 원 위안화 환전 절차가 한 단계로 줄어들기 때문에 중국과 수출입 거래를 하는 무역업체들이 환전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무역업체들의 환전 수수료가 0.1%포인트 가량 줄어들어 연간 2600억원의 환전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거래가 늘면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관리변동환율제(복수통화바스켓)를 실시하고 있는 위안화는 달러와 비교하여 6% 초반에서 큰 변동이 없다. 전병서 경희대 교수는 "달러나 엔과 비교했을 때 위안화의 환 리스크(위험)는 작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달러를 빼나가면서 국가 부도 위기에 시달리는 문제도 경감될 걸로 보인다. 무역 결제나 금융거래 등 국제 금융시장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는 위안화를 직거래를 통해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11월17일 중국 본토 주식에 투자하는 후강퉁 시장이 열렸고, 원·위안 직거래 시장까지 열리면서 위안화 자산에 대한 투자 접근성이 더 좋아졌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3% 초반대 금리의 위안화 예금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차이나플러스(Plus)외화정기예금(위안화)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글로벌 위안화 예금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하나금융그룹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도 하이차이나 위안화 정기예금상품을 연말까지 판매하고 있고 KB국민은행도 지난 2014년 11월28일부터 'KB플러스 스타 위안화 외화예금' 상품판매를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우리나라에 800억위안(약 13조원) 한도의 위안화 적격외국인투자자(RQFII) 자격을 주기로 했다. 중국 금융시장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일종의 면허다. 중국 채권의 88%가 거래되는 중국은행간채권시장(CIBM)의 문도 조만간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기업들이 한국의 낮은 금리를 노리고 한국에서 위안화 채권을 발행하면 국내 투자자들에겐 투자 기회가 확대될 수도 있다.

 



 

(좌)


지난 2014년 11월17일 후강퉁 개막식 행사에 참석한 추충콩(가운데 왼쪽) 홍콩 증권거래소 이사장과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가운데 오른쪽)이 개막을 알리는 징을 치고 있다.

(우)

지난 2014년 12월1일 오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열린 '원·위안화 은행 간 직거래시장 개장 기념식'에서 김한조(왼쪽부터) 외환은행장, 주장정 중국대사관 경제공사, 최경환 경제부총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개장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중국 주식 투자 한결 손쉬워져

지난 2014년 11월17일 중국 상하이거래소와 홍콩거래소의 교차 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港通,Shanghai-Hongkong Stock Connection)제도가 시작됐다. 후()는 상하이의 별칭이고 강(港)은 홍콩을 뜻한다. 후강퉁은 홍콩증권거래소(SEHK) 회원 증권사들을 통해 상하이 주식을 매매할 수 있게 한 후구퉁(股通,Northbound Trading)과 상하이증권거래소(SSE) 회원 증권사들이 홍콩 주식을 매매할 수 있게 한 강구퉁(港股通,Southbound Trading)으로 세분된다.

후강퉁 도입이 공식화된 것은 지난 2014년 4월 홍콩증권선물위원회(SFC)와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가 제도 신설을 공동 발표하면서부터였다. 중국 정부로선 딤섬본드(홍콩에서 외국기업들이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 RQFII(위안화적격외국인투자자)에 이어 위안화 국제화의 새로운 통로를 추가한 셈이다.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 중국 증시 활성화의 효과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홍콩의 역외 위안화 중심지 역할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중국 주식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과 금융사들의 상품 개발도 활기를 띌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투자자들로선 별도의 라이선스 없이 홍콩을 거쳐 중국 본토에 투자할 수 있는 후구퉁에 관심이 쏠린다. 후구퉁의 일일 거래 한도는 130억위안(약 2조3000억원)이고 총 한도는 3000억위안(약 53조원)이다. 투자 자격 제한은 없다. 상하이 A주 시장 내 SSE180지수와 SSE380지수의 구성 종목, 상하이 A주와 홍콩 H주에 동시 상장된 종목 등 총 568종목에 투자할 수 있다.

강구퉁의 총투자 한도는 2500억위안(약 44조4000억원)이고 일일거래 한도는 105억위안(약 1조9000억원)이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주식 계좌에 50만위안(약 8900만원) 이상의 자금을 유치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투자 가능 대상은 홍콩 증권거래소 내 항셍종합대형지수와 항셍종합중형지수 구성 종목, 상해 A주와 홍콩 H주에 동시 상장된 종목 등 총 265개다.

국내투자자들로선 중국 증시 투자의 기회가 더 커졌다는 장점이 있다. 중국 증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중이 2013년 말 현재 46%로 미국(143%), 한국(108%), 일본(78%)에 비해 매우 낮다. 시장이 추가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은 외국증권 중개, 외환서비스, 투자은행(IB) 업무 전반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다. 현재 국내 증권사의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수입은 연간 240억원(2010~2013년 평균)으로, 전체 수탁수수료 수입에서 1%에도 못 미친다. 후강퉁 실시로 이 비중이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엄연히 존재하는 중국 투자의 벽]
환리스크·증시 과열 우려 커져


KTB자산운용은 지난 2014년 6월 본토A주에 투자하는 'KTB차이나스타A주' 펀드를 청산하며 중국 정부에 20억~30억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후강퉁 시행을 계기로 중국 정부가 과거 중국 본토 주식 투자에서 발생한 자본차익에 대해 과세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 같은 사실이 전해져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KTB자산운용은 "기관투자가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펀드를 청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중국 당국이 과거 발생한 자본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으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세금을 납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해외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중국 본토 주식 투자를 허가하는 'QFII(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 자격 요건으로 승인 이후 6개월 동안 쿼터의 20% 이상을 채워야 하고, 이후에도 20% 기준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만일 20% 이상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투자 승인 쿼터를 반납해야 한다. KTB자산운용도 5000만달러(약 550억원) 규모의 쿼터를 반납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세무 당국이 과거 3년여간 발생한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 납부를 요구했고 결국 펀드 운용자산 대비 약 5% 수준의 세금을 납부한 것이다.

이 같은 전례를 적용했을 경우 삼성자산운용(221억원), 한국투신운용(120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105억원), KB자산운용(101억원) 등이 100억~200억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상당수가 이 같은 세금에 대비한 충당금을 쌓지 않아 실제 과세가 되면 회사 고유자산으로 처리하겠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당초 중국 정부가 실제 자본이득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았다.

후강퉁은 위안화로 거래되므로 환위험이 따를 수 있다. 개별 기업에 대한 시장 정보도 아직 부족한 편이다. 홍콩에서 상하이로 투자하는 후구통의 경우는 외국인 지분율 제한 규정이 있다. 단일 종목의 경우 개별 해외투자자의 최대 지분율은 10%다. 전체 해외투자자의 최대 지분율은 30%다. 지분율 한도가 소진된 종목의 경우 매수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말이다.

증시 과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14년 12월9일 상하이 증시는 2009년 이후 5년여 만에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장중 2.4%까지 상승했다가 장 막판 한꺼번에 고꾸라지며 5.4% 넘게 급락했다. 하루 변동폭만 7.8%였다. 하루 변동폭으로는 2009년 8월 이후 5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었다. 중국 증시는 올 들어 40% 급등하며 과열 우려가 컸었다. 중국 금융당국도 "주가 조작을 포함한 투기 세력들이 최근 고개를 들고 있다"고 경고를 보낸 바 있다. 여기에 중국 증권예탁청산소(CSDCC)가 신용등급 'AAA' 이하인 채권을 레포(환매조건부채권) 단기자금 조달 담보물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밝힌 것이 증시 투매를 촉발시켰다. 단기 과열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 거란 우려가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위안화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위안화는 절하 압력이 높고 장기적으로는 절상 압력이 있지만, 불규칙 패턴과 함께 한 방향보다는 양방향 움직임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 간 외화유동성, 물가, 금리차 등으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14년 12월9일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0.39% 하락한 6.1966위안을 기록했다. 중국 수출지표가 부진했고 위안화 채권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위안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했다. 장중엔 0.55%나 떨어져 6.2007위안을 기록하며 지난 2008년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가치가 하락했다. 호만춘 중국 교통은행 스트래티지스트는 "위안화 관련 파생상품이 청산되면서 당분간 위안화 가치를 더 떨어뜨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치훈 연구원은 "중국의 금융개혁이 순조롭게 진행될 걸로 단정하기 어렵고 외환규제 완화로 위안화 환율관리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여기에 두 시장 간 가격 차이를 활용해 이익을 노리는 재정거래 등이 국내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중국 내 외화 콜금리 상승이 국내에 진출한 중국계 은행의 외화 조달 확대 및 국내 콜금리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