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T산업의 살아있는 신화, 샤오미가 ‘특허’ 덫에 걸려 더 이상의 성장은 물론, 존폐의 기로에 놓일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설립 4년차 신생 벤처 샤오미가 삼성·애플에 이어 일약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업체 위치에 오른 것은 경쟁사와 달리, 첨단 기능의 스마트폰을 싼 값에 팔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지금껏 연구개발(R&D) 투자나 선행 특허기술에 대한 정당한 사용료 지불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블룸버그의 지적이다.
바로 이 점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인도 등 해외시장 공략 시점에 서 있는 샤오미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샤오미의 내년도 스마트폰 출고 목표 대수는 총 1억대. 지난해 대비 5배나 큰 규모다. 하지만 소송비와 특허 사용료, R&D 투자 등 추가비용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어, 더 이상의 저비용 무임승차 성장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인도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네일 샤 연구원은 “특허료 지불이 가능할 때까지 샤오미의 성장을 지켜보기만 해온 일부 경쟁사나 특허관리 전문기업(NPE) 등이 내달 나오는 인도의 판례를 참고해, 세계 각지에서 유사 소송을 잇따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국업체가 외국 특허를 무단 사용하는데 비교적 관대한 중국 시장에서만 비즈니스할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에 나설 경우 반드시 법적 문제가 야기된다.
소니 모바일의 토코키 히로키 CEO는 “업력이 짧은 샤오미는 특허 포트폴리오가 구조적으로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샤오미도 뒤늦게 ‘특허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작년에만 600건의 국제특허를 출원했다. 올해는 1000건을 넘길 전망이다. 향후 2년 간 매년 두 배가 넘는 특허를 출원할 계획이다. 자체 출원 뿐 아니라 기존에 출원된 특허권 획득에도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2016년 샤오미의 특허 출원건수는 8000개가 된다. 하지만 이 역시 글로벌 경쟁사들엔 한참 뒤지는 수준이다.
지난 2011년 애플을 포함해 에릭슨, 블랙베리,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노텔의 특허 6000개를 사용하는데 45억달러를 지불했다. 구글도 지난 2012년 1만7000개의 특허를 보유한 모토로라 무선사업부를 인수하는데 125억달러를 써야 했다.
같은 중국업체인 화웨이는 작년말 현재 3만6511개의 특허를 보유 중이나, 샤오미와 아무런 라이선스 협약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에 따르면, 샤오미의 미국특허 등록 건수는 전무하다. 특허 출원은 많이 했지만, 실제 등록까지 이어진 특허는 많지 않다.
인터내셔날 데이터의 키란짓 카우르 애널리스트는 “샤오미가 고속 성장세를 계속 유지하려면 특허권을 대량 매집해야 한다”며 “그게 힘들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R&D를 통해 자체 특허권을 확보해야 하나, 어느 방식이든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