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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금리 인하..혼돈에 빠진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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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4. 12. 2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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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금리 인하..혼돈에 빠진 시장

인민은행 ‘디플레 방어·경기 부양’이 인하 배경…경기 부양 효과 크지 않을 듯

한경비즈니스|입력2014.12.22 11:33

 

이젠 미 중앙은행(Fed)뿐만 아니라 중국의 인민은행 정책도 예의 주시해야 하는 시대인 모양이다. 지난 11월 21일 인민은행은 2012년 7월 6일 이후 2년 4개월 만에 금리를 인하했다. 인하 폭은 1년 기준으로 볼 때 대출금리 0.4% 포인트, 예금 기준 금리는 0.25% 포인트다. 이제 중국의 대출과 예금 금리는 5.6%와 2.75%로 떨어졌다.

 



시장의 반응은 어떨까. 한마디로 다른 때와 달리 이번 조치에 대해선 의견이 잘 모아지지 않고 있다. 긍정과 부정의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면서 글로벌 주가도 상승·하락이 반복되는 다소 혼돈스러운 양상이다. 하긴 중국 경제가 이미 G2 대국인데다 금리자유화와 위안화 국제화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도 나름 커져 전 세계적으로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도 모른다.

 


 

긍정·부정 엇갈리는 시장 반응

 


먼저 인민은행의 금리 인하 배경 설명을 들어보자. 인민은행 보도 자료에 따르면 물가 상승률이 목표 범위를 이탈,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졌다는 게 금리 인하의 첫째 이유다.

 



실제로 9, 10월의 물가 상승률은 두 달 연속 목표 구간 2%대를 벗어나 1.6%대로 떨어졌다. 알다시피 물가 상승률이 둔화된다는 것은 실질금리가 높아진다는 말이고, 이는 기업 특히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이나 채무 과다 기업에는 실질적인 조달 비용 증가 요인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그동안 금리자유화 등 다양한 정책으로 대출금리를 낮췄다고 해봐야 그건 명목 금리에 불과하다. 결국 실질 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해 이번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는 설명이다.

 


둘째, 경제의 자율적 회복력이 약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다시 말하면 실질금리를 낮추지 않으면 투자나 소비가 활성화되지 않아 금년 중국의 성장 목표 7.5% 달성이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로 3분기까지는 나름대로 버티던 경제지표들이 10월 들어 동시 하락하는 모습이다. 예컨대 실질 공업 부가가치 생산액은 전년 대비 증가율 기준 9월의 8.0%에서 10월 7.7%, 구매자관리지수(PMI)는 10월 50.8에서 11월 50.3, 고정자산 투자도 2분기 17.0%에서 3분기 13.7%로 크게 떨어지고 있다. 연말연초 삼중전회와 전인대를 앞두고 있는 중국 정부로선 부담인 셈이다.

 


그러면 시장에선 금리 인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우선 인민은행의 금리 인하 배경 설명에 대해 대체로 수긍하는 반응이 있다. 따라서 이들은 이번 금리 인하 효과에 대해서도 인민은행처럼 긍정적이다. 중소기업 등의 자금 부담에 숨통이 트이고 경기 부양, 부동산 바닥 다지기 효과도 꽤 있을 것이라고 본다. 유동성 증가로 자산 가격, 특히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올 들어 이미 40% 이상 오른 상하이 주가의 고공 행진이 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둘째, 인민은행 설명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의견도 있다. 이제까지 중국 정부는 중국 경제가 '합리적 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영세기업·농민 등 일부 대상을 위한 '선택적 금융 완화'면 충분하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높은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개혁과 구조조정 관점에서 보면 금리 인하가 약이 되긴 어렵다.

 


결국 그만큼 경기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고육지책으로 금리를 인하한 게 아니냐는 판단인 셈이다. 물론 금리 인하로 부분적으로는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절감과 경기 부양 효과가 있고 또 위안화 절상 압력을 완화해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하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긍정보다 부정적 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중국 경제의 근본 문제는 과잉 설비투자의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인데, 금리 인하를 계속하면서 구조조정하기는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또 금리 인하가 추가로 이어지면 예대마진 감소로 은행들의 재무구조가 취약해질 우려도 있다. 결국 이들은 중·장기적으로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는 의견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발(發) 디플레이션'까지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 과도한 경기 부양 조치로 중국의 설비투자가 과잉 상태인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엄청난 재고를 해소하려면 가격 인하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 유럽·일본 등 세계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최근 유가 폭락 등 가격 하락 요인이 더 많아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중국 제품 가격을 더 떨어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고 그러면 기업 실적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고 얘기다. 게다가 유럽과 일본이 경쟁적으로 금리 인하에 돈을 풀고 있다. 위안화 절상을 막기 위해 중국도 금리 인하에 통화 확대로 돌아선다면 상호 경기 부양 선순환 효과보다 자칫 통화 전쟁으로 비화, 금융 외환시장 불안만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등이 변수

 


아무튼 의견들이 분분한 편이다. 개인적 의견은 어떤가. 한마디로 부분적으로 경기 부양 효과는 있지만 자금 조달 비용 절감 효과는 제약적이라고 본다. 특히 자금 조달 비용 절감은 중국 정부가 의도하는 중소 영세기업보다 신용도 높은 국유 기업, 지방정부 기업으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대출금리 인하 폭이 커 수익이 줄어드는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저금리 대출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뜩이나 온라인 금융 상품, 이재상품(理財商品) 등이 높은 금리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금리 인하로 예금 인출이 더 빨라질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유럽과 일본 디플레가 악순환 고리에 빠지지 않는 한 중국발 디플레이션은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금리 인하로 부분적으로는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절감과 경기 부양 효과가 있고 또 위안화 절상 압력을 완화해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하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긍정보다 부정적 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고 본다.

 


이번 중국 금리 인하의 행간을 읽어 보면 중국 경제는 세계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금리 인하나 통화 확대 조치 없이 자율적으로 회복되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향후 원유와 원자재 가격의 추가 하락, 유럽과 일본 경기의 회복 여부, 특히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내지 금리 인상의 폭과 시기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중국 경제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 한국으로서는 중국 금리 인하에 따른 단기 경기 부양 효과만 볼 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의 구조 변화와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도 꼼꼼히 따져야 할 것 같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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